임기 4년차를 마무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소통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정 운영에 바쁜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소통 문제를 끌어들인다는 반론도 있다. 대통령의 바람직한 소통 여부를 한마디로 재단하긴 쉽지 않다. 다만 어떤 현안에 관심을 보였고, 어느 장소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공개해왔는지를 돌아보면 대통령의 소통 방식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2020년 한해 동안 청와대·정부 정례 회의나 업무보고를 제외한 문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약 140회 발표됐다.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메시지가 기준이다. 주제별로는 예상과 같이 코로나(44건), 경제(28건) 비중이 압도적이다. 국제·남북관계(15건), 문화·예술·체육(10건) 관련이 뒤를 이었다. 정치·노동·교육 관련은 각각 5건, 국방·안보 관련은 4건으로 나타났고 여성 3건, 과학 2건, 환경 2건, 주거 1건 순(중복 있음)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입장문’ 형태가 가장 많다. 대통령 메시지 140건 중 30% 이상인 44건을 글이나 영상 형태의 입장문으로 내보냈다. 간담회 진행은 20회, 현장방문은 13회, 연설은 11회로 나타났다. 각종 기념일 등에 발표한 기념사·축사·추념사 등은 모두 합해 35회 발표됐다. 신년인사회의 경우 1월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부요인 및 각계인사들이 참여한 합동인사회, 1월8일 문화예술인들과 진행한 신년인사회 등 2건이 진행됐다.

▲2020년 12월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2020년 12월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기자회견은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이 전부였다. 문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언론의 질문에 자유롭게 응답했던 모습도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5월10일 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행사는 기자회견 대신 특별 연설 형식으로 이뤄졌다. 잠깐 주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청와대는 “이 자리는 기자회견이 아닌 특별연설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고 강조하면서, 3가지 질문을 받는 데 그쳤다. 이후 대통령이 언론의 질문을 받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간담회는 주로 코로나 피해 지역주민이나 업종 종사자들을 만나 격려하는 자리, 경제·산업계 인사들을 독려하는 자리로 이뤄졌다. 20차례 진행된 간담회를 참석 대상별로 보면 경제 관련(경제단체 4·소상공인 2)이 6회로 가장 많다. 정치 3회, 지역 주민(진천·음성, 아산 등) 2회, 코로나 관련 종교인 간담회 2회, 고용·노동 2회, 교육 2회 순이다. 나머지는 문화·예술, 청년, 재외동포 각 1회 순이다. 20회 중 13회는 코로나와 관련된 자리다. 그 밖의 현안에선 대통령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그마저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대통령이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의 빈도가 줄어들었다.

주요 정책과제와 관련해선 현장방문이나 행사 참석 등의 홍보성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특히 ‘뉴딜’의 경우 △6월18일 한국판뉴딜 디지털경제 현장방문 △7월14일 한국판뉴딜 국민보고대회 △7월17일 한국판뉴딜 그린에너지 현장방문 △9월24일 디지털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10월22일 한국판뉴딜 연계 스마스시티 추진전략 보고대회 △11월25일 한국판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언론의 질문을 받는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2020년 11월25일 '한국판 뉴딜-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0년 11월25일 '한국판 뉴딜-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야당과의 만남은 사실상 멈춤 상태다. 정치 분야 간담회로 분류할 수 있는 자리는 △2월28일 여야 정당 대표와의 대화 △9월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 △12월22일 5부요인 초청간담회 등이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초청 오찬은 공식 대화 자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2년 전인 2018년 이후 야당 대표와 대통령의 영수회담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행보가 메시지 생산·발표에 집중되면서 중재자·지도자로서의 대통령 역할은 흐릿해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이 ‘추·윤 갈등’이라는 약어로 불리며 정국을 뒤흔드는 동안 청와대는 ‘대통령이 언급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원칙에 동의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안을 재가하면서까지 ‘대통령의 재량은 없다’고 강조한 태도는, 위법성 논란에 대통령 책임은 없다고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을 때, 부동산 관련 정책이 한창 도마에 올랐을 때도 적극적으로 돌파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밖에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상당수는 ‘말씀자료’나 ‘지시사항’으로서 전달되고 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책, 코로나19 방역에 관한 사항 모두 각 부처·당국에 만전을 기하라고 독려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익숙하다.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문제는 이렇게 대통령의 의중을 최소한의 다듬어진 메시지로 발표하는 일이 굳어질수록, 귀해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왜곡되어 활용되기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공개 회의석상에서 대통령이 뒤늦게 ‘백신 확보를 하라고 질책했다’는 보도 역시 한 사례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백신이 정쟁화되는 국면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언론의 의문에 답했다면 불필요하 시시비비가 줄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새길 필요가 있다.

이제 너무도 많이 인용된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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