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완수. 1974년 경향신문 입사. 1980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과 해직. 그리고 복직. 20세기 해직 기자는 21세기 들어 경인방송 대표이사, YTN 대표이사, 시사인 대표이사를 거치며 언론사 경영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지난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지난달 30일 표완수 신임 이사장을 만나 정부 광고 집행과 수수료 등 언론재단을 둘러싼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여야 의원들이 각각 정부광고법 개정안을 내며 현행법을 바꾸려 한다. 재단이 가져가는 정부광고 수수료를 낮추고, 정부 협찬은 방송사 직거래를 허용하고,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대행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어떤 입장인가. 

“정부광고법은 기존 언론재단이 해왔던 일의 법적 근거가 미약해 2018년 12월 마련했다. 언론재단은 정부 부처나 공기업 등 정부 기관을 대신해 광고(지면·화면)를 사는 곳이다. 코바코는 지상파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곳인데, 코바코가 재단 업무 일부를 가져가게 되면 판매와 구매를 다 하는 격으로 논리에 맞지 않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나 법제처에서 협찬을 광고로 해석하고 있다. 설사 협찬을 (광고에서) 제외한다 해도 방송사의 협찬 영업 과정에서 불투명하고 부패한 과거 관행이 나올 수 있다. 방송사 협찬 요구에 시달려 정부 기관이 일을 못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재단은 수수료를 통해 수익금을 남기거나 적립해 누구에게 배당하거나 부동산을 사는 곳이 아니다. 모두 언론과 언론인을 위한 지원에 쓰고 있다.”

-정부광고법 시행 이후 지난 9월까지 정부 광고 누적 수수료가 1310억 원 규모로 알고 있다. 수수료 10%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민간 광고대행사 수수료는 평균 15%다. 우리는 10%를 받아 수익을 남겨서 다른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언론진흥기금이나 언론인 금고에 들어가는 예산을 어느 정도 만들어야 해서 그렇게 (수수료가) 책정된 것 아닌가 싶다. 언론 지원을 위해 예산이 필요한데, 국고로 갈 수 없다고 판단해 프레스센터 운영 수익금과 수수료 수입으로 (예산을) 편성하라고 정부에서 판단한 것이다. 수수료 수입은 우리 직원들이 보너스를 더 받고 하는 차원이 아니다.”

▲표완수 신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언론재단
▲표완수 신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언론재단

-정부 광고 집행에 있어 언론사별 단가 차이가 있다. 유료부수와 열독률에 따른 판단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유료부수를 인증하는 ABC협회 내부에서 부수인증에 문제가 있다며 조사가 필요하다는 진정서까지 등장했다. 정부 광고 집행 기준이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와 한겨레처럼 발행 부수의 96%·93%가 유료부수라는 수치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재단으로서는 광고주 의사를 반영한 뒤 ABC협회 부수인증과 한국리서치 열독률 등을 종합해 (단가를) 판단한다. 그런데 중요 자료로 활용되어온 ABC협회 수치에 문제가 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문체부 조사) 상황을 지켜보며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언론사별 정부 광고단가 등급을 재조정해야 한다. 한국리서치 열독률 조사결과도 현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 과거 정부에서 시사인이 압도적인 잡지 유료부수를 기록해도 주간조선과 주간동아는 5%·4%, 시사인은 1% 미만의 열독률이 나온 적도 있다. 현실과 다르게 매체평가가 관행적으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 내부에서 시정을 요구하면 해당 언론사에 로비를 받았냐고 의심하고, 그러면 침묵 속에 불합리함이 지속된다.”

-코바코와 프레스센터 문제로 5년 가까이 법적 다툼 중이다. 여러 이사장이 다툼을 풀겠다고 했지만 풀지 못했다. 대법원판결만 남겨두고 있는데. 

“과거 신문회관이 있던 자리에 코바코와 서울신문이 1985년 프레스센터를 설립했고 12층부터 20층까지 관리·운영은 언론재단이 맡아서 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언론 지원에 사용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SBS가 자사 미디어렙을 갖고 지상파 광고 수입이 감소하며 방송 광고 환경이 달라지자 코바코 수입도 줄었고, 그런 상황에서 재단과의 기존 프레스센터 무상위탁계약 갱신을 멈추고 2014년부터 언론재단이 프레스센터에서 올린 수익이 부당이득이라며 소송에 나섰다. 대법원판결까지 나오면, 정부 차원의 언론지원사업을 법원이 최종 판단하는 꼴이 되는 좋지 않은 선례가 나오게 된다. 이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진지한 협상이 필요하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

-어떻게 대화하겠다는 것인가. 

“협상에 100대0은 있을 수 없다. 적절한 선에서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하고 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선에서 협상할지 그 근거도 필요하다. 프레스센터는 신문회관에서 출발했다. 광고 판매회사가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언론인들이 연구하고 활동하는 언론인의 전당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가 프레스센터 지분을 코바코에 줬기 때문에 상충하는 면이 있어 타협을 통해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 ⓒ언론재단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 ⓒ언론재단

-국회도 세종시 이전 논의가 있는데 언론재단도 갈 수 있나.  

“세종시를 행정 수도로 만들고 국회가 간다면 그곳에도 프레스센터가 있어야 한다. 제2 프레스센터가 될지, 세종 프레스센터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프레스센터 건립이 필요한 상황으로 본다. 주요 언론사가 여전히 서울에 있어서 재단을 통째로 옮기는 것은 어렵고, 재단 기능의 일부를 세종시로 보내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신임 이사장으로서 언론재단의 주요 사업을 꼽는다면. 

“기존 인쇄 매체가 큰 변화를 거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는 심한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생태계로 바뀌는 과정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들 언론사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적응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재단이 해줘야 한다. 개별적으로 어려운 언론사에 광고를 주는 식의 지원은 할 수 없다. 디지털화로 인한 가짜뉴스의 범람도 각 언론사가 해결할 수 없어 재단이 지원을 통해 가짜뉴스 범람을 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팩트체크에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 같은 것을 지원하는 식이다. 배달망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신문·잡지의 유통지원도 고민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언론사와 언론인이 어려움 겪는 가운데 100억의 긴급지원금을 마련해 그 중 30억은 언론인 금고로 가서 긴급생활자금 저리 융자를 추가로 지원했다. 50억은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공익광고 집행에 쓰였다. 내년에도 언론인과 언론사 지원에 노력하겠다.”

-언론이 위기다. 무엇보다 언론 신뢰도에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신뢰도를 높일 해결책이 있을까.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언론도 양극화됐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저널리즘 가치실현 전문기관이다. 언론사는 사실 보도와 의견 표명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기사와 의견을 뒤섞지 말고, 기사에선 사실을 전달하고 의견은 사설과 칼럼으로 전해야 한다. 언론재단은 저널리즘 가치 확립을 위해 신입 기자부터 간부들까지 교육 및 재교육을 제공해 이들이 높은 책임의식을 갖고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게끔 하겠다. 미디어의 전달 내용을 비판적으로 해독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학생 시절부터 실시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우리의 주요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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