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방송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장 비중이 높은 고용 형태는 프리랜서다. 프리랜서 10명 중 7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9일 ‘방송사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실태-공공부문 방송사 프리랜서 인력활용’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내놓은 50개 공공부문 방송사의 올해 9~10월 인력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다만 KBS 서울과 지역총국, 서울 MBC는 프리랜서 자료를 내놓지 않아 프리랜서 통계에서 빠졌다.

분석 결과 방송사 비정규직 또는 프리랜서 비율은 전체 인원 대비 42%로 나타났다. 국내 공공부문 방송사 전체 인원 1만5227명(자회사 제외)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18.9%(2891명)였다. 기간제가 4.2%(665명),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14.5%(2215명)이었다. 정규직과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곳은 보도제작 PD(22.8%)와 영상제작·콘텐츠 분야(29.9%)에서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지상파 비정규직 비율이 비지상파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지상파의 경우 19.9%, 비지상파는 0.6%였다. 특히 양대 공영방송에 해당하는 2개사 지역총국과 16개 지역사의 경우 각각 비정규직 비율이 40.7%와 30.9%(MBC 지역사 평균)로 10명 중 3~4명 꼴이다.

▲한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했던 방송사 주조정실 모습. 그는 인력파견업체 소속으로 4년, 사내 계약직으로 2년 일하다 계약이 끝나 노동자성을 주장하는 법적 싸움을 시작했다.
▲한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했던 방송사 주조정실 모습. 그는 인력파견업체 소속으로 4년, 사내 계약직으로 2년 일하다 계약이 끝나 노동자성을 주장하는 법적 싸움을 시작했다.

프리랜서는 총 2659명으로 전체의 15.9%였다. 이 중 작가 직종이 34.2%(910명)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전체 프리랜서 중 여성이 71%를 차지했다고 밝히며 “일부 소수 방송사를 제외하고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정 직업군에서 여성만 프리랜서로 활용되는 직무가 16개나 돼 성별 직종분리가 확인된다”고 했다. 프리랜서 작가 가운데선 85.5%, 프리랜서 아나운서 가운데선 73.2%가 여성이었다. 

프리랜서 월평균 임금은 180만3000원이었다. 방송사 정규직 임금을 100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24.7 수준이다. 비정규직은 35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방송사 프리랜서의 성차별 고용은 보수에서도 확인된다”며 “남녀고용이 균형적인 방송사의 경우 작가 평균 보수가 186만원이었는데, 여성만 있는 곳은 165만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보수가 낮은 프리랜서는 리포터(98만원), 캐스터(120만원), 수화(122만원), 자료조사(137만원), 방송진행(149만원) 순이었다.

보고서는 자회사 직원(8.7%)도 불안정 노동자 직군에 포함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등 여타 분야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공공부문 방송사는 자회사 직원을 사용한다는 특성을 감안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규모(전송방식·권역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방송사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실태-공공부문 방송사 프리랜서 인력활용’ 보고서 발췌.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규모(전송방식·권역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방송사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실태-공공부문 방송사 프리랜서 인력활용’ 보고서 발췌.

김 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를 놓고 “방송사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착취’를 통해 운영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방송산업에서 지극히 불안정한(precarious) 노동 위치에서 방송 제작 및 지원과 같은 노동이 오랫동안 비공식화된 비가시적 영역으로 취급받고 경제적 보상으로부터 배제된 채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방송사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문제는 단순 처우 개선이 아닌, 조직 내 성차별적 고용구조와 소득 재분배 관점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산업의 고용구조와 노동환경 개선정책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공공부문 방송사에서 정부 표준계약서를 활용하고 있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며 “영국 BBC의 경우처럼 프리랜서 표준계약을 온라인으로 체결하거나 캐나다 CBC와 같이 프로그램 조기 종료 시 계약종료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공공부문 방송사는 지상파 가운데선 KBS 서울과 지역총국, 서울과 지역 MBC, EBS, 국악방송, TBN도로교통공단, TBS FM·eFM, 부산영어방송, 광주영어방송, 아리랑 제주FM, 공동체라디오 7개사다. 비지상파는 아리랑국제방송과 KTV, 국회방송, 국방TV, OUN방송대학TV, 한국직업방송, 국악방송, 연합뉴스TV, TBS TV 등 9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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