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에게 구직급여 등을 지급하는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10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득이 급감한 예술인들의 고용안전망이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문화예술계에서는 현장과 동떨어진 조건과 폭넓은 배제 문제 지적을 외면한 ‘생색내기 정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인 고용보험법은 고용보험 적용대상 예술인과 예술 분야를 선별적으로 지정해 수많은 예술인을 배제하고 있고, 시행 과정에 책임과 권한을 가진 문체부는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시행에 들어간 예술인 고용보험이 명시적인 문화예술용역 계약체결을 조건으로 하고,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만을 적용 대상으로 지정해 출판과 책 편집, 일러스트 디자이너와 보도 분야 방송작가 등이 빠지는 등 예술인이 폭넓게 배제된다고 지적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 활동 관련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예술인은 구두계약을 포함해 42%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졸속 시행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문화예술노동연대
▲문화예술노동연대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졸속 시행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문화예술노동연대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는 “2011년 일명 ‘최고은법’이라 불렸던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될 때 잠시나마 기대했다. 기대는 산산이 깨졌다. 애초 계획과 달리 산재보험은 중소기업사업주 특례로 적용됐고, 고용보험은 아예 거부됐다”고 했다. 

안 대표는 “그리고 2018년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인에도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은 20대 국회 종료까지 논의되지 않다가 코로나19 재난이 닥치자 황급히 개정안이 통과됐다. 특수고용은 배제하고, 예술인만 예외적으로 적용한다는 기만적 법이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렇게 시행된 고용보험법이 선별과 배제, 갈라치기 방식으로 적용되리란 우려는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적용 범위를 예술인복지법상 예술분야로 한정하고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은 14개 직종에만 적용된다”고 했다.

김한별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부지부장은 “올 초부터 방송사에서 코로나 여파,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제작비를 삭감하고 있다. 제작비에는 방송작가와 같은 방송 비정규직 임금도 포함된다. 보도국을 포함해 많은 작가들이 해고되는데 이들을 보호할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며 “이렇게 배제되는 예술인들은 보도국 작가뿐만 아니라 출판외주노동자들을 포함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예술인고용보험 가입 및 피보험자격 신고 절차’.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예술인고용보험 가입 및 피보험자격 신고 절차’.

김 부지부장은 “정부가 방송 현실을 전혀 모른 채 스스로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며 “5월 개정안 시행 발표 뒤 문체부 등 정부기관과 수차례의 간담회에서 우려를 꾸준히 제시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오늘을 허망하게 맞이했다”고 했다.

이들은 “예술인 고용보험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편의적인 예술인 범주 설정으로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제도 시행을 중단하고,  특수고용노동자와 문화예술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전면 적용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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