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등 문제를 다루며 성폭력 피해 당시 상황을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제목을 보도해 거센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SBS는 지난 27일 ‘8뉴스’에서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와 피해지원 부족 문제 등을 다룬 리포트에서 “침묵 강요하고 ‘쉬쉬’…눈물 닦아줄 곳조차 없다”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SBS는 같은 내용의 온라인용 기사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겪은 임신중절, 상상 넘은 아빠의 성폭력”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해당 보도는 다음날인 28일 방송이 예정된 SBS 뉴스토리의 한 꼭지를 보도용으로 압축한 리포트였다.

리포트는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를 넘긴 피해 생존자들 증언을 바탕으로 가족과 사회의 침묵 강요와 낮은 고발율, 공소시효와 피해지원 부족 문제를 다뤘는데, 제목에서 피해자의 요구 목소리보다 과거의 피해 상황에 초점을 맞춰 선정적으로 묘사했다.

이에 소셜미디어에서 비판과 함께 SBS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여성학연구가 권김현영씨는 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피해자들은 (기사에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주로 주장했는데 이 제목에선 그 내용은 뒷전이다. 피해를 전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인터넷 판은 더욱 심각하다. 선정적인 제목으로 장사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했다”고 했다. 권김씨는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을 안 지킨 정도가 아니라 피해자를 인터뷰해 놓고 그걸로 장사하려 했다”며 “저런 식으로 소비되는데 대체 누가 인터뷰에 나서겠나”라고 했다. 

▲SBS 8뉴스 ‘8뉴스’ 갈무리
▲SBS ‘8뉴스’ 갈무리

SBS 측이 인터뷰에 응한 피해 생존자들에게 뉴스토리 방송분을 가공해 ‘8뉴스’에 보도한다는 사실을 각각 통보하지 않은 점도 지적을 받았다.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뉴스토리 방송 전날 8시 뉴스에 별도 뉴스 보도가 나간다는 건 여러 인터뷰이 중 한명이 당일 통보받은 것으로 안다”며 “언론사가 ‘원소스-멀티유즈’하는 일이 발생할 때 사전 안내와 동의가 필요하다. 제목과 문구를 뽑고 사전 상의하는 것,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오매 부소장은 해당 보도에 “친족 성폭력이 제기하는 면면의 문제를 다 삭제하고 다시 특정 피해의 장면으로 가두려는 행태”라며 “SBS 보도국의 책임 있는 답변과 사과를 함께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매 부소장은 “끔찍하고 경악스러운 일로, 남의 일로 친족 성폭력을 ‘원점화’ ‘초기화’ ‘소재화’하려는 행태에 분노한다. 사안을 계속 ‘어떻게 그런 일이’로 충격 선상에 가두는 것은 취재자와 해당 언론 스스로의 한계”라고도 했다. 

이에 SBS는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SBS는 2일 “비판과 지적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마음의 상처에 거듭 죄송하다.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층 더 신경쓰겠다”고 했다. SBS는 본래 뉴미디어국 주도로 결정하던 인터넷판 기사 제목을 보도국을 포함한 3명의 데스크가 게이트 키핑하도록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SBS 뉴미디어국 관계자는 “제목에 관한 비판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내부적으로 회의를 열고, 자성한 뒤 대응책을 논의했고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BS 뉴스토리팀 관계자는 “제목 초안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은폐와 외면에 초점을 맞췄으나, ‘8뉴스’와 온라인 보도 과정에서 바뀌었고 이를 알지 못했다. 피해자의 문제제기에 공감해 28일 제목을 수정토록 하고 사과를 드렸다”고 했다.

피해자에게 ‘8뉴스’ 보도 사실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모든 인터뷰이에게 방송 전날 8뉴스에 보도가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매번 공지한다. 다만, 보도 당일 한 분의 피해자에게 이를 알린 뒤, 그를 통해 등장한 익명의 피해자들에게도 전파가 될 줄 알고 따로 연락을 못했다”고 밝힌 뒤 “기사 내용 면에서 인터뷰의 취지와 다른 점은 없었지만 제목 탓에 논란이 벌어져 유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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