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원청이 하청업체의 노동자 장거리 강제발령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집단단식 농성에 나선 간접고용 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들이 건강상태 악화로 25일 병원에 옮겨졌다.

희망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국회 앞에서 열흘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조합원 정아무개와 민아무개씨가 이날 오전 각각 저혈압과 구토 증세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이들은 현재 녹색병원에 입원 중이다. 다른 3명의 조합원은 단식농성을 지속한다. 

이들을 비롯해 SKB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비롯한 희망연대노조 조합원 5명은 지난 16일 SK브로드밴드 원청에 해결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케이블업계가 구조적 사양길목에 들어선 상황에서 SKB 원청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 사이 하청업체가 구조조정 의도로 노동자들을 계약에 어긋나게 강제발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B의 전북·충청권 케이블·망 설치수리를 위탁수행하는 중부케이블은 지난 6월19일 소속 전주센터 노동자 8명을 천안·아산·세종으로 발령했다. 중부케이블과 케이블노동자가 서명한 근로계약서를 보면, ‘근로자의 근무지’를 “회사 사업구역 내(전주시, 완주군, 무주군, 장수군, 진안군)”으로 명시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는 25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노동자 집단단식 10일 합병조건 위반 확인 노사대화 거부 SK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는 25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노동자 집단단식 10일 합병조건 위반 확인 노사대화 거부 SK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케비티지부는 지난 7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중부케이블을 상대로 부당인사발령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전북지노위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자비로 매달 교통비 50여만원을 써가며 편도 3시간 거리(120km)를 출퇴근하고 있다. 이들의 월금은 200만원대 초반이다. 1명의 노동자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

최성근 위원장은 단식 농성 이유에 “이번 인사이동은 전국 SKB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적용될 선례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부케이블은 전보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지방노동위원회도 이를 인정했지만, 지난달 전주센터 일손이 전국에서 가장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원청인 SKB가 지난 2일 중부케이블 측에 보낸 업무처리 재촉 공문에 따르면 전주센터에 전국에서 가장 A/S 업무 지연 규모가 커, 전보 필요성과 무관한 인사조치라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전주센터가 선례라는 우려도 기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하청업체 4곳 중 또 다른 업체도 용인에서 근무해오던 노동자들을 평택으로 강제발령했다. 

▲단식 농성 중인 최성근 희망연대노조 부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단식 농성 중인 최성근 희망연대노조 부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SKB가 과기정통부에게 부여받은 합병 조건을 위반해 원하청과 하청업체 노동자와 협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B는 케이블방송 티브로드와 합병하면서 고용안정성 강화와 고객서비스 극대화를 위한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보고받은 내용에 따르면, 비공개였던 구체적 이행조건에는 △기술센터(하청업체)와 계약종료 전 각 업무영역별 현행 유지·강화 △합병법인·기술센터 대표·기술센터 구성원(노동조합) 간 협의 채널 구성과 간담회를 통한 애로사항 청취, 개선책 논의 등이 담겼다.

희망연대노조는 “노동조합과 현장노동자들은 지난 6월부터 전보 문제에 대해 대화를 요청하고, 지난 10월에는 원청-하청-노동조합 3자가 함께 업무개선TF를 제의했으나 SK는 응하지 않았다”며 “과기부는 원청의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철저히 관리 감독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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