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보도채널 등에 대해 허가냐 등록이냐도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지난 16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이 한마디가 언론계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허가(승인)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 TV조선·채널A 재승인 심사는 사라진다. 일정한 기준만 갖추면 누구나 종편·보도채널에 진출할 수 있다. 당장 2021년 방송법·제도 전반을 재구성하는 미디어개혁위원회 출범이 예고된 상황에서 방통위원장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한겨레는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종편들이 방송 품질 제고나 공적 책무 개선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나오는 것에 한 위원장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보도하며 “보수신문의 종편 소유로 인한 여론 독점을 비판해온 일부 학자들은 종편을 등록제로 바꿔 여론 지형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2월16일자 한겨레 19면.
▲12월16일자 한겨레 19면.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지난달 ‘민중의소리’ 기고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낚시터에 앉아 정치논평을 하는 프로그램을 낚시 채널에서 보게 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일까”라고 되물으며 “권위주의 체제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대표적 방법이 허가제와 검열이었는데, 방송 보도에 관한 방송법 조항들만 놓고 보면 우리 방송은 여전히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승인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송현주 교수는 “더 큰 아이러니는 보도 프로그램의 편성 금지는 현실에서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어지간한 경제 전문 채널들은 경제 관련 뉴스와 해설·논평을 제작·편성하고 있다. 방통위는 유사보도 프로그램이 만연한 것을 알면서도 방송법 위반 행위를 내버려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하는 방송사업자는 누구나 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가능하다면 기존 종편 채널과 같은 블록에 채널 번호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설계된 종합편성채널 승인제도가 실은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권위주의적 발상의 결과물이었으니 이제는 허물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종편 진입에 대한 벽을 허물어야 역설적으로 현재 종편에 부여된 ‘특혜’를 허물 수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송 교수는 “영업 정지와 채널 번호 변경 등등으로 공적 책임의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 그 결과에 대한 보상과 제재가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라며 등록제 전환의 단서를 달았다. 

예컨대 보도의 공적 책임과 안정적 방송사업 운영을 고려해 일정 수준의 자본금 등 등록요건을 명시하고 진입규제가 아닌 평가를 통해 규제하는 방안이다. 종편채널과 보도채널을 상대로 매년 방송평가를 실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결과와 언론중재위원회 중재결과 및 전문 기관 저널리즘 평가 등을 합산해 방송의 공적 책임 수행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것으로 판단되면 편성 제한 또는 등록 취소에 나서는 식이다. 종편과 보도PP의 부당한 광고·협찬영업이 적발되는 경우엔 영업정지, 주시청시간 광고금지, 과징금 등 행정처분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TV조선과 채널A.
▲TV조선과 채널A.

그러나 당장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 허가 제도를 없앨 게 아니라면, 종편만 (승인제에서) 등록제로 바꿀 이유는 없다. 종편도 뉴스 시사 보도를 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지켜야 하고 최후의 경우 승인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을 (승인제도를 통해) 내포해야 한다. 종편을 등록제로 바꾸면 공정성을 지키지 않을 때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대표는 “(등록제로) 뉴스 사업자들이 다양해지면 외려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 정파성이 강하고 자본력이 좋은 사업자만 유리해질 것이고, 많은 방송사가 경쟁이 치열해지며 광고 약탈행위에 나설 것”이라 우려하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업자를 어떻게 제재할지 고민하는 게 정책당국자의 자세여야 하는데 (제재가) 잘 안 되니 포기하고 놔주는 방식은 안 된다”며 방통위를 향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 또한 “사실상 거의 모든 채널에 보도기능을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종편 재승인 심사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우호적인 PP 채널의 종편 진입을 수월하게 해주겠다는 취지 같은데 이미 포화상태인 방송 광고시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즉흥적 제안으로 보인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종편 사업자들이 늘어날 경우 채널 번호 선정부터 직접 광고영업 여부까지 고려하고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물론 종편 등록제 전환 논의 시점이라는 입장도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송법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할 시기다. 공영방송 면허제도 역시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종편은 PP지만 시사 보도 편성 때문에 (승인 및 재승인) 심사를 하는 건데 앞으로도 (보도의) 영향력을 인정해 허가해주는 게 맞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년마다 종편 퇴출 여부를 두고 엄청난 논쟁을 벌이는 건 소모적”이라고 덧붙였다. 

독점적 플랫폼 지위에 따른 영향력에 기반한 기존 방송면허체계는 디지털 중심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하고, 모두가 유튜브로 ‘별의별 뉴스’를 다 소비하는 시대에 공영방송도 아닌 PP에게까지 단지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승인제를 운영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는 맥락이다. 더욱이 방통위는 올해 종편 4사 재승인심사를 진행했고 모두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이제는 누가 방통위원장으로 오더라도 ‘퇴출’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 복잡한 종편 등록제 전환 논의는 종편이 자초했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지난달 KBS ‘열린 토론’에서 출범 당시 투자자본금 556억원을 편법 충당하고 수년간 회계를 조작하고 은폐한 MBN 불법행위를 언급하며 “(종편) 허가·승인제도를 없애기 위한 전제로서 정상적 미디어 기업 활동이라는 게 중요한데, 이렇게 정면으로 스스로 (정상이) 아니라는 상황을 만들어 내니 제도적으로 골치 아픈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방통위원장이 쏘아 올린 ‘종편 승인제도 폐지’ 논의는 출발선에 섰다. 

(12월18일 오전 10시20분 기사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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