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전 MBC 사장(뉴스타파 PD)이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종편 지원과 공영방송 역차별을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의 언론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써 주목을 받았다. 

최승호 전 MBC 사장은 “이명박 정부는 종편에 좋은 채널번호를 줬고, 스스로 광고영업을 하도록 했고, 방송발전기금도 적게 내도록 했고, 중간광고도 할 수 있게 했다. 그 제도가 종편을 지금처럼 키운 것”이라며 “그동안 공영방송은 역차별로 재원을 틀어막고 훌륭한 저널리스트들을 탄압해 이중으로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승호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도 종편에 대한 지원과 공영방송에 대한 역차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시행령만 고치면 되는데”라며 “문재인 정부는 왜 종편을 지원하고 공영방송을 옥죄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일까? 저는 그런 의문을 갖는다. 종편의 공격을 받을까봐 두려워서일까? 반면 공영방송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불평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최승호 전 사장에 따르면 정부는 종편에 대해 이전 정부와 같은 ‘지원’ 정책을 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승호 전 사장 발언과 달리 문재인 정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달라진 종편 정책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 종합편성채널 4사 로고.
▲ 종합편성채널 4사 로고.

종편 방발기금 특혜 ‘폐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종편의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진흥을 위해 사업자들이 납부하는 기금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 방통위는 종편이 신생 사업자라는 이유로 방발기금을 납부하지 않도록 했다. 2015년 징수 논의가 시작됐으나 당시 종편과 보도채널의 면제기간을 늘리고 징수액도 다른 사업자에 비해 낮은 광고매출액의 0.5%로 책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종편 방발기금 징수 특혜는 해소됐다. 방통위는 종편의 방발기금 징수율을 높여 2019년 기준 징수율을 KBS 2.62%, MBC 3.87%, SBS 3.96%(광고 매출액 대비), 종편은 1.5%로 책정했다. 이어 2019년 6월13일 방통위가 고시 개정을 통해 지상파와 종편, 보도전문채널에 같은 수준으로 방발기금을 납부할 수 있게 기준을 통일했다.

▲ 2019년 방발기금 고시 개정 내용.
▲ 2019년 방발기금 고시 개정 내용.

의무전송 특혜 ‘폐지’

이와 함께 거론되는 대표적인 종편 특혜가 ‘10번대 황금채널 배정’과 ‘의무전송’이다. 출범 당시부터 종편은 좋은 채널을 배정받은 데다 IPTV와 케이블에 의무적으로 채널을 내보내는 의무전송 특혜를 통해 초기부터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다만, 채널 번호의 경우 사업자 자율 영역이라 정부가 임의로 번호를 뒤로 밀 수는 없다. 종편 콘텐츠의 인기가 커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채널 의무전송 특혜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환수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반발했고, 조선일보가 “親정부 지상파엔 선물 주고 종편은 발목 잡고” 사설을 내는 등 종편 겸영 신문들의 반발도 컸다. 물론, 이미 종편이 성장한 상황이라 의무전송 특혜 환수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 2018년 12월28일 동아일보 사설.
▲ 2018년 12월28일 동아일보 사설.

종편 직접 광고영업 ‘논의’만

종편 출범 초기에는 광고를 직접 영업했으나 2015년부터 미디어렙 자회사를 두고 영업하고 있다. 물론 미디어렙이 1사1렙 구조로 돼 있어 지상파와 달리 ‘사실상 광고직접영업’이 가능한 문제는 있다. 

종편처럼 사실상 직접 광고영업을 하게 되면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군소방송과 결합해 광고를 판매하는 지상파 미디어렙에 비해 우월적인 영업을 할 수 있어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예를 들어 MBC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광고를 팔 때마다 지역, 군소방송과 나눠야 하지만 종편4사는 각각의 자회사를 통해 광고 판매를 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공정 경쟁’이 일어난다는 지적이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개선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미디어렙 제도의 경우 종편 특혜 환수 차원이 아닌 방송광고 전반의 광고제도 개선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는 “결합판매 제도는 방송광고시장의 변화된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로 시장악화에 따른 새로운 제도 개선 필요성이 증대”된다며 종편 등 유료방송에도 결합판매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재 방통위 산하 ‘방송광고 제도개선 협의회’에서 방송광고 미디어렙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 방통위는 결정, 정부에서 막혀

최승호 전 사장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상파가 받는 ‘역차별’ 조치는 ‘지상파 중간광고’를 말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부에 여러차례 중간광고 도입을 촉구했다. 2018년 12월13일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골자로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2019년 상반기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국무회의에서 관련 안건이 논의되지 못해 2년 가까이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 즉, 방통위가 결정했지만 정부에서 막힌 것이다.

정부가 중간광고 도입을 결정하지 않은 이유는 공개적으로 밝힌 바 없다. 다만  야당의 반발, 종편 등 경쟁 사업자의 반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정부의 불신 뿐 아니라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으로 시청자의 반발이 이어질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검토가 시작된 이후 수차례 논의가 있었으나 여러 차례 무산된 원인도 대동소이하다.

한편 지상파 방송사들은 ‘꼼수 중간광고’(분리편성 광고)를 통해 사실상 중간광고와 유사한 광고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방송 한 회를 두 회로 쪼갠 다음 중간에 광고를 넣는 방식이다. 현재 지상파 3사는 예능, 드라마에 공통적으로 ‘꼼수 중간광고’를 하고 있으며 지난 9월 SBS는 뉴스에도 도입했다.

정부 기조 바뀐 건 맞지만, ‘큰 그림’ 없다

즉, ‘의무전송’ ‘방발기금’ 등 일부 종편 특혜는 이미 폐지됐다. 이 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에 강화된 재승인 조건 부여, MBN 업무정지 결정 등 이전 정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변화가 이뤄진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간광고’와 ‘미디어렙’ 제도의 경우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긴 했으나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도 종편에 대한 지원과 공영방송에 대한 역차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합미디어기구 설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사진=정민경 기자.
▲ 지난 18일 시민단체, 언론학계 등이 함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합미디어기구 설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다만 근본적으로 정부가 미디어 산업과 공공성 측면 모두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지 지적은 유효하다. 여당은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로 미디어혁신위 준비TF(테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해 미디어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첫 단추를 뀄지만 범정부 차원의 대응은 없었다.

공영방송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종편과 지상파 방송에 대한 현재 제도는 유효한가, 광고 제도 전반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미디어 기구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등의 논의가 시민사회, 언론계, 학계를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답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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