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은 어떻게 싸가지 없는 독선과 오만의 수렁에 빠져들게 됐는가?”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오는 24일 출간되는 신간 ‘싸가지 없는 정치-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에서 우리사회에 던진 질문이다. 2000년대 ‘안티 조선운동’을 주도하며 현실 참여 진보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그가 문재인 정부·여당을 향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강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나는 문 정권이 정치를 ‘적을 타도하는 전쟁’으로 이해하는 기존의 정치관을 버릴 것을 촉구한다”며 “그리고 우리 모두 ‘증오’를 ‘정의’로 착각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역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난해 5월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난해 5월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그는 “내 나이 이제 6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25년 전의 나, 39세 젊음의 열정을 다시 소환해 ‘정말 나라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나름 비장한 각오로 이 책을 썼다”며 “무조건 자기편이 옳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자신을 좀 내려놓고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에 참여하고 일조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진영의 양극화가 극대화했고 상대를 절대 용인하지 않는 ‘진영의 정치’가 우리사회 이성을 어떻게 마비시켰는지 분석·논평한 책이다. ‘추미애 윤석열 대립’ 등 최근 사례에 대한 강 교수의 비판적 시각이 분명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책은 총 챕터 20장으로 구성돼 있다. 왜 문재인은 늘 고구마처럼 침묵할까, 왜 문재인은 ‘공사 구분 의식’이 모호한가, 왜 문재인은 ‘의전’으로만 소통하는가, 왜 문재인 정권은 적에게 포위되었다고 주장하는가, 왜 문재인 정권은 정치를 ‘적과 동지’의 대결 구도로만 보는가, 왜 유시민은 김정은을 ‘계몽 군주’라고 했을까, 왜 추미애는 졸지에 ‘이순신 장군’이 되었는가 등 진보 진영의 위선과 독선을 꼬집는 질문으로 각 챕터를 시작한 것도 눈길을 끈다.

강 교수는 책 서두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징계 및 직무정지’ 발표로 풀었다. 지난달 24일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발표하면서 그 사유 가운데 하나로 윤 총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회동을 꼽았다.

극우논객 변희재씨가 “JTBC의 실질 사주 홍석현이 지시해 보도한 국정농단 관련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가 JTBC에 피소돼 이후 재판 중이었는데 윤 총장이 ‘사건 관계자’인 홍 회장을 만나 문제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JTBC의 태블릿PC 보도는 문재인 정권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건 아닌가. 그럼에도 홍석현이 윤석열을 만나 변희재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해주게끔 요청했을 가능성을 문제 삼겠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라며 “이는 추미애가 ‘박근혜 구명 운동’에 일조해보겠다는 것일 수도 있으니 이 어찌 공명정대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겠는가 말이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다른 가설도 가능하다. ‘윤석열 죽이기’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맹목 또는 광기일 가능성 말이다. 헛웃음을 나오게 만들 정도로 부실한 근거로 그리 해보겠다고 나선 걸 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긴 하지만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수사에 대해 “나는 조국 부부가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 또는 범죄에 비해 적정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가혹하게 당했다는 시각에 꽤 동의하는 사람”이라면서도 “나는 문제가 윤석열에게 있다기보다 특수부 검사들의 오랜 업무 관행에 있다고 생각한다.(중략) 만인이 분노할 만한,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 응징하는 특수부의 정의로운 활약에 우리는 그간 박수를 보내왔다. 때로 무리한 수사 기법을 포함한 인권 문제가 불거져도 우리는 거악을 척결하기 위해선 그 정도는 눈감아줘도 좋다는 자세를 취해왔다. 특수부의 그런 효율적인 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걸 원없이 이용한 건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고 했다.

즉, “윤석열은 이명박, 박근혜 시절이나 문재인 정권 시절이나 달라진 게 전혀 없다. 해오던 대로 해왔을 뿐”이라며 “단지 수사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문 정권은 특수부의 칼이 자신을 향하자 펄쩍 뛰면서 ‘윤석열 죽이기’에 돌입한 것”이라는 것. 그는 월성 1호기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나는 월성 1호기 폐쇄 공약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서도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로 하여금 다른 직원의 눈을 피해 일요일 밤 11시 사무실에 들어가 PC 속 원전 문건 444개를 삭제하게 만들 정도로 절차적 정당성을 유린하는 것엔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는 국가 운영의 기본 질서에 관한 문제”라며 “공무원의 준법 자율성을 말살해 그들을 ‘영혼 없는 꼭두각시’로 만드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그럼에도 많은 진보주의자와 진보 언론이 이 국기 문란의 중대성을 외면한 채 윤건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신간 ‘싸가지 없는 정치-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인물과사상사.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신간 ‘싸가지 없는 정치-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인물과사상사.

강 교수가 언론학자라는 점에서 현 정권의 ‘불통’ 문제도 눈길이 가는 챕터다. 강 교수는 “문재인의 ‘이미지 정치’는 자주 감동을 자아내는 ‘의전 정치’ 중심”이라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문재인은 소통을 멀리하고 있다. ‘의전’도 일종의 소통이긴 하지만, 이미지만으로 소통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이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인용한 뒤 “부디 문재인 반대편과의 소통을 하는 데에도 그 따뜻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길 바랄 뿐이다. 반대편이 예뻐서가 아니다.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껴안는 게 대통령의 숙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김어준씨 등을 겨냥해선 “이들은 늘 ‘거대 꼼수(음모)와 싸운다’며 자주 음모론을 양산해낸다”며 “엉터리 음모론으로 밝혀져도 매우 당당하다. 오죽하면 친문 성향의 전 MBC 사장 최승호마저 저널리스트의 양심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서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최승호 전 MBC 사장(현 뉴스타파 PD)은 “김어준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취재’하기보다 상상·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다가도 반박이 나오면 무시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강 교수는 “물론 김어준의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런 특권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닥치고지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들 역시 음모론이 선사하는 ‘피해자 행세’가 ‘권력 재생산 메커니즘’일 수 있다는 걸 모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맺는말에선 언론에 대한 쓴소리를 덧붙였다. 그는 “공영방송은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편향성 판별법은 간단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금처럼 할 수 있겠는가.(중략) 대화와 타협의 문화 조성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을 정도로 모든 걸 다 바치는 공영방송을 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정치의 팬덤화,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불통하는 대통령, ‘싸가지 없음’을 경쟁력으로 삼는 정치인들, 균형감을 상실한 채 정부·여당 편향적인 언론. 강준만 교수가 이들을 겨냥해 작정하고 일갈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