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를 발표했다. 헌정사상 최초이며 검찰 조직의 후폭풍이 예상돼 모든 뉴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언론계에선 기자회견 형식을 두고 말이 많았다. 추 장관이 기자회견을 한 시간은 오후 6시. 검찰 출입 기자단은 기자회견 당시 추 장관을 향해 “장관님, 퇴근 무렵 전에 일방적으로 이렇게 브리핑하겠다고 통보하는 건 기자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항의했다. 다른 한 기자가 “아이 진짜. 너무하네, 진짜”라고 말하는 장면도 방송 화면에 잡혔다.

매체의 마감 시간이 임박한 시점에 추 장관이 급작스레 오후 6시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와 같은 중요한 뉴스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반응이나 검찰 입장 등을 반영하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받아쓰기만 할 수밖에 없다는 토로로 보인다. 더구나 추 장관은 브리핑이 끝나고 질의응답을 하지 않으면서 ‘일방 발표’라는 모양새가 굳어졌다. 추 장관이 ‘친검’ 기자 관점이 반영된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이슈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6시 기자회견을 기획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최근 비슷한 일이 있었다. ‘중부라인’을 출입하는 경찰 출입 기자단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간보도계획에 없는 ‘즉시자’ 보도자료를 많이 낸다고 항의했다. 인권위에서 예정에 없었던, 즉시 처리가 가능한 보도자료를 내는 횟수가 많아지자 경찰 기자단 안에서 인권위 보도자료를 보이콧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는 것이다. 기자단은 인권위에서 ‘즉시자’ 보도자료를 낼 경우 다음주 보도계획에 담거나 다음날 정오자로 엠바고를 걸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를 인권위가 따르지 않을 경우 보도자료를 받지 않은 방안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기자단은 “즉시자로 쏟아져 나오는 보도자료들을 언론이 검토하고 취재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급하게 받아쓰듯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두 사례와 같이 기자단이 받아쓰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간상 여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기자단 주장에 여론이 냉랭한 이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월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질문받고 있다. ⓒ 연합뉴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월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질문받고 있다. ⓒ 연합뉴스

당장 6시 기자회견 주체가 검찰과 같은 조직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항의했겠느냐는 반박이 나온다. 힘센 기관의 보도자료였다면 과연 경찰 기자단이 ‘보이콧’ 논의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키 어렵다. 인권위가 시급하게 냈던 보도자료를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이유가 ‘뉴스공급자’ 기자단 편의를 위한 건 아닌지, 미디어수용자 입장을 고려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한 법조 출입 기자는 “두 사례와 같은 논리라면 새벽에 영장이 나와도 판사한테 엠바고 정해서 알려달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 특히 검찰에 대해선 보이콧의 ‘보’자도 꺼내지 못하는 게 기자단의 행태”라며 “일방 발표가 되지 않기 위해 미리 시간을 조율하는 절차도 필요하지만 왜 그 절차에 대한 요청이 선택적이냐는 것이다. 지검 차장이나 대검 부장이 6시 이후 티타임을 갖자고 했으면 아무 말이 안 나왔을 것이고 받아쓰기를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후 6시 기자회견’과 ‘즉시자 보도자료’에 대해 기자단 주장과 여론의 간극이 큰 것은 기자단을 향한 불신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검찰 기자단 해체 요구에 특권과 폐쇄성, 배타성, 권위주의와 같은 단어가 왜 포함돼 있는지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미디어오늘은 행정소송을 통해 기자단 가입 여부를 기자단 내부 규정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묻고자 한다. 시민의 알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언론의 역할에 기자단의 존재 이유가 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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