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보 제도는 폐쇄적 기자단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매체가 모인 사적 단체에만 배타적으로 대응하는 공보 시스템은 공공기관 개방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흐름에 역행하고 공수처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재석 287석 중 찬성 187명으로 가결시켰다. 이에 국무총리실은 11일 공수처장 후보가 지명되면 인사청문회 준비를 시작으로 공수처 준비단이 본격 가동된다고 알렸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편재된 공수처 준비단은 지난 2월 발족해 지난 7월 출범 준비를 마쳤으나 공수처장 인선이 늦춰지며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본격적인 준비단 활동이 예고되자 언론계 일각에선 공보 관행 변화에 기대를 모은다. 새로 설립되는 공공기관인 데다가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인 만큼 기존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 풍경. 출입기자로 등록되지 않으면 쉽게 들어갈 수 없다. ⓒ민중의소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 풍경. 출입기자로 등록되지 않으면 쉽게 들어갈 수 없다. ⓒ민중의소리

 

한국 언론 관행상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공보는 기자단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기관 중심의 출입처 제도와 가입이 까다로운 기자단 문화가 자리 잡으며 폐쇄적 취재 환경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공공기관은 기자단만 배타적으로 상대하면서 폐쇄적 구조가 강화됐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들은 기관이 정한 소정의 인증 절차를 거치면 취재 권한을 얻을 수 있고, 기자실을 없애거나 모든 기자가 접근할 수 있는 브리핑룸을 중심으로 기관 정보를 알리는 방식이다. 그는 16일 통화에서 “출입 기자 구성에 최소한의 다양성, 다원성을 견지하면 그나마 폐쇄적 출입 제도에 따른 문제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기존 법조(검찰·법원 등) 기자단이 그대로 공수처 출입처를 맡을 경우 상호 견제 시스템 구축이라는 설립 취지가 흔들린다고 봤다. 그는 “대검찰청 1진(팀장급) 출입 기자의 지휘를 받는 법조 기자가 공수처를 맡을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 검찰 이슈를 보듯 모든 과정에서 여론전이 동반돼 분쟁, 갈등으로 보도가 될 것”이라며 “그런데 보도 균형이 잡히지 않은 지형에서 이런 양상의 보도가 나오면 상호 견제 시스템이 왜곡돼 전달되거나 여론 지형 편향에 영향을 줘 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논란이 된 ‘판사 정보 수집 문건’을 들었다. 김 평론가는 “논란이 된 판사 사찰 문건을 보면 검찰 출입 기자들이 체크하고 취재할 포인트가 여러 가지 있었다. 가령 한 판사가 ‘술을 먹고 다음날 영장심문기일에 나오지 않았다’ 등의 문구”라며 “상식적으로 의심해도 여러 포인트가 나오는데 제대로 추적 취재한 언론사는 중앙일보 외에 별로 없었다”고 비판했다. 

현재 법조 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매체들도 개방형을 주장한다. 이들은 현행 기자단은 언론이 언론 취재 자유를 제한하는 동시에 공공기관이 매체를 차별하는 부당한 구조라고 주장한다. 

오마이뉴스는 11월26일 오후 “[전문]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갈무리.
오마이뉴스는 11월26일 오후 “[전문]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갈무리.

 

5년 넘게 법조를 취재한 인터넷매체 A기자는 “권력기관 개혁과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을 기치로 출범한 공수처는 그 어떤 기관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독립성을 요구받는다. 그런 만큼 건강한 언론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적절한 평가 기준에 근거해 모든 희망 매체들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동일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자실이나 브리핑룸 역시 정해진 소수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매체들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도 “기자단 제도 자체에 문제가 많다. 기자단은 법조뿐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에도 똑같이 있다”며 “지금은 구조적으로 출입처만 쳐다보고 있다. 다양한 기자들이 기관이 공개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기사 가치 판단을 거쳐 실마리를 잡고 여러 방향으로 취재·검증하는 방식이 저널리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준비단 관계자는 “기자실이나 취재 대응 제도에 관해 아직 내부에서 논의한 적 없다. 향후 출범 후 구체적으로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준비단은 지난 5월 3차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수처 사건에 대한 대외 공보 규칙을 논의했다. 한 공수처 자문위원은 “지난해 12월 피의자 인권보장 등을 위해 법무부가 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공수처의 경우 이보다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였다”며 “기자단·출입처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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