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30일 종합편성채널 승인 유효기간이 끝나는 MBN에 대해 27일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MBN은 재승인 심사에서 1000점 중 640.50점으로 재승인 기준점수인 650점에 미달해 ‘재승인 거부’가 가능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역대 최다인 17개 조건을 부여해 재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방통위는 27일 전체회의 직후 “MBN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투명성 방안 및 외주상생방안 등의 추가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인 점, 재승인 거부 시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승인 유효기간은 12월1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 3년이다. 

앞서 방통위는 종편 출범 당시 투자자본금 556억원을 편법 충당하고 수년간 회계 조작을 벌이고 이를 은폐해왔던 MBN에 대해 지난 10월30일 6개월 ‘방송 전부 영업 정지’ 행정처분을 의결했다. 다만 영업정지 시점을 6개월 유예했다. 당시 ‘승인 취소’가 아닌 ‘영업 정지’를 결정한 만큼 이번 재승인 심사도 ‘조건부 재승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영업정지 기간 6개월은 승인 유효기간 3년에 포함된다. 

MBN은 이번 심사에서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100점) 항목에서 45.04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심사위는 지난 23일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청문에는 류호길 대표와 최대주주 장승준씨가 참석했다. 

MBN측은 “외주제작사를 위한 상생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며 업무정지 처분으로 광고 수입 감소가 예상되지만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며 “노사 동수 공정방송위원회 등 공정성 확보 장치 마련에 노력하겠다. 종편4사 중 유일하게 팩트체크넷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MBN에 대해 심사위원회는 “일반기업보다 더 높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지만 최초 승인시 드러난 위법행위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재승인 거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도 “이미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고, 재승인 거부 시 종사자 및 시청자와 제3의 협력업체 등에 피해가 클 수 있어 조건부 재승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사위는 MBN에 “탐사보도프로그램이 전무하며 프로그램의 사회적 기여도가 낮다”고도 지적했다.

▲MBN. ⓒ연합뉴스
▲MBN. ⓒ연합뉴스

이날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모두 사무처가 올린 1안 ‘재승인 거부’ 대신 2안 ‘조건부 재승인’을 택했다. 지난 10월 업무정지 행정처분 당시와 달리 모두들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출범 후 10년간 종편이 발전한 측면도 있지만 공적 책임과 공정성에 대해선 국민의 기대와 여전히 간극이 있다”고 지적하며 “재승인 조건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도 종편 재승인 제도에 대해 큰 틀에서 새롭게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MBN의 재승인 조건은 모두 17개로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제고를 위해 사업계획서 준수 △경영투명성 확보 및 외주상생 등을 위해 추가개선계획 준수 △방송심의규정 위반에 따른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할 것 △복수의 전문 외부기관을 선정해 시사·보도프로그램 등의 공적책임·공정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받고 홈페이지에도 공개할 것 △협찬을 받은 프로그램에서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용역의 직접적인 효과나 효능을 다루는 경우 협찬 사실을 반드시 3회 이상 고지하고 7일 이내 프로그램명과 협찬상품 또는 용역 명칭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 △외주프로그램 제작비 산정 및 지급, 저작권과 수익배분 등에 관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준수할 것 등을 명시했다.

또한 방통위는 MBN에 △업무정지 행정처분으로 MBN에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방송법 시행령 제3조에 따른 특수관계자 포함)가 경제적 책임을 지는 방안과 대표이사 및 임직원 당사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최대주주가 방송사 운영 및 내부 인사업무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영혁신방안을 종사자 대표의 의견 및 외부기관의 경영컨설팅 결과를 반영하여 마련할 것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할 것 △대표이사는 방송전문경영인으로 공모제도를 시행하여 선임하고 종사자 대표를 공모 심사위원에 포함시킬 것을 명시했다.

이밖에도 △방통위 업무정지 처분 시 부가된 권고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는 제작 협력업체 보호 및 고용안정 방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그 이행실적을 업무정지가 시작된 날부터 매 1개월마다 제출할 것 △2020년도 소각한 자기주식 금액 이상으로 자본금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재승인을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할 것 △방송사의 재무건전성을 해할 수 있는 최대주주와의 자금대여·담보제공 등 내부거래를 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재승인 조건으로 부여했다. 

▲27일 방통위 전체회의. 한상혁 위원장의 모습. ⓒ방통위
▲27일 방통위 전체회의. 한상혁 위원장의 모습. ⓒ방통위

또한 소유·경영의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가 방송사의 사내이사(대표이사 포함)를 하지 않도록 하고 최대주주사에서 방송사로 기자·PD 직군의 직원 파견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고 재승인 후 6개월 이내에 관련 계획을 수립하여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이날 방통위는 JTBC의 ‘재승인’도 의결했다. 승인 유효기간은 오는 12월1일부터 2025년 11월30일까지 5년이다. JTBC는 1000점 중 714.89점을 획득했고, 소유·경영의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중앙일보 소속인 JTBC 기자의 파견 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건을 부가했다. JTBC는 최대주주 소속 기자(보도총괄 등 직책자 포함)의 파견 등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재승인을 받은 후 3개월 이내에 제출하고, 방통위와 협의를 거쳐 재승인을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세부실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조선일보 출신의 김효재 상임위원은 이날 “방통위가 인력파견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점을 감안하면 JTBC를 재승인하는 게 맞는지 심각한 의문”이라고 밝히며 “파견법 위반 가능성은 없는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가능성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앙일보 소속으로 JTBC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초래될 가능성이 없는지도 봐야한다”고 강조한 뒤 “이 문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재승인에 동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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