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언론 “전두환, 집행유예 아쉽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씨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부장판사 김정훈)은 지난 30일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선고의 핵심 쟁점은 1980년 5월에 헬기 사격 여부였는데, 재판부는 “1980년 5월21일 광주 불로동과 27일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1일자 광주일보 1면.
▲1일자 광주일보 1면.

앞서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전씨는 지난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기간 중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광주 언론은 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에 일제히 전두환씨 유죄 소식을 보도했다. 사설도 썼다. 광주 언론은 “80년 5월에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온 점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아직도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점, 유죄 판결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집행유예에 그친 점 등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1일자 광주 언론 1면.
▲1일자 광주 언론 1면.

광남일보는 1심 재판을 맡은 김정훈 부장판사가 전두환씨에게 사죄를 권했고, 재판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광남일보는 3면에 “‘5·18로 고통받은 국민에게는 피고인의 엄벌도 중요하지만,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 것이다. 피고인은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 1심 재판을 맡은 김정훈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어가는 도중 말을 멈추고 약 5초간 침묵했다”고 보도했다.

광남일보는 “이날 1심 선고 판결 시작 전 5분 전 미리 재판장에 들어온 김 판사는 방청객과 취재진에게 안내 설명을 하기 위해 미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 다양한 시각 있음을 알고 있으며, 공정한 재판 진행하도록 노력했다’며 ‘만약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재판부의 부덕함 때문이다. 아마도 모든 소송관계인이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부담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했다.

광남일보는 사설에서 “전두환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재판부가 감옥살이를 면하게 하는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아쉬움을 남겼다”며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전씨에게 감옥살이를 면하게 해준 것은 많이 아쉽다. 집행유예는 국민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씨는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5월 학살의 최고책임자이면서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는 뻔뻔한 자”라고 비판했다.

▲1일자 광남일보 사설.
▲1일자 광남일보 사설.

광주매일신문도 “5·18 책임자 전두환 단죄 바랐는데 아쉽다”라는 사설 제목을 달고 “광주 시민은 바라지도 않으나 단 한 번이라도 사과조차 없다. 이번 판결은 5·18 진상규명의 단초가 됐다.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웠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지만 환영할 만하다”라고 했다.

전남일보는 5·18 헬기사격 인정은 진상규명의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 집중했다. 전남일보는 사설에서 “법원이 5월 항쟁 기간 헬기 사격이 이뤄졌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재판은 5·18 진상규명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일자 전남일보 사설.
▲1일자 전남일보 사설.

조선일보, 전두환씨 비판 대신 전두환씨 차량 계란 맞는 사진 보도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들도 전두환씨 유죄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일제히 1면에 이 소식을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언론들은 ‘전두환씨’ 호칭 대신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일간지들은 전두환씨가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재판정을 떠나며 차에 타는 사진을 보도했는데, 조선일보는 전두환씨 차량이 광주 시민들로부터 계란 맞는 사진을 보도했다.

▲1일자 조선일보 12면.
▲1일자 조선일보 12면.

조선일보는 12면에 이 같은 사진을 넣고 전두환씨가 유죄 받았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인근에서 5·18부상자회 소속 회원들이 주차된 전두환 전 대통령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은 조비오 신부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24년 만에 전씨에게 다시 내려진 유죄 판결은 역사와 진실의 법정엔 공소시효가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번 재판이 발포 명령자, 암매장 의혹 등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5·18의 진상을 규명하고 왜곡을 막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여전히 일부 세력이 틈만 나면 5·18을 왜곡·폄훼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망동이다. 합리적인 보수라면 이런 세력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전씨는 더 늦기 전에 진심으로 참회하고 5·18의 나머지 진실을 털어놔야 한다”고 했다.

▲1일자 동아일보 사설.
▲1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전두환씨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진솔한 사과나 반성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앞으로 2, 3심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전 전 대통령은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곧 구순을 앞둔 전직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을 결자해지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라며 “역사적 비극의 진실을 밝히고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 추 장관에게 직무배제 처분 효력 중단 재판 시작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처분 효력을 중단해달라고 행정법원에 재판을 신청했다. 이 재판은 지난 30일 열렸다.

중앙일보는 검찰총장 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의 말을 추 장관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검찰총장 업무를 대행하는 조남관 대검 차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 대다수 검사는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총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무너진다면 검찰 개혁의 꿈은 무산되고 오히려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중대한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고 했다.

▲1일자 중앙일보 사설.
▲1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조 차장은 검찰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검사의 뜻을 대변한 것으로 봐야 한다. 99% 이상의 검사가 소속 검찰청 단위로 모여 윤 총장 직무배제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지적했다. 조 차장은 윤 총장 측근이 아니다. 추 장관과 가까운 검찰 간부로 분류돼 왔다”며 “그런 이가 추 장관에게 반기를 든 것은 예사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런 상황에서도 송사·검란에도 검찰개혁 대의는 견지돼야 한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검찰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도 언제부터 갈리고 있다. 검사들과 보수야당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와 검찰 독립의 가치만 앞세우고, 정부·여당은 민주적 통제와 무소불위 검찰의 힘빼기만 주시하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관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 지금 이 송사와 검란 속에서 견지돼야 할 것은 검찰개혁의 대의와 당위성이다. 검찰권이 제도적으로 통제받고, 그 행사도 중립적이고 절제될 수 있도록 ‘괴물 검찰’의 업보를 털고 거듭나라는 게 시민의 요구”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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