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PD를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했다는 비판을 받은 KBS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가 13일 마지막 방송에서 ‘방송사 비정규직’을 아이템으로 다루며 막을 내린다. 2년 6개월 동안 방영됐던 KBS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J는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된다.

앞서 지난달 23일 J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프리랜서 PD가 글을 올리면서 “개편과 함께 20여명의 프리랜서 제작진이 부당한 해고(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알렸다.

J가 이렇게 ‘셀프 비평’을 한다고 하더라도, KBS 측의 입장과 달리 ‘비정규직 제작진과 계약서를 쓰지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KBS가 풀 숙제는 여전해 보인다. 한국독립PD협회가 지난달 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에 J의 비정규직 제작진에 대한 현장점검을 요청했기 때문에 이후로도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업계의 관심사일수밖에 없다. 또한 J 이후 KBS가 어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내놓을지에 따라서 시청자들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측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J의 마지막 방송 내용을 알렸다. KBS 측은 “故 전태일 열사의 추모 방송을 내보냈던 J였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2년 6개월 동안 언론사의 불합리한 관행에 날카로운 비평을 해왔던 J마저 자유로울수 없었던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라고 문제를 밝혔다.

KBS 측은 프리랜서 제작진이 부당함을 호소한 이유는 첫째,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받은 것이고 둘째, 프로그램 종영 결정과정에서 시청자와 제작진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스스로 짚었다.

J의 출연진인 강유정 교수는 “J만큼은 제작 과정에서 수많은 제작진들의 의견을 함께 녹여내온 프로그램”이라며 지난 2년간 보여온 J 정신과도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J는 KBS가 프리랜서PD의 주장에 내놓은 입장문을 비판하기도 했다. 프리랜서 PD가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밝혔을 때 KBS는 표준계약서를 썼고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이후 J의 다음 시즌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비정규직 제작진들이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이런 KBS의 입장에 임자운 변호사는 “방송가에서 늘 있는 일’로 치부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며 “‘앞으로도 이런 일은 발생할 거다. 비정규직은 이런 부당함을 감내해야 하는 존재들이다’처럼 들린다”고 비판했다.

J 제작진은 KBS를 비롯해 방송계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제작진들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KBS 측은 “방송계 비정규직으로 겪었던 부당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계약서 부재부터 노동량에 비해 적은 임금, 본사 직원의 갑질 등 다양한 답변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이에 “계약서 부재 등은 기초적인 수준의 노동 인권 문제”라며 “(파업이) 언론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었다면 당연히 지금 이 현장에서 같이 애쓰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셀프 비평’을 하더라도 KBS가 J 이후 어떤 프로그램을 내놓을 지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마지막 방송에서 임자운 변호사도 “(J가 내세웠던) ‘언론 개혁 끝까지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위해서 이번과 같은 사태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스스로 개혁한 이후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유정 교수 역시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느냐 아니냐,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갖고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J의 마지막 방송은 13일 밤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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