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방통위=“언론기관은 사회의 감시 견제 역할을 하는데 스스로 그런 정당성이나 명분을 허물어 버렸을 때 언론사로서 존립 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을 원론적으로 물어보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MBN=“용서해 주세요.” 
방통위=“예?”
MBN=“용서해 달라고요.”

# 장면 2

방통위=“방송법 위반 여부를 살펴본 결과, 방송법 18조 거짓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최초 승인, 재승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정하십니까?”
MBN=“예, 지금 조사받고 있습니다.”
방통위=“아니, 이견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고, 인정하면 인정한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MBN=“제가 조사받는 입장에서 무슨 이견이 있겠습니까.”

미디어오늘이 국회를 통해 확보한 10월28일자 방송통신위원회 MBN 행정처분 비공개 의견청취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MBN이 “죄송하다”, “송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방송법 18조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앞두고 열린 이날 의견 청취에는 방통위 상임위원들과 MBN 최대주주인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류호길 MBN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방통위는 이틀 뒤인 30일 6개월간 24시간 업무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MBN은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차명주주를 이용해 투자자본금 556억원을 편법 충당하고 수년간 회계 조작을 벌이고 이를 은폐했다. 장 회장은 이날 의견 청취 자리에서 “1995년 케이블 출범 이후 16년간 보도 채널 MBN으로 사회에 봉사했고, 그동안 IMF 등 위기를 겪으면서도 대량해고 없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MBN 즐겨보시는 시청자도 900만 가구에 달하고 MBN에서 일하는 관련 종사자도 많다. 이들의 일자리 안정을 위한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MBN은 재판 과정과 방통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출범 당시) 종편 개국 반대 여론이 매우 많았다. 거기(종편)에 투자하려는 일부 회사의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사회적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를 모으기가 힘들었다”며 불법 행위를 해명했다. MBN은 이날도 “그때 당시 한 회사가 여러 곳(종편)에 약속한 케이스들이 있었다. 다른 종편과 달리 경제신문이 모태였기 때문에 경쟁사들의 견제가 생각보다 조금 더 많았다”고 주장했다. 

MBN은 또한 “(불법 행위) 해소를 위해 대체 투자자를 모아보려고 했는데 종편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 시민단체들의 종편에 대한 견제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검토하다가 그것이 여의치 않아서 2년, 3년 이렇게 지나오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방통위 한 상임위원이 즉각적이고 신속한 불법 행위 해소 노력이 없었던 이유를 거듭 묻자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앞서 지난해 언론의 최초 보도 당시 MBN이 “사실이 아니다.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는데 최초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 것에 대해서도 “송구하다”고만 했다. 

현 방송법 위반상황(최대주주 지분 30% 이하 유지)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방법을 정말 찾기 어려웠다. 어떻게든 한번 팔아보자고 했더니 재승인하고 행정절차에 대한 나쁜 소문들이 기사화되면서 살려고 하는 쪽에서 나섰다가도 배임 이슈 때문에 거둬들인 경우가 몇 번 있었다”고 답했다. 2014년 당시 MBN 주주구성에 대해 문제 제기했던 언론개혁시민연대 종편검증TF 보고서와 관련해선 “장대환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MBN. ⓒ연합뉴스.
▲MBN. ⓒ연합뉴스.

MBN은 2018년 8월 금융위로부터 고발돼 정식 조사 통보를 받았음에도 이듬해 1월 방통위 확인작업 과정에서 수사 의뢰 사실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가 성립 되는 것 아니냐”는 상임위원 질의에 MBN은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이에 한 상임위원은 “죄송하다 송구하다 생각이 짧았다, 이런 무책임한 말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 자리는 용서를 받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적극적인 해명을 해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MBN은 “2012년 12월 사원주주들이 대출 받으면서 본인들 이름으로 돈을 납입하는 형식으로 해서 형식적인 차명은 해소가 되었다,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법의식이 그 당시에는 많이 약했다”고도 해명했다. 장대환 회장은 “중대한 사안이라고는 보고받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히며 “직원을 동원해 주식을 사라, 차명을 하라 이런 이야기는 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MBN은 이날 방통위 상임위원들을 향해 “편파성이라든지 객관성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그래도 MBN이 다른 종편에 비해서 그렇게 모자라지 않고, 그래도 여러 가지 중립이나 신뢰·객관성 면에서 편향되지 않고 방송을 유지해 온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고 했으며 “사내 건물 안에 있는 직원이 720명이다. 외주제작에서 우리 회사 프로그램으로 인해 생계가 유지되는 사람들이 약 2500명 정도 된다”며 “종사자들이 피해를 덜 받도록 선처해달라”고 밝혔다.

한 상임위원이 “탄원서에 보니 방송중단은 결국 언론자유를 침해한다 이런 주장을 해 놨다. 언론자유 침해 이야기가 여기에서 왜 나오냐”고 질의하자 MBN은 “탄원서는 스스로 시청자위원님들이 시청자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하신 것”이라며 “탄원서는 경영진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MBN은 2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의견청취 자리에서 “교통질서 지키기, 기초질서 지키기 등 많은 행사를 나서서 했다”며 “방송이 1초라도 중단이 된다, 이것은 저희로서는 정말 엄청난 충격이고 정말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죄송하지만 각별히 저희를 도와주시면 거기에 따른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위원님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좋은 어드바이스(충고)를 듣고 방통위 체면과 위신을 잘 살리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MBN 사측은 최근 사내 협회장들을 불러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행정소송에 나설 예정이니 탄원서를 써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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