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감독들에게 사적 이유로 돈을 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한 시민기자가 뒤늦게 구설에 올랐다. 국·내외 프로배구를 취재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이야기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ㄱ기자는 2015년부터 2018년께까지 여러 현직 감독들에게 수백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남자 프로배구의 A 감독은 1일 통화에서 “2015년으로 기억한다. 전화통화로 자기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다는 말을 전하며 5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전화는 몇 번 했지만 일면식 없던 분이라 당황했다. (ㄱ기자에 대해) 지인들에게 물어본 뒤 다시 직접 전화해 빌려주기 어렵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배구감독을 지냈던 B씨도 “2018년 1월경 통화에서 ㄱ기자가 자신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며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100만원을 입금해줬다. 얼마 뒤 곧바로 추가로 돈을 빌려달라고 해 그때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ㄱ기자는 A 감독과 B씨 외에도 여러 배구감독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갓 감독에 부임했던 모 감독에게는 2017년 전화로 300만원을, 또 다른 감독에게는 2018년께 1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ㄱ기자를 본 적 없거나 경기장을 지나치며 한두 번 봤을 뿐이다. ㄱ기자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한 감독은 동료 지인에게 “우리 팀에 대해 안 좋은 기사가 나갔다”고 토로한 적도 있었다. 금전을 요구받은 감독들의 공통 반응은 “일면식 없던 이의 요구에 당황했다”는 것.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기자가 취재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취재윤리에 저촉될 수 있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은 취재 보도 과정에서 기자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가 배구 기자가 아니었다면 배구 감독들과의 통화와 접촉이 용이하지 않았을 거란 점에서 ㄱ기자의 금전 요구가 도마 위에 올랐다. ㄱ기자가 금전 문제로 여러 배구 감독을 접촉한 사실이 뒤늦게 문제로 떠오른 건 감독과 스포츠 기자들의 소통 과정에서 “나도 ㄱ기자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는 공통의 증언이 나오며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ㄱ기자는 지난달 27일 통화에서 “3년여 전의 일이었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는 등 개인적으로 급한 상황이었다”며 “몇 분의 감독님들에게 전화했던 것은 지금도 후회한다. 아무리 급하고 어려운 사정이 있더라도 감독님에게 전화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ㄱ기자는 “딱한 사정을 아시고 감독님 한 분이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빌려주신 것 외에는 빌린 돈이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갚으라고 하신다면 얼마든 갚을 것이다. 저는 주로 해외배구 소식이나 김연경 선수 기사를 다뤄왔고, 국내 배구나 감독 기사는 많이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ㄱ기자는 미디어오늘 취재 이후인 1일 B씨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고 빌린 돈 100만원을 갚았다.

ㄱ기자는 “배구를 공부하며 기사 하나하나에 자부심을 갖고 보도했다”며 “국내 감독님들에게 영향을 주거나 할 목적의 기사는 쓴 적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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