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전문 일간지 매일노동뉴스가 12월1일자로 지령 7000호를 맞았다. 1992년 팩스와 PC통신으로 만들기 시작해, ‘세계 유일 노동전문 일간지’로 자리매김한 지 28년째다. 노회찬 초대 매일노동뉴스 발행인·대표는 “종전의 협력적 노사관계가 아닌 상호 실체와 노사 대립을 인정하는 합리적 노사관계”를 편집 방향으로 내놨다. 당시 뉴스 통로를 독점한 대다수 방송사와 신문사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등을 돌렸다.

매일노동뉴스의 또다른 별칭은 ‘노·사·정이 모두 열독하는 신문’이다. 한겨레는 1996년 매일노동뉴스를 소개하며 “보수적인 ‘자본가’에서부터 진보적인 노동운동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독하는 매체가 과연 가능할까?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이 조화를 절묘하게 이룬 미디어가 있다”고 했다. 매일노동뉴스의 현 구독층도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정부기관 순으로 크게 묶인다.

1호를 선보인 뒤 30년이 흘렀지만, 노동자를 둘러싼 여론과 보도 지형은 여전하다. 매일노동뉴스의 박승흡 회장과 한계희 편집국장은 이 같은 ‘풍요 속 빈곤’ 안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알리고 공론장을 여는 ‘촉진자’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1일 서울 서교동 매일노동뉴스 사무실에서 박 회장과 한 국장을 만났다.

- 세계 유일한 노동전문 일간지다. 국내에 노동 이슈를 매일 전달하는 전문지가 있다는 것의 의미는?
한계희 편집국장(이하 한) = 노동조합의 기관지로서 일간지는 해외에도 있지만, 독립언론으로는 매일노동뉴스뿐인 것으로 안다. 과거 국내 종합매체들이 노동을 주변 이슈이자 곁다리로 다루던 데 비해 최근 분위기가 달라진 건 맞다. 그러나 뜨거운 이슈를 중심으로 다룬다는 점에선 변함이 없다. 매일노동뉴스는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호소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사실에 부합하는지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함께 보도한다. 주요 매체가 좀처럼 중하게 다루지 않는 노동정책도 분석한다. 노‧사‧정 각 주체가 사실에 바탕해 사안을 이해하도록 하고 서로의, 특히 노동자의 요구를 알리는 ‘촉진자’의 역할을 자임한다.

- 매일노동뉴스 출발을 이야기하며 초대 발행인이자 대표였던 고 노회찬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노회찬 당시 진보정당추진위원회 조직위원장이 지면 발행을 지지하고 발행인을 맡으면서 매일노동뉴스 지면매체가 창간했다.
박승흡 회장(이하 박) =
노회찬 의원은 노동운동 선배다. 매일노동뉴스를 세운 뒤 10년 간 끌어왔다. 노 의원에게 2000년 처음 인수 제안을 받았고, 이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설립하고 노동일보가 폐간한 뒤 2003년 7월에 인수를 결정했다. 노 의원과는 큰 틀의 공감대가 있었다. 노동운동과 노동이 존중받는 정치, 성찰하고 비판할 수 있는 노동 언론이라는 세 가지가 어우러져 노동운동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매일노동뉴스 1993년 5월19일 지면 창간호(오른쪽)와 12월1일 7000호. 사진=김예리 기자
▲매일노동뉴스 1993년 5월19일 지면 창간호(오른쪽)와 12월1일 7000호. 사진=김예리 기자

- 매일노동뉴스 운영 초반에 해당하는 2000년대 초반과 현재, 노동을 보도하는 여론 지형은 어떻게 다른가?
박 =
외려 나빠졌다고 본다. 2003년 당시만 해도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노동전문기자를 뒀다. 오마이뉴스에선 현장성을 담보하는 보도 역할을 맡았다. 현재는 일간지들이 산업‧노동안전 문제를 다루는 경향이 눈에 띄는 한편, 전체로 볼 때 노동 문제를 보도하는 운동장의 기울기는 더 심해졌다. 보수‧경제지의 왜곡 보도는 확대되고 강화된 면이 크다. 사안에 따라 정당한 몫의 기사를 배분해 다뤄야 하는데 작고 표피적인 부분은 과장하고, 어떤 것은 축소 보도를 하거나 외면하는 본말전도가 더 심해졌다.

- 매일노동뉴스의 역할은 달라진 여론 지형에 맞춰 어떻게 달라졌나?
박 =
매일노동뉴스는 조직되지 못하고 노동기본권이나 사회보장 면에서 소외된 노동자 문제를 의제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출발점에선 양대노총 지원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겪는 문제를 다뤄왔고, 점점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미조직 비정규 청년노동 문제가 커지고 있다. 후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루고 의제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서 노동과 부동산, 사회복지, 코로나19 등 현안에 관한 의제로 넓혀가기를 요청 받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지령 7000호 기획보도는.
한 =
물류산업이 갈수록 각광받는다. 점점 그 중요도가 높아지는데, 그 안에 여러 고용형태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가장 외면 받아온 고용형태를 조명하고자 했다. 플랫폼을 통한 새벽배송과와 택배 상하차 현장이다. 최근의 산업 흐름을 4차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데, 현장을 들여다보면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대체한다기보다 ‘명령하는 일을’ 대체하는 모습이다. 노동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데다 위험한 현장에서 바짝 긴장한다. 분이 쌓이고 욕설이 일상다반사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 관련 기사 : 기획① 시급 1만원도 안 되는 16시간 야간노동 택배 상하차 / 매일노동뉴스 ]
[ 관련 기사 : 기획② 새벽 7시, 당신의 집 앞에 ‘일용직 새벽노동’이 배송됐습니다 / 매일노동뉴스 ]
[ 관련 기사 : 기획③ 물류산업 성장 속 가려진 노동 현실 / 매일노동뉴스 ]

- 매일노동뉴스 웹사이트에선 매일 아침 7시30분 어제자 기사를 동시에 송고한다. 온라인 기사 노출 시간을 지면 발행에 맞추는 건 온라인 매체로서 드물다. 이 같은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유는?
한 =
과거 2003년에 지면 담당팀과 인터넷팀을 따로 두는 이원화를 시도했다. 재정 부담이 커서 되돌린 적이 있다. 인원이 충분치 않은 현 상황에서 속보시스템을 도입하면 더 어려워지리라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면 기사와 같은 내용이 인터넷에 풀리는데, 구독료가 적지 않은 만큼 독자가 먼저 지면 기사를 만나보도록 한다는 의도도 있다. (매일노동뉴스의 재정은 구독료가 60%를 차지한다.)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 사진=김예리 기자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 사진=김예리 기자

- 매일노동뉴스가 노동조합의 소식을 주로 전하는 만큼 노동운동에 ‘긴장과 파문을 주는 시각’, 또는 비판적인 보도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써야 할 문제를 재정 압박을 이유로 피하지 않는다. 다만 노‧노갈등을 부추기게 되는 상황이나 논쟁이 생산적이지도 교훈으로 남지도 않는 경우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예컨대 사회적 대화를 둘러싸고도 의견을 최대한 보여줄 필요가 있지만, 논쟁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도를 통해 노사정을 비롯해 각 주체의 대화를 주선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하자는 방향이다.

- 한정된 구성원으로 매일 노동 현장 전반의 기사를 작성하다 보면 기획이나 탐사보도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여력이 줄어들지 않는지?
한 =
‘한 사람만 더 있다면 좋겠다’고 늘 이야기한다.(웃음) 전투하듯이 올 한 해를 보냈다. 올초 연차가 오랜 기자들이 나가고 신입이 많이 들어오는 등 변동이 커서, 매일노동뉴스 구성원이 같이 전투에 나간 전우들 같았다. 그럼에도 서로 빈 공간을 채우고 메워준다는 합의가 있다. 그래서 지난달 전태일 50주기나 이번 7000호 기획처럼 며칠간 현장 취재가 가능했다. 심층 취재의 여지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는 언론사 가운데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드문 언론사다.
박 =
2003년 창간 때부터 도입했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이다. 노동이사제로 회사 살림이 어려운 시기엔 함께 해결에 나서고, 사정이 나아지면 처우 개선에 먼저 나서고 있다.

- 앞으로 1000호, 약 3~4년 동안 무게를 둘 노동 현안은?
한 =
산업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구조조정 상황도 닥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전직도 대규모로 일어나고 소외되는 노동이 더 많아질 것이다. 시간제 노동과 간접고용, 특수고용과 같은 비정규직 양산 문제는 이번 정부에선 개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해결 요구가 더 커질 것이다. 제조업도 마찬가지인데, 제조업은 노조 구성원이 고령화해 완성차 공장의 경우 나이대가 높다. 노조 내부에서도 소통 문제가 점차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도 이들 사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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