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BN에 대해 지난달 27일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MBN은 재승인 심사에서 1000점 중 640.50점으로 재승인 기준점수(650점)에 미달해 ‘재승인 거부’가 가능했지만 방통위는 역대 최다인 17개 조건을 부여해 재승인하는 쪽으로 택했다. 승인 유효기간은 12월1일부터 2023년 11월30일까지 3년이다. 

앞서 방통위는 종편 출범 당시 투자자본금 556억원을 편법 충당하고 수년간 회계 조작을 벌인 뒤 이를 은폐해온 MBN에 지난 10월30일 6개월 ‘방송 전부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의결했다. 다만 처분 시점을 6개월 유예했다. 당시 ‘승인 취소’가 아닌 ‘업무정지’를 결정한 만큼 이번 재승인 심사결과도 ‘조건부 재승인’일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업무정지 기간 6개월은 승인 유효기간 3년에 포함된다. 

방통위는 MBN의 유례없는 불법행위에 따라 유례없는 재승인 조건을 붙였다. 업무정지 행정처분으로 MBN에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방송법 시행령 제3조에 따른 특수관계자 포함)가 경제적 책임을 지는 방안과 대표이사 및 임직원 당사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명시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MBN은 재승인 의결 전날인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이번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가 1287억8514만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연간 매출액 1865억9748만원의 69.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실제 영업정지에 따른 손실은 다를 수 있다.

▲지난 2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모습. ⓒ방통위
▲지난 2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모습. ⓒ방통위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은 MBN 최대주주인 매일경제와 특수관계자 장대환 회장은 영업정지로 인해 1287억원 상당의 피해액이 발생하더라도 MBN의 다른 주주나 MBN 구성원, 제작 협력사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제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김현 부위원장은 경제적 책임을 지는 방법으로 “차등감자 이후 유상 증자 방법”을 예로 들었다.

감자는 ‘자본금을 줄여 손실을 지워버리는 것’이고, 차등감자는 최대주주와 일반 주주 간 손실에 차등을 주겠다는 뜻이다. 다른 주주들과 동일 감자할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올라갈 수 있어서다. 감자가 자본금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경우 MBN의 최초 납입 자본금 3950억에 미달할 수 있어 유상 증자가 필요하다. 방통위의 주문은 유상 증자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집어넣어야 할 자본을 모두 투여하라는 맥락이다. 이와 관련 양한열 방송정책국장은 “우리가 구체적으로 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MBN이 여러 방안에 대해 검토한 뒤 방통위와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BN은 또한 올해 소각한 자기주식 금액 이상으로 자본금을 증가시키는 방안도 6개월 안에 마련해야 한다. MBN은 금융위원회 처분에 따라 지난 4월 자기주식에 해당하는 차명주식 약 402만824주를 소각했다. 1주를 5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201억 수준이다. 

회계 조작 사태가 드러나며 올해 7월 기준 매일경제와 장대환 회장의 MBN 주식 소유 비율은 32.64%다. 일간신문 경영법인(특수관계자 포함)은 종편 주식 또는 지분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는 방송법 8조 위반 상황이다. MBN은 빠른 시일 내 이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

이밖에도 방통위는 △최대주주가 방송사 운영 및 내부 인사업무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영혁신방안을 종사자 대표의 의견 및 외부기관의 경영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마련할 것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할 것 △대표이사는 방송전문경영인으로 공모제도를 시행하여 선임하고 종사자 대표를 공모 심사위원에 포함시킬 것 등을 재승인 조건으로 걸었다.

방송사 재무건전성을 해할 수 있는 최대주주와의 자금대여·담보 제공 등 내부거래도 하지 않도록 재승인 조건으로 부여했다. 차중호 방송지원정책과장은 “최대주주인 매일경제가 MBN에 경제적 피해를 주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MBN 노사는 지난달 보도국장 신임투표제와 노사 동수 시청자위원회 구성 도입에 합의했다. 6개월간 24시간 영업정지 행정처분이 시행되더라도 직원들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명시했다. 2021년 임기가 시작되는 노조 추천 위원에는 참여연대 출신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종열 전 언론노조 조직쟁의실장 등 5명이 포함됐다. 反노조 프레임을 주도해온 매일경제와 장대환 회장 입장에선 ‘경악스러운’ 변화에 합의한 셈이다. 

▲MBN. ⓒ연합뉴스
▲MBN. ⓒ연합뉴스

 

감당, 회피, 무시, 포기… MBN의 선택은 

관건은 MBN이 이 모든 재승인 조건을 감당할지 여부다. MBN은 6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회피한 뒤 정권교체 이후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또는 정치적으로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방통위가 절대 승인 취소를 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지속적으로 재승인 조건을 위반하며 시정명령을 받으며 OBS와 같은 ‘모럴 해저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아니면 경기방송의 사례처럼 ‘자진 폐업’을 택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KBS ‘열린 토론’에서 “재승인 제도가 의도한 건 위축 효과지만 조건을 자꾸 붙였을 때 교정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하면 안 된다. 잘 안 되는 방송사는 교정 효과 없는 부담만 주렁주렁 붙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6개월 업무정지면 (MBN이) 스스로 (방송사업을) 접을 것이라 예상하는 분도 있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며 “MBN 입장에서 (행정처분이) 가혹한 건 맞으나, 방통위가 (위법행위에 따른)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데 있어서 너무 많은 정무적 고려를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MBN 재승인 이후 성명을 내고 “대주주 교체를 통해 MBN 구성원들이 스스로 건강한 언론을 만들 기회를 줄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지만, 방통위 선택은 또 다시 ‘봐주기’였다. 일견 까다로워 보이는 재승인 조건조차 비판 여론을 의식한 ‘구색 맞추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방통위를 비판했다. 

민언련은 “MBN 같은 ‘사기 언론’이 재승인을 매번 무사통과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정치 수준과도 맞닿아 있다. 각 정당은 부적격자들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해왔다. MBN 재승인 과정에서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은 철저히 ‘종편 사수대’ 역할만 했고,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상대방을 핑계 삼아 원칙보다 논란 회피를 선택했다”고 주장하며 방통위원 임명구조부터 재승인제도까지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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