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가 법조기자단 ‘카르텔’을 깨기 위해 행정소송에 나서기로 한 소식과 관련해 여러 반응이 나왔다.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내고 이를 거부하면 즉시 행정소송에 돌입한다는 계획인데 이 같은 소송 취지에 공감한다며 참여 의사를 밝혀온 매체가 늘고 있다. 반면 대안 없이 기자단을 모든 악의 근원인 것처럼 그리는 것은 출입처 문화의 관행을 바로잡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번 행정소송은 언론 취재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부터 바로잡고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이 검언유착 정황과 무분별한 검찰발 보도로 나타난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자는 취지다. 특히 기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행해졌던 불합리한 구조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소송을 통해서라도 기자단의 임의적인 운영에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판단했다. 언론 자유 취재 제한 관행의 타파나 문화를 되돌리려는 자정 노력에 기대하는 것이 좋겠지만 ‘외부의 충격’없이 기자단 문제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것이 미디어오늘 편집국의 입장이다.

우선 법조기자단 가입 절차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검찰발 정보 독점의 욕구를 포기하기 어렵게 만들고 이는 폐쇄적 기자단 운영의 정당성으로 작용한 측면이 크다. 미디어오늘이 목격한 상당수 매체는 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해 울며겨자 먹기로 굴욕적인 상황을 감당해야 했다. 기자단 가입 요건을 갖추고 가입 투표날이 다가오면 기자실 앞에서 기자단 일원의 매체 기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며칠 동안 인사를 했다는 내용부터 ‘로비’ 차원에서 기자단 소속 기자와 술을 마시며 친분을 쌓는 게 고욕이었다고 토로한 기자의 증언도 있었다. 기자단에 들어가면 검찰 공식 브리핑 참여 자격이 주어지고, 법원의 판결문도 손쉽게 확보하고, 공판 취재 역시 자리가 배정돼 용이하다. 법원과 검찰 입장에서도 기자단 소속 매체만 소통 대상으로 보고 공보를 하기 때문에 기자단 가입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 검찰 기자실 앞 모습(사진 속 인물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 연합뉴스
▲ 검찰 기자실 앞 모습(사진 속 인물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 연합뉴스

이번 소송은 기자단 가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있겠지만 언론의 취재 제한 권한을 왜 기자단이 가져야 하는지 따져볼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기자단 매체였던 오마이뉴스가 ‘판사 사찰 문건’을 사진으로 공개한 것은 기자단과 취재원과의 약속을 파기(엠바고)한 것이기 때문에 징계를 줘야한다는 기자단의 논리도 기자단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되묻게 한다.

기자단의 엠바고 설정도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중지하는 엠바고는 국가의 안보 및 국민의 생명에 직결되는 사안 등에 적용해야 하는데 취재원(법원 및 검찰)과 취재기자(기자단)가 취재 시간(마감)을 확보하거나 행정 편의를 위해 임의로 약속한 것으로 굳어졌다. 기자단이 엠바고를 설정한 사례를 보면 ‘금요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 등 주요 사건 재판 결과가 쏟아질 때 어떤 판결은 즉시 보도하고 어떤 판결은 다음주로 미뤄 보도하자고 한 것이 많다. 그런데 주말 사이 해당 판결이 인터넷상 공개돼버린 일이 발생하면서 기자단 엠바고가 무력화되고 도대체 엠바고는 왜 존재하는지를 묻는 일이 많아졌다.

물론 기자단 가입 절차가 완화되고 문턱이 낮아진다고 해서 법조기자단 카르텔이 해체되는 건 아니다. 미디어오늘 소송에 ‘기자단 일원에 들어가 카르텔을 강화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분명히 밝혀둔다. 미디어오늘은 법조기자단 가입이 목표가 아니다. 한 단계 성숙한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선 법조기자단을 포함한 출입처 문화의 관행을 깨는 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현재 문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차원이다. 미디어오늘은 참여 매체가 많을수록 법조기자단 카르텔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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