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및 검찰청을 주로 출입 취재하는 법조기자단과 관련해 기자단에 속하지 않는 기자가 겪는 취재 차별은 법에 근거하지 않아 헌법에 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7일 발표한 ‘2020 한국 인권 보고서’ 언론 분야에서 법조기자단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을 다뤘다. 법적 기구가 아닌 사적 결사체인데도 공공기관이 사적 단체 취재에만 대응하면서 타 언론인의 취재 자유를 제한한다는 분석이다. 

글을 쓴 최용문 변호사는 “법조기자단은 법인도 아니고, 법이 정한 단체도 아니다. 기자의 사적 결사체다. 그런데 왜 기자가 법원과 검찰의 출입증을 받고 기자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자단에 가입해야 하는가”라 물으며 “그래야만 법원과 검찰이 출입증을 발급해주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민변이 7일 발표한 '2020 한국 인권보고서' 표지.
▲민변이 7일 발표한 '2020 한국 인권보고서' 표지.

 

최 변호사는 이어 “(기관이) 특정 기자에게만 출입증을 발급해주는 것은 출입증을 발급받지 못한 기자의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 상황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으로 제한’되는 것이라 타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를 물었다. 

결론은 ‘타당하지 않다’였다. 법원·검찰이 근거한 기준은 각 기관의 내규이지 법령이 아니란 점에서다. 법원이 근거한 법원홍보업무 내규 12조는 “각급 기관 장은 법원의 질서, 보안 또는 재판 관계인 인권보호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출입기자에 대한 표식을 교부하고, 일정한 장소에 대해 표식이 없는 기자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정했다. 

검찰의 경우 ‘서울검찰청사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규정’ 제34조 제2항은 “법조 출입 기자의 경우 기자실 간사가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에게 제출한 언론사별 명단을 토대로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대검찰청과 협의해 (출입증을) 발급한다”고 규정했다. 최 변호사는 두 조항 모두 “내규나 예규일 뿐 법령이 아니다”라며 “이 예규 및 내규의 상위 법령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조기자단에 소속되지 못한 기자들은 언론 자유를 침해받고 있지만, 법령에 따른 제한은 아니다”라며 “그래서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냈다. 

언론의 언론 통제, 자성 기대하지만 아직…

기관 출입증 발급, 기자실 사용 외에도 기자단 소속 여부에 따라 기자의 취재 범위는 확연히 달라진다. 한 예로 사회적 주목을 받는 사건의 공판을 취재할 때 기자단은 매체 별로 노트북을 쓸 수 있는 권한을 법원으로부터 받지만 비소속 기자는 일방 방청객으로 참관해 노트북을 사용하면 경위의 제지를 받는다. 

또 다른 예로 판결문도 비소속 기자는 일반 시민들과 똑같이 정보공개청구 시스템을 통해야 한다.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이주일 이상 지나야 판결문 사본을 받을 수 있다. 신청 당일 판결문 사본을 제공받는 기자단과 차이가 크다. 판결문의 익명화 처리도 다르다. 일반 시민이 받는 판결문은 모든 고유명사가 알파벳으로 가려져 읽기 쉽지 않다. 기자단이 받는 판결문은 일부 유명 기업이나 공인 이름은 삭제하지 않거나 고유명사의 일부 음절만 가리고 공개한다. 

최 변호사는 ‘단독 보도’를 둘러싼 기관과 출입 기자 간 유대 관계를 지적했다. 기자의 단독 취재는 개인 노력과 능력에 따른 결과고 검찰과 법원도 엄연한 취재원 중 일부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보를 바라는 기자와 정보를 쥔 기관 사이에서 형성된 기자단 문화가 편향된 보도를 낳는 통로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 풍경. 사진은 지난 9월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이른바 '삼성 불법승계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민중의소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 풍경. 사진은 지난 9월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이른바 '삼성 불법승계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민중의소리

 

그는 “검찰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 이익과 관련해 중립적 지위를 요구받지만 실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개념적으로도 검찰은 재판에서 한 쪽 일방”이라며 “기자단에게 특정인 수사 상황을 공개하면 앞다퉈 ‘단독’ 타이틀로 기사를 쓰고 자극적 제목을 게재한다. 이 과정에서 검찰 입장만 반영된다”고 적었다. 

또 “‘단독’ 보도를 할 기회가 생기면 기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그 기자가 검찰의 공보담당자가 원하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하면 그들 관계는 끈끈해지고, 해당 기자는 그 인맥을 활용해 추후에도 ‘단독’ 보도를 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자는 검찰 입장을 충실히 반영해 보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이 같은 구조가 “정보를 틀어쥔 법원과 검찰이 정보를 원하는 언론사 기자들을 쥐고 길들이는 형국”이라며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한 여론을 형성하는 기능은 지속적으로 희생됐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결론 냈다. 

최 변호사는 “법조기자단 운영과 관련해 언론사 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대부분 언론사가 보이는 모습에 비춰보면 기대는 섣불러 보인다”며 “현재 관행 외의 대안을 우리(민변 언론위원회)도 명확히 제시할 수는 없지만 현재 기자단 문제는 명확하며 법적으로도 위법하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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