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유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쟁점은 ‘판사 사찰’ 문제다. 그동안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여야의 대립양상으로만 진행했다면 이 문제로 검찰과 판사들의 대치가 새로운 전선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법무부가 발표한 윤 총장 징계청구·직무집행정지 사유 중 하나인 판사들 사찰 의혹은 지난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의 판사들 가족관계·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등을 기재한 보고서를 작성해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이 이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조국 수사 당시 반부패부장은 한동훈 검사장이었고, 반부패부는 과거 중앙수사부(중수부)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그 기능을 대체한 조직, 즉 검찰총장의 수족에 해당하는 부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활용하게 한 윤 총장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했고, 대검은 “재판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공개된 자료”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보고서를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도 이미 공개된 내용으로 ‘공소유지를 위한 정보’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지난 25일 추가로 판사 사찰 관련 감찰을 지시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를 제외한 대부분 종합일간지에서 윤 총장 직무정지가 과했다거나 대검 측과 성 부장의 해명을 비중있게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판사들의 입장을 전하며 검찰 앞에선 판사들도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전했다. 

사실 형법상 ‘불법사찰’이란 죄목은 없다. 사찰의 경우 직권남용죄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보통 쉽게 유죄판결이 나기 어려운 혐의라는 평이다. 또한 윤 총장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만큼 판결이 빠른 시일내 나올 가능성도 적다. 대검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판사들은 소위 ‘뒷조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검찰조직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언론이나 여권에서는 검찰의 부당한 조직문화나 수사관행 등을 부각해왔다. 그런 점에서 판사입장에서 검찰의 문제를 부각하는 보도내용도 결국엔 정부·여당 검찰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성격을 보이게 된다. 통상 판사와 검사는 모두 사법시험을 붙은 엘리트, 사회 기득권으로 묶이기 때문에 이 사안에서 판사와 검사를 분리하고 검사들의 막강한 권한을 보여주는 게 언론보도의 핵심이 됐다. 

지난 25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변상욱 앵커는 “‘판사 앞에 서면 검사는 오히려 약자다’라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검찰이 판사 성향을 문제삼으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그걸로 언론플레이를 한다면 판사 정기인사 때 사법부에서는 ‘논란이 벌어지는 사람은 바꾸는 게 낫겠어’라고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 이동형씨는 “공판검사들이랑 판사가 계속 부딪히다 보니 정경심(동양대 교수) 재판부가 바뀌었죠”라고 했다. 

이어 변 앵커는 “무엇보다 판사들한테 가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판사한테 물어본 취재기사가 하나도 없다”며 “판사들이 현직에 있으니까 말하기 껄끄럽다면 판사출신 변호사한테 이런걸 물어보면서 기사써야 하는데 그런 기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 2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서기호 변호사(오른쪽). 사진=MBC라디오 유튜브 갈무리
▲ 2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서기호 변호사(오른쪽). 사진=MBC라디오 유튜브 갈무리

 

다음날인 26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판사 출신의 서기호 변호사가 나왔다. 서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인물로 2012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시절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사법농단 사건 당시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했다는 문건이 밝혀지면서 ‘블랙리스트 피해 판사’로 규정됐다. 즉, 이번 검찰의 판사 사찰 논란을 언급할 때 발언의 무게감이 실리는 인물이다. 

다음은 이날 방송 인터뷰 일부 내용이다.    
 
서기호 : 그렇죠. 판사는 개별적으로 재판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공개된 자리에서 양 당사자가 낸 자료만 보고 판단하는 거잖아요. 판사가 직접 무슨 정보를 수집한다거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김어준 : 아, 그렇죠.
서기호 : 판사는 기본적으로 공개적으로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검사들은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검찰, 대검의 조직에서 조직적으로 그런 사찰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김어준 : 평상시에도 두려워했는데. 
서기호 : 그렇죠. 알기 때문에 판사들이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들 종종 하거든요. 
김어준 : 어떻게요?
서기호 : 판사가 어떤 비위가 있을 때는 즉각적으로 검사들이, 검사들이라기보다는 대검 조직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서 그걸 찾아내서 수사해서 기소하고. 
김어준 : 약점으로 삼는다든지.
서기호 : 그렇죠. 약점으로 삼는 거잖아요. 그런데 검사가 어떤 비위가 있다고 해서 판사들이 그걸 정보를 수집해서 수사하고 이럴 수 없잖아요. 불가능한 이야기죠. 그렇기 때문에 판사와 검사가 대등한 위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히려,
김어준 :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서기호 : 그 부분에 있어서는 판사들이 더 약자입니다. 

서 변호사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출연해 “사실 판사들은 언론플레이에 위축이 되고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검찰이 막강한 수사권과 정보 수집권한이 있고 거기에다 언론을 장악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론적으로 보면 판사들은 검사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공개된 법정에서만 그렇지 법정 문을 나서면 판사도 약자다”라며 “이번에 보듯 검찰 조직에 의해 사찰당할 수 있어서 사석에서 ‘검찰조직이 진짜 무섭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당분간 판사 사찰 이슈가 뜨거울 전망이다. 언론이 얼마나 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할지도 여론을 뒤흔들 또 하나의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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