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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사설] 종부세 ‘폭탄’ 보도와 부부 살해사건 보도
[미오 사설] 종부세 ‘폭탄’ 보도와 부부 살해사건 보도
[미디어오늘 1278호 사설]

지난 6월 한 지역 방송은 한우 킬로당 10만원이 넘고 배추 가격이 50% 이상 상승해 물가가 비상에 걸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매체는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농산물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라는 분석”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한 반응은 “1킬로당 10만원짜리 한우는 어디서 파는 거냐”, “비싼 한우를 먹어서 재난지원금이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때는 언제였느냐” 등이었다. 재난지원금 실효성을 따진 게 엊그제인데, 이젠 재난지원금 때문에 물가를 올랐다는 뉴스가 맞느냐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농산물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미리 예상해 정부가 소비진작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는 지적이지만 가계에 도움이 됐던 재난지원금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그리면서 뉴스 소비자의 반발이 컸다.

부동산 종부세 폭탄 프레임을 앞세운 보도 역시 한쪽 눈을 감은 반쪽 짜리 보도에 가깝다. 해당 보도를 보면 2020년 문재인 정부 종합부동산세가 세금 폭탄에 이를 만큼 과도하고 평생 1가구 1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비합리적인 세금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수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차례 홍역을 거쳤던 종부세 논란은 2020년 매우 극적인 형태로 재현되는 중이다.

우선 종부세는 1세대 1주택자 집값 9억원 이상에 고지서를 발부하는데 실거래가 14억원 정도의 주택에 해당된다. 전 국민 1.3%가 적용 대상이다. 집값 폭등에 따라 종부세 대상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종부세가 상승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며 이견이 없다. 핵심은 종부세가 과연 ‘폭탄’이라고 불릴만한 비합리적인 세금 구조인지, 실제 종부세 고지서는 ‘폭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 서울 잠실의 한 상가 부동산 매매업소의 모습 ⓒ 연합뉴스
▲ 서울 잠실의 한 상가 부동산 매매업소의 모습 ⓒ 연합뉴스

많은 언론이 종부세 고지서를 기반으로 ‘폭탄’이라고 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언론이 극적인 연출을 위해 의도를 가지고 몇 가지 팩트를 은폐하는 방식의 ‘꼼수’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 양천구 목동의 2주택자 사례로 지난해 10만원 종부세가 부과됐지만 올해 70만원 종부세가 나왔다는 보도는 현행 종부세 취지를 반영한 과세표준에 따라 일반적인 납부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얼핏 보고 지나간 ‘종부세 7배 증가’라는 뉴스 제목은 ‘종부세 폭탄’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한다.

물론 이런 ‘꼼수’ 보도는 일부 매체의 팩트체크에 따라 분별이 되지만 양적으로 보면 종부세 폭탄 프레임의 효과를 깨기엔 역부족이다. 수천만원의 종부세가 올랐다는 보도 역시 ‘어폐’가 있다. 해당 아파트의 집값 상승분(10억원 이상)은 뉴스에 전혀 나오지 않은 탓이다. 장기 보유 주택에 한해서도 종부세 감액이 이뤄지지만 ‘강남에 한채 주택을 가진 은퇴자의 노후’를 심각히 침해하는 것으로 설정한 뒤 선별된 종부세 고지서는 그야말로 ‘폭탄’이 된다. 수십만원부터 수천만원에 이르는 종부세 상승은 사실이지만 ‘맥락’을 철저히 은폐한 의도된 왜곡이다. 세금이 오르면 당연히 저항이 있기 마련인데 이를 가지고 ‘폭탄’이라고 일컬을 정도라고 한다면 여러 사례가 보편적인 내용으로 수렴돼야 한다.

최근 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사건을 두고 부동산 문제와 연관지어 내놓은 보도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달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아파트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은 ‘주민 진술에 따르면’이라는 인용 문구 아래 부부가 아파트 매입 자금을 두고 싸웠다는 것을 팩트로 제시하고 해당 부부의 거주지가 전세 보금증 4억원 수준이었지만 7억원으로 상승했고 아파트 값이 올라 집을 매매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더해 아파트 집값 상승을 부부 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아내를 살해하고 남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발생 원인을 짒값 문제로 본 언론 보도는 얼마나 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누구나 집값 폭등은 부부 갈등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살인이라는 비극의 원인으로 결론내는 것은 위험한 추정에 불과하다. 이 같은 언론 보도를 두고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는 “‘좌절’과 ‘비극’이라는 말은 가해자인 남편에게 살해의 ‘이유’를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그를 구조의 피해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분명 아내는 죽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가정의 불행까지도 정부 비판 도구로 활용한 언론 보도에 대한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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