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지난 17일 “‘1주치 식량을 사두자’… 3단계 가능성에 ‘사재기’ 조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평소에는 2묶음씩 사는데 3단계 상황에서 마트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생각에 5묶음을 샀다”는 시민 류아무개씨 인터뷰와 함께 화장지 판매대 일부가 비어있는 사진을 실었다. 사재기라고 하기엔 무리일 수 있는 내용이다. 사재기 조짐으로 생수 진열대가 비어있는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진열대 사진의 좌측과 우측은 생수로 가득 차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앞두고 나온 이 같은 보도는 ‘초유의 셧다운’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았지만 역설적으로 ‘사재기 열풍이 과연 있는 것일까’라는 물음표를 달게 했다.

지난 주말 두 건의 조선일보 보도를 놓고도 말이 많았다. “일본 이르면 내년 3월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한국, 빨라야 2~3월 접종… 구매계약은 1000만명분이 전부”라는 기사는 일본 정부의 백신 공급에는 “이르면”, 우리 정부의 백신 공급에는 “빨라야”라는 단어를 썼다. 백신 접종 시기에 대한 180도 다른 관점인 셈이다. 보도 목적이 무조건적 정부 비판은 아닌지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현재 병상 확보 시급성, 코로나19 대책에 비껴 있는 계층의 어려움 등 난제가 앞에 놓여있는 가운데 이런 보도는 정부의 대책 수립과 보완에 도움 되지 않고, 정보 제공 측면에서도 보도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질병관리본부 사이트만 들어가면 알 수 있는 신규 확진자수와 누적 확진자수, 사망자수를 속보 형식으로 중계하는 보도 역시 눈을 잠시 붙드는 정도의 무의미한 보도다.

▲ 12월22일 오전 서울 관악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69명 늘어 누적 5만1천460명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 12월22일 오전 서울 관악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69명 늘어 누적 5만1천460명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반면, 코로나19 시대의 정보 제공자로서 알 권리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자기 존재를 증명한 언론 보도도 있었다. 백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해 백신 개발 현황 데이터를 시각화한 뉴욕타임스 보도는 훗날 인간의 코로나 정복 과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어머니가 사망한 뒤 노숙인이 된 아들의 사연을 전한 JTBC 연속 보도도 코로나19 국면에서 뒤로 밀려난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끄집어냈다. 발달장애인 최아무개씨의 노숙생활을 CCTV로 확인하고 왜 최씨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는지 제도적 허점을 짚고, 보도 후 최씨를 도울 방안까지 강구했다. JTBC 보도가 없었다면 최씨가 메모해 알린 어머니의 죽음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 최씨의 사연은 그저 노숙자의 슬픔에 그쳤을 것이다.

안내견을 데리고 외출한 시각장애인을 동행 취재한 MBC 보도는 버스정류장 찾기부터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는 장면을 보여주며 점자 보도 블럭에 세워진 오토바이가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구분 없는 도로와 보행로가 시각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묻게 했다.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여전히 기성 언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언론은 코로나19 시대로 송두리째 변해버린 인간 사회의 변화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로 낙인이 찍힌 사람의 얘기를 시리즈물로 내놨던 동아일보 보도가 대표적이다.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책 ‘뉴스 스토리’에서 이 보도를 소개하며 “동아닷컴을 합한 조회수는 본편이 317만, 부속편이 226만으로 총 500만이 넘었다”며 “동아일보 역대 최고이며 타 언론사의 여타 기록과 비교해도 단연 압도적”이라고 했다. 뉴스 소비는 포털을 통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통념을 깬, 잘 쓴 기사 하나가 얼마나 잘 읽히는지 보여주는 예다.

박 교수는 “뉴스는 결국 인간의 일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그것을 인간 중심으로 풀지 않고 사건 중심으로 풀었기 때문에 마치 인간의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사건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인물이 있고, 인물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인간의 본질이 나온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시대 이 같은 보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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