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논의를 질질 끄는 가운데 원청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 강화에 역행하는 발언이 나왔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에만 모든 책임 지우는것으로 사고 완전 막을 수 없고 특정인을 겨냥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국가가 안전관리 업무를 맡은 도급업체를 육성하고 기업은 안전관리 업무를 이 도급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을 주장했다. 

노동현장에서 세상을 떠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씨 등이 국회 앞에서 1주일 넘게 단식하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는 가운데 여당 지도부가 이와 다른 방향의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양 최고위원은 “현실적으로 모든 안전관리 업무를 원청 회사가 맡는 거 불가능하기에 도급업체 안전관리 역량 끌어올릴 방안도 동반해야 한다”며 “기업은 국가에서 공인받은 전문업체에 (안전)업무를 위탁하고 제대로 비용 지출하는 기업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면 산업생태계 안전 역량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사진=민주당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사진=민주당

 

이어 “안전사고 50%는 도급업체서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런 위험의 외주화를 안전관리의 전문화로 탈바꿈할 방법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위험의 외주화’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외주업체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자는 방안이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를 ‘완벽한 입법’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정의당의 주장과 절박함 너무나 잘 알고 그 진의와 진정성에서 배우는 면도 많지만 우리 민주당은 무한 책임지는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완벽한 입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중대재해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그동안 재계 눈치를 보느라 해당 제정안에 대한 논의를 미루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해당 법을 내년 1월10일 종료하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최고위원은 “저는 28년간 노동자로 살았다. 선진국 쫓아가느라 바빴던 산업화 현장에선 과로와 위험의 일상이었는데 장시간 노동으로 구토가 흔했고 화학약품 때문에 실명 위기도 겪었다”며 “선진국이 되면 이런 일이 없어지겠지, 후배들 이런일 안 겪겠지, 하면서 버텼는데 한해 2500명, 하루 7명 청년과 가장들이 노동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현실이 참 참담하다”고 노동현실을 말한 뒤 “이런 대한민국을 우리 아이에게 물려줄 수 없기에 중대재해법은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