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 노동조합이 자사에서 불거진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다수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공정방송위원회 등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PD를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했다는 비판을 받은 KBS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가 지난 13일 종방한 가운데, 출연진 중 한 명인 임자운 변호사(반올림 활동가)가 KBS 다수 노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KBS 내에는 3개 노동조합이 있다. 다수 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소수노조 KBS노동조합, 보수성향의 KBS공영노조다.

17일 임자운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송사 비정규 문제와 관련해 나의 가장 큰 불만은 정규직 노조의 무대응”이라며 “방송사의 인력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운영되는 건 당장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쳐도, 또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대단히 선진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쳐도, 노조가 해야 하는 최소한이라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J 마지막 방송에서 자신이 KBS 다수 노조에 한 이야기를 재차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언론노조 KBS본부를 겨냥해 “지금 KBS 다수 노조는 과거 정부에서 방송 민주화 투쟁했던 분들”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인권 문제에 입 닫고 있다가 다시 정치권력이 편집권에 개입하려 들면, 그때는 또 무슨 염치로 함께 투쟁하자 할 것이냐”고 썼다.

이어 “그 투쟁이 본인들 일자리가 아닌 정말 ‘민주언론’ 위한 것이었다면 사내 비정규직 문제에도 당연히 목소리 내야 한다”며 “최소한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비정규직 운영규정을 만들자, 노조가 같이 만들어서 현장에서 잘 시행되는지 감시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임 변호사 지적처럼 J 종방을 앞두고 J에서 근무한 프리랜서 PD가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비판하는 등 KBS 사내 비정규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언론노조 KBS본부는 대외적으로 성명이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성명을 통해 비정규직 표준계약서 문제를 지적한 것도 KBS 내 노조가 아닌 한국독립PD협회였다. 

언론노조 KBS본부 측은 임 변호사 지적의 취지를 공감한다면서도 자신들이 ‘무대응’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광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은 17일 미디어오늘에 “언론노조 KBS본부 역시 임 변호사가 SNS를 통해 지적해주신 문제점에 깊이 공감한다”며 “노동조합은 J에서 이번 상황이 발생한 직후 지속적으로 사안을 주목해 왔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움직여 왔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양측 입장을 듣고 대화를 주선하고 사측에 해결책을 촉구하는 등 물밑에서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대표성 문제 등 불필요한 오해에 대한 염려로 행동에 제약이 있었고, 그런 모습이 외부적으로 ‘정규직 노조가 무대응하고 있다’라고 보여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실장은 “KBS본부는 향후 진행될 정례 공방위를 통해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가겠다”며 “이번 일을 비단 J 사례로 국한하지 않고, 표준계약서의 완벽한 현장 정착, 변칙적 도급계약 행태 개선 등 논의로 이어가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조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