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에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예술인고용보험’이 오는 10일 첫 시행을 앞둔 가운데, 책 편집·디자인·일러스트 등을 맡는 외주 노동자와 보도분야 방송작가는 제외되는 등 공백이 넓어 미디어 노동 현장에서 반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4일 성명을 내고 “예술을 업으로 삼고 노동하나 사회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보호망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예술인고용보험이 시작도 전에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며 “모든 미디어산업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예술인고용보험을 적용하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10일 예술인고용보험 시행을 앞두고 필요한 규정을 정리했는데, 가입 대상은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한 예술인”이자 “현행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 외에 신진예술인, 경력단절예술인”으로 한정했다.

문제는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 정의가 협소하다는 점이다. 해당 시행규칙은 방송작가를 ‘1편 이상의 대본을 드라마·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발표한 자’로 정의했다. 보도 분야 방송 작가는 적용 대상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의미다. 또 문학 분야 작가는 포함하지만 책을 만드는 편집, 디자인, 일러스트 등 외주 업무 노동자들은 제외했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지난 9월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예술인 없는 예술인 고용보험 시행령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문화예술노동연대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지난 9월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예술인 없는 예술인 고용보험 시행령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문화예술노동연대

방송작가유니온은 “예술인복지법상 예술활동 증명 기준이 문화예술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이를 충족하기 어려운 예술인들이 다수”라며 “증명이 불가능한 신진예술인과 경력단절예술인을 포함해 적용한다고는 하나 이 또한 소수이며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회사의 구두계약 관행 탓에 계약을 맺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해 4월 방송작가 580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9년 방송작가 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8%가(434명) 구두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018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예술 활동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예술인은 구두계약을 포함해 42.1%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계약서를 발표한 지 3년이 돼 가지만 그저 권고에 그친다”며 “이대로라면 사실상 방송작가 대부분이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정부기관 책임 방기”라고 했다. 

방송작가유니온에 따르면 문체부 측은 “예술활동 증명 여부보다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에 따른 노무인지가 중요 기준”이라는 원칙을 밝혔으나 노조가 수차례 공문을 통해 구체적 범위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이는 그동안 진행한 몇 차례 간담회가 생색에 불과했을 뿐 진정성은 없었음을 반증한다. 현장 노동자 의견은 오히려 철저히 무시 당했다”고 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영상콘텐츠 산업이 확대하면서 방송 분야 비정규직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방송사가 직접 고용해야 마땅하지만 프리랜서로 위장된 채 고용보험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됐다”며 “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첫 시행되는 예술인고용보험이 사각지대 투성이란 사실에 통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 증명 기준을 버리고 방송작가 및 예술인들에게 고용보험을 폭넓게 적용시킴으로써 진정한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는 8일 오전 방송작가, 출판 외주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고용보험 전면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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