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정보를 통해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다. 아무리 시시콜콜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몇 번의 확인과 가공의 과정을 거치면 그럴 듯한 기사가 된다. 물론 그 정보는 여러 상황에 비춰봐서 의미가 있거나 가치를 지닌 것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언론사에 소속된, 직접 기사를 생산해내는 기자들은 그 작은 ´정보´라도 얻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그 정보가 기사의 시작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자들이 데스크에게 수시로 혹은 정기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보고´라는 것도 사실 기사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보보고는 때때로 여러 ´사연´을 통해 기사화되지 못하고 썩혀 버리는 일도 많다.

그 사연의 첫째는 기사의 요건상 ´확인´이 되질 않는 경우에 발생한다. 매체를 통해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통로를 통해 입수한 정보들에 대한 사실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서 기자들은 중요하지 않은 기사라 하더라도, 때론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꼭 이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정도 확인이 됐을 때다. 특히 기자들의 입장에서 확인이 쉽지 않은 고급정보를 확인했을 땐 기사화시키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우리 언론의 역사를 통해 군부권력의 탄압이나 광고주의 ´요구´로 어렵사리 확인한 기자들의 노력이 기사화되지 못하고 묻혀버린 사례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2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해온 중앙언론사 한 부국장의 경험담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시절,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수행팀들이 프랑스에서 ´에비앙´사의 생수를 가져와 식수는 물론 세수와 목욕용으로도 사용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나 당시 수행한 기자들 모두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이것 말고도 술자리에서 군장성들끼리 싸움박질하던 것을 직접 목격하고도 보도하지 못하고 그저 정보보고로 끝나고 만 건 다반사였다. 당시 서슬 퍼런 군부의 통치스타일에 비춰봤을 때 이를 보도하지 못한 건 불가피했다."

언론통폐합까지 단행한 바 있는 군부 성미를 건드려서는 언론사 생존마저 보장받기 힘든 상황에 비춰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화´가 어느 정도 상식화돼 있는 요즘 이같은 일은 많이 없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무력에 의한 ´언론통제´가 이젠 언론사의 경제적인 생존문제를 파고드는 방식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언론사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 소홀히 할 수 없는 광고주인 대기업들과 관련된 기사가 ´광고´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이 생긴 게 그것.

세무조사, 언론사주 검찰고발이 초미에 관심이 된 요즘 일부신문은 스스로 ´정부에 비판적´이었더니 정부가 탄압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들 다수가 정부의 언론탄압이라기보다는 오래 전부터 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언론이 그 어떤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위해 정보보고의 기사화라는 가장 기초적인 원칙부터 철저히 지키면서 진정으로 할 말을 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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