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유튜브는 매년 국내 조회수 랭킹을 발표한다. 2020년 뮤직비디오를 제외한 가장 많이 본 영상은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국민행동수칙 꼭 기억해주세요”로 1738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차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공식 정보를 부각해 노출한 점이 영향을 미쳤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들이 질병관리청에 관심을 기울였기에 가능한 결과다.

장면2. 2020년 가요계의 주목받은 뮤지션 이날치를 세상에 알린 건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한국관광공사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관광지 앞에서 이날치의 판소리 음악과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춤을 가미하는 영상은 누적 조회수 3억회를 돌파하며 관광 홍보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면3. 국방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 폐지로 누리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내는 등 집단 반발했다. TV콘텐츠였지만 유튜브에 올리면서 구독자 40만명이 넘을 정도로 주목 받았는데  지난 4월 돌연 프로그램이 폐지되자 반발이 나온 것이다. 폐지 후 주요 출연진은 YTN라이프 ‘뉴스멘터리 전쟁과 사람’이라는 유사한 방송에 출연했다. 팬들은 이 프로그램을 ‘시즌2’라고 부른다.
 
이처럼 2020년 이목을 끈 유튜브 이슈 가운데는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채널이 연관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기사와 광고 등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던 부처·지자체·공공기관이 직접 홍보에 나서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콘텐츠 갈무리.

“변화에 대응” 공무원도 유튜브 도전

“원래 우리는 사보를 통해 홍보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께서 그러시더라. ‘우리 사보 사람들이 안 읽지 않냐’고. 한번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보 이번 호 내용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셨는데 제대로 대답하는 직원이 없었다.” 김영주 한국관광공사 홍보팀장의 말이다. 그는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홍보성 이슈는 기사로도 잘 안 다뤄주고, 사보는 일부 고정 독자만 있었다. 그래서 변화에 맞는 소통을 해보고자 유튜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순영 고양시 영상홍보팀장은 “원래 오프라인, 홈페이지, 시정홍보TV 등을 이용했는데 요즘 대세를 안 따라갈 수가 없었다”며 유튜브 활동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노은영 부산시 소셜방송팀 PD(뉴미디어담당관)는 “그동안 유튜브가 아카이빙용으로 쓰였다면 지난해 6월부터는 바뀌었다. 시 정책 홍보 영상을 유튜브 전용 영상으로 전환하게 됐다”고 했다.

유튜브 소통이 필수가 되면서 부처별 디지털 소통팀이나 뉴미디어팀은 ‘필수’가 됐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 아이디어’와 ‘끼 넘치는 공무원’ 발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충주 홍보맨 캐릭터를 내세운 ‘충TV’가 예능 요소를 갖춘 콘텐츠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제2, 제3의 ‘충TV’를 꿈꾸는 지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충주씨, 충주 홍보맨, 여주시 '깡무원', 강원도 유튜브 운영진.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충주씨, 충주 홍보맨, 여주시 '깡무원', 강원도 유튜브 운영진.

강원도는 최근 구독자 1만명 돌파를 기념해 유튜브 담당자들이 에어로빅 옷을 입고 복고풍 댄스를 추는 영상으로 94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경직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담았는데 ‘공공배달앱’ 등 정책 홍보가 뜬금 없이 나온다. 여주시는 ‘산불조심’이 적힌 모자를 눌러쓰고 ‘깡’ 춤을 추는 ‘깡무원’이 인기를 끌었다. ‘중년 공무원 유튜버’도 등장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시니어 직원이 인턴 콘셉트로 관광 전반에 대해 토크하는 ‘만렙인턴 박상철’ 시리즈가 관심을 받았다. 

광고·언론 부럽지 않은 정책 홍보

엄마가 초등학생 정도로 돼 보이는 천진난만한 딸과 함께 시장에 간다. 갑자기 아이가 사라지고, 엄마는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찾는데 아이가 갑자기 할머니 배우로 변해 있다. “저는 엄마가 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은 “저는 엄마의 엄마가 되었습니다”로 바뀐다. 천진난만했던 아이는 사실 치매에 걸린 엄마였다. 영상 말미에 ‘치매국가책임제’라는 문구가 뜬다. 

청와대가 피키캐스트에 의뢰해 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 영상이다.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해당 영상 제작 당시 “정부가 정책 홍보를 위해 방송, 전광판 광고 등을 활용했다”면서 “공급자 중심으로 홍보하면서 왜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지 고민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 치매 국가 책임제 영상 갈무리.
▲ 웹드라마 형식의 치매 국가 책임제 정책홍보 영상 갈무리.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와 부처 유튜브 채널이 성장하면서 정부 정책 홍보에 있어 언론 및 광고를 넘어 새로운 ‘채널’이 마련됐다. 정책 홍보에 주력하는 대한민국 정부 채널과 청와대는 각각 20만명대 구독자를 갖고 있다. 청와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협업으로 제작한 비대면 어린이날 행사 콘텐츠를 통해 ‘신선한 홍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방송사이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KTV(한국정책방송원)는 메인 채널 구독자만 37만명에 달한다. 본 채널 외에 KTV스콘(13만) 최고수다(17만명), KTV대한늬우스(7만명), KTV문화영화(3만명), 귀농다큐(4만명) 등 전체 8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 시절 총리가 참전용사를 만난 영상은 359만회를 기록했다. 뉴스에선 ‘단신’으로 나오거나 배제될 만한 소재지만 KTV가 이를 살린 것이다. KTV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허위정보와 음모론에 적극 팩트체크에 나서기도 했다.

지자체에서도 ‘정책 홍보’를 위한 고민이 많다. 청주시가 제작한 웹드라마는 황당한 설정으로 ‘짤’이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해졌다. 제목은 ‘사랑인게 봉명해’로 청주시 ‘봉명동’을 떠오르게 한다. 연인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남성이 33만원을 돌려 달라고 하자 여성은 “찌질하다”고 말하며 30만원과 청주페이 카드를 던진다. 그러면서 “충전하면 10% 인센티브 들어오니까 나머지 3만원은 충전해서 써!”라고 말한다. 

▲ 황당한 설정의 PPL로 주목을 받은 청주시 웹드라마 갈무리.
▲ 황당한 설정의 PPL로 주목을 받은 청주시 웹드라마 갈무리.

‘지역정책 뉴스’에 초점을 맞춘 지자체도 많다. 고양시는 ‘고양픽’ ‘고양 1분뉴스’를 통해 시 소식을 중점적으로 전달하면서 ‘재미’ 요소를 갖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박순영 고양시청 영상홍보팀장은 “정형화된 시정 뉴스를 하지 않기 위해, 트렌드를 찾아서 어떤 걸 좋아하는지, 유행하는 영상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시의 ‘붓싼뉴스’ 채널은 사투리 뉴스로 화제가 됐고, 시 브리핑 때 시민 질문을 반영하면서 시민과 ‘소통’하는 시도도 했다. 노은영 PD는 “코로나19 확산을 겪으면서 기자 브리핑을 대면으로 할 수 없어 비대면으로 바꿨고, 시민 질문을 브리핑에 전달해서 답변했다”고 했다. 경북은 세로 영상으로 된 짧은 뉴스 ‘이슈보이소’ 콘텐츠를 통해 숏폼 뉴스를 선보였다. 장수환 경북도 대변인실 뉴미디어팀장은 “뉴스같지 않은 구성으로, 도민 실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려 했다. 몇편 쌓이고 나니 어느 정도 독자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장수환 팀장은 “(유튜브에선) 언론보다 훨씬 큰 반응이 온다. 유튜브에서 제대로 콘텐츠를 가공한다면 복지, 정책정보, 청년, 육아, 관광 등 더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며 “유튜브 때문에 다른 홍보비를 줄이지는 않지만 유튜브 운영비 지원이 많다. 언론집행 비율보다 적지만 유튜브 운영비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지자체 ‘특산물 판매’ 효과 나타나

지자체가 유튜브에 적극 나서면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상북도 채널 ‘보이소TV’의 ‘우리동네 자랑 씨리즈’는 경북 지역 특산품을 발굴하고 실제 판매로 유도하는 구성이다. 장수환 팀장은 “코로나19 탓에 소상공인과 농민분들의 판로가 막히고 사기도 떨어졌다”며 “경북은 노령층 인구와 농어업에 종사하는 분이 많아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장 팀장에 따르면 경북도 ‘사이소’ 쇼핑몰과 연계한 콘텐츠 제작 덕에 사이소몰 매출이 지난해 대비 두 배 늘었다. 

충주시 농정과는 자체적으로 ‘충주씨’ 채널을 운영한다. 수달 캐릭터 ‘충주씨’가 기장군수의 ‘사과하십쇼’를 밈으로 패러디해 ‘사과하십쇼’와 ‘사과 사십쇼’를 뒤섞은 가사의 ‘충주 사과 홍보’ 노래로 전국구 유튜브 채널이 됐다. 누리꾼들은 “사과하라는 건지 사라는 건지 정신이 혼미하다” “이거 진짜 홍보 잘 되는거 아는지, 애기들이 듣고 ‘사과=충주’ 성립됨”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지역 특산물 판매를 연계한 '보이소TV' 콘텐츠 갈무리.
▲ 지역 특산물 판매를 연계한 '보이소TV' 콘텐츠 갈무리.

캐릭터와 ‘밈’을 활용한 충주시는 온라인 쇼핑몰 ‘충주씨샵’을 통해 지역 특산물 판매 효과를 냈다. 김형석 충주시 농정과 주무관은 “보통 온라인 판매가 1년에 3억~5억 매출 정도 매출을 올리는데 충주씨와 온라인 판매를 연계한 후 3개월 조금 안 된 시점에서 7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11번가와 함께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2억1000만원 정도 팔았고, 홈쇼핑 세 차례 모두 완판했다”고 설명했다.

‘듣보’ 채널 대다수, 선 넘는 ‘무리수’ 경계해야

최근 지자체 유튜브의 모범 사례로 평가 받아온 충TV의 홍보맨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생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자신을 “제주 고씨”라고 하자 “혹시 (고)유정?”이라고 말하고 ‘자만추’의 의미를 맞히는 퀴즈에선 “자기만족 추미애”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충TV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충TV의 사례는 공적 기관 유튜브 채널의 딜레마를 드러냈다. 평소 충TV측은 ‘윗선의 터치가 없는 점’을 콘텐츠의 강점으로 꼽았다. 속칭 ‘꼰대’ 손을 타지 않아 B급 감성을 부각하고, ‘선 넘는’ 콘셉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걸러야 할 것을 거르지 못한’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유튜브가 지니는 휘발성, 양면성을 조심해야 한다. 사내의 한 부서에서 유명 유튜브 채널과 협업했는데 조회수는 많았어도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면서 역효과가 난 적이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 유튜브 콘텐츠 제작 경험이 있는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자체에서 ‘바이럴’에 주목하는데, 정작 이 바이럴이 해당 기관에 어떤 의미에서 도움이 되는지는 명확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잇따라 나오고 있는 B급 공무원 캐릭터들이 실제 어떤 효과를 거두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채널부터 만들고 예산부터 쓸 생각을 하지만 뭘 어떻게 만들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할지 고민이 없는 곳이 적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공공기관, 지자체가 막대한 홍보를 쏟고도 구독자가 미미한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 질의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다. 

최근 주목 받은 한 유튜브 콘텐츠에는 “와 9급 기준 월급 100후반 주면서 얼굴 팔리면서까지 유튜브 찍게 하고 조회수 수익도 따로 챙겨주지도 않을 텐데 진짜 개 극한직업이네. 다른 시나 청에서 유튜브 하는 거 따라하겠다고 막내급들 시키면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거고”라는 뼈 있는 댓글에 많은 추천이 붙었다. 뉴미디어 콘텐츠 업계 전반의 병폐로 지적된 속칭 인력을 ‘갈아 넣는’ 관행 역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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