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를 실질 지배하는 태영그룹의 윤석민 회장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이 25일 만났다. 윤석민 회장은 이 자리에서 노조의 재투자 요구에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면담을 이어가자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SBS 노사에 따르면 윤석민 회장과 윤창현 본부장, 박정훈 SBS 대표이사, 유종연 TY홀딩스 대표이사, 신경렬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는 이날 낮 태영건설·TY홀딩스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에서 면담 자리를 가졌다. 윤 회장이 언론노조 SBS본부 집행부와 대면에 응한 것은 2017년 10월 사장임명동의제 합의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면담은 방통위의 SBS 재허가 심사가 시작된 뒤 오는 27일 SBS 청문을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윤 회장이 그간 노조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던 입장을 일부 바꿨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6월 SBS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를 기존 태영건설에서 신설 TY홀딩스로 바꾸겠다는 변경신청을 조건부 사전승인하면서 “자회사 개편 등 경영계획 수립 시 SBS 종사자 대표와도 성실하게 협의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방통위에 제출하라” 등 조건을 달았다. 방통위는 이 이행결과를 SBS 재허가 심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실질 대주주인 윤 회장과의 협의 테이블을 요구했지만 TY홀딩스는 ‘윤 회장은 이 사안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에서 ‘TY홀딩스 승인조건 이행책임 회피, 윤석민 회장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노조는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에서 ‘TY홀딩스 승인조건 이행책임 회피, 윤석민 회장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SBS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윤 회장은 노조가 요구한 SBS 재투자와 관련해 “SBS에서 발생한 이익은 이미 상당부분 SBS에 재투자됐다”고 밝혀 사실상 거부했다. SBS 사측은 이 자리에서 SBS본부에 ‘SBS의 미래 발전을 위한 구체적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TF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언론노조 SBS본부 측은 윤 회장에게 방송통신위원회의 TY홀딩스 사전승인 조건이행 결과 제출기한인 오는 30일 다시 만나 논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윤 회장은 응하지 않았다.

윤창현 본부장은 “노조는 CEO 경영진의 단기 실적 비전과 회사를 수십 년 끌고 갈 대주주의 비전은 달라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별다른 답은 듣지 못했다”며 “성실 협의라고 볼 수 없는 자세”라고 했다. 윤 본부장은 “방통위가 SBS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실질 대주주인 윤 회장에게 (SBS에 대한 재투자, 종사자 대표와 성실협의 조건과 관련해) 강력한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SBS 측은 “참석자들은 SBS의 미래에 대한 구성원들의 고민과 노조가 제기한 의견들에 대해 아무 조건 없이 터놓고 이야기했다”며 “방통위에서 열리는 SBS 재허가 의견청취에서 노조가 직접 방통위에 전달한 의견을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답변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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