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재승인 탈락 점수를 받은 MBN에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아도 퇴출(재승인 거부)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정부가 방송사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2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상연재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 ‘매체환경 변화와 방송사 재허가·재심사 : 제도 개선을 위한 진단과 대안 모색’ 세션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이 제시됐다.

▲ 27일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 ‘매체환경 변화와 방송사 재허가·재심사 : 제도 개선을 위한 진단과 대안 모색’ 세션. 사진=금준경 기자.
▲ 27일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 ‘매체환경 변화와 방송사 재허가·재심사 : 제도 개선을 위한 진단과 대안 모색’ 세션. 사진=금준경 기자.

“재승인 거부 채널 ‘경쟁심사’ 제도 필요”

이만제 원광대 언론행정학부 교수는 “재승인 거부 이후 1년 동안 적용을 유예하도록 제도를 두고 있지만 이 기간 동안 사업 변경이 부담될 수 있다”며 “다음 재승인 심사 때까지 신규 진입을 원하는 사업자와 경쟁 심사를 받게 하는 방안의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종편 채널이 재승인을 거부 받게 되면 종편 진출을 원하는 다른 채널들과 경쟁시켜 선정된 매체를 승인하자는 얘기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제도의 정확성, 구체성, 단순성이 필요하다”며 “정성적 평가보다는 정량적 평가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윤성옥 교수는 정량적 평가 확대 방안의 예시로 제작비 투자액, 프로그램 수출액, 어린이 노인 및 소외계층 편성비율, 재방송 비율, 종사자 가운데 정규직 비율 등을 적극 반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종사자’ ‘시청자’ 의견 개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성옥 교수는 “시청자 의견을 받는 방식이 형식적이기에 의견을 많이 개진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심사를 받는 사업자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시청자들도 내가 얘기해도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효능감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시청자위원회 운영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구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심사 과정에서 사업자 의견을 청취하는데 종사자 의견도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이 27일 MBN, JTBC 재승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제공.
▲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이 27일 MBN, JTBC 재승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제공.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KBS, EBS, MBC는 재허가가 거부돼도 사업자를 바꿀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민영과 공영을 분리해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방송사업자가 아닌 ‘채널’ 별로 심사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같은 사업자가 여러 채널을 소유하고 있으면 이들 채널 간 몰아주기나 파견이 이뤄지는 등의 문제가 있지만 심사에서 자유롭다”고 했다.

IPTV로 대표되는 플랫폼 사업자 허가 심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동원 위원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허가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 뒤 “최근 3대 사업자(통신3사)가 케이블을 인수합병 했는데, 플랫폼 사업자 심사 항목이 지상파 방송과 거의 동일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공정한 재송신 거래 대가 산정 문제 등 논란이 되는 점은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다”며 플랫폼 사업자에 맞는 심사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1월16일 방송독립시민행동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 11월16일 방송독립시민행동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방통위 심사 ‘신뢰’ 받으려면?

이날 심사 신뢰성과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정부가 바뀌어도 정책이 바뀌어선 안 된다. 재승인, 재허가가 지향하는 목표와 원칙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최초 허가에 문제가 없다면 재승인은 안정적으로 되도록 완화하고, 대신 진입장벽을 높이는 편이 바람직하다.  재허가, 재승인을 잘할 것인지 논의하기보다 최초 허가 자체가 엄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심사를 평가할 ‘적절한 기준’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심사 결과를 신뢰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평가가 잘못된 건지, 제도가 문제인 건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데 여러 심사 케이스별 리뷰와 구체적인 평가가 많이 이뤄져 재승인 제도 방식, 방통위 재량 범위 등이 어디까지 적절한지 등 사회적 기준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가장 극단적으로 면허 취소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영국, 미국에선 대부분 라디오 사업자나 운영 자체가 어려운 사업자들이 취소되는 사례가 간혹 있는 정도”라며 “방송 사업자를 혼내기 위한 평가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방송사 역시 어떻게든 ‘디펜스’된다고 생각하는 문제도 있다. 정책 당국이나 방송사나 의례적으로 지나가는 관문이라는 인식에선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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