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간작업 하다 숨진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가 다가왔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산안법을 고쳤지만, 정작 김용균이 일했던 곳엔 적용되지 않는다.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가 오는 12월 6~12일까지 추모주간을 마련해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하며 릴레이기고를 시작한다. - 편집자주

지역에 있는 산업단지에는 수시로 119구급차가 출동한다. 대부분이 산업재해로 인한 출동이다. 부평산업단지로 출동했던 한 구급대원은 인천강화소방서로 발령받았을 때 “부평산업단지는 산재 사고가 너무 자주 발생해서 그동안 출동할 때마다 트라우마에 걸릴 것 같았다”며 공장이 없는 강화 지역으로 발령받아 너무 좋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2019년 재해자 수는 10만9242명으로 전년 대비 6937명(6.8%) 증가했고, 그중 2020명이 사망했다. 여전히 산재는 같은 유형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 숫자는 일하다 죽거나 다친 모든 사람을 포함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말하는 재해자 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라 보상을 신청하고 승인받은 사람의 숫자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산재 은폐다. 중대 재해가 아니면 대부분 ‘공상’ 처리되는데, 그렇게 되면 후유장해가 발생했을 때 추가 보상을 받지 못한다. 또 ‘공상’으로 처리되면 산업재해 통계에 잡히지 않으므로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환경 개선에 반영되기도 어렵다.

지난 2017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은 산업재해 은폐 금지 및 보고 등의 내용이 개정돼 산업재해를 은폐한 자와 해당 발생 사실을 은폐하도록 교사하거나 공모한 자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10월21일 오후 국회 산자위 소회의실에서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와 간담회를 갖고, 발전산업안전관리방안의 철저한 이행점검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이성만 의원실 제공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10월21일 오후 국회 산자위 소회의실에서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와 간담회를 갖고, 발전산업안전관리방안의 철저한 이행점검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이성만 의원실 제공

산업안전보건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산업재해의 경우 1개월 이내, 중대재해의 경우 지체 없이 지방 노동관서의 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산재 은폐는 계속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용역 발주해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산재 은폐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 방안 연구(2018)’에 따르면, 산재 은폐의 전체 규모는 연간 최소 277억원에서 최대 3,218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 산재 은폐율은 추정 방식에 따라 최대 42.4%에 이른다고 한다.

산재 은폐는 건강보험의 재정악화로도 이어진다.

산재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처음 도착하는 병원 응급실에서부터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에 피해를 기록한다면 산재로 인한 응급환자의 산재 은폐를 상당수 줄일 수 있다.

1970년 11월 13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외치며 분신했던 전태일 열사의 희생부터 2016년 구의역 김군 사망, 그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 사망이 있었다. 그 이후 근로기준법 등 40여 개의 법률과 근로감독관규정 시행령 등 40여 개의 대통령령, 그리고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등 40여 개의 노동부령이 제정·개정됐다.

그렇지만 아직도 수많은 개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노동법은 국제적인 표준이라 할 ILO 핵심협약과 상충돼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6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378만명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다수의 노동자는 노동 현장에서 어떤 위험물질에 노출되는지 알지 못한다.

다수의 노동자는 노동 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를 당하더라도 어떻게 구제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노동 현장에 뛰어드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조차도 노동법, 노동관계법을 교육하지 않는다.

다수의 노동자는 노동 현장에서 노조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1.8%에 불과하다. 또 노동조합법에서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지만,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노조를 어용노조로서 규정하거나 제한하지 못한다.

사용자가 고의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도 사용자를 처벌하기 어렵다.

다수의 노동자는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얻지만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절대다수의 국제기구는 대한민국을 확실한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과 법·제도는 개발도상국이던 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우리 국격에 맞는 노동환경과 법, 제도를 가져야 한다.

▲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성만의원실 제공
▲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성만의원실 제공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