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진보당이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본자산’의 일환으로 ‘집 사용권’을 제안했다. 만 19세~39세 청년층을 시작으로 전 국민이 적정한 평수의 집에 ‘살게’ 하자는 구상이다. 청년진보당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에서 집 사용권 정책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 공간에서 소규모로 진행됐다.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청년진보당 대표)는 최근 공방을 부른 금태섭 전 의원 아들의 재산 소유 문제를 언급했다. 금 전 의원의 두 아들은 할아버지(금 전 의원 장인)로부터 실거래가 60억 이상의 빌라를 공동 증여받고, 전세보증금을 8억7000만원의 예금 형태로 보유 중이라고 알려졌다. 송 대표는 “(금 전 의원은) ‘불공정하거나 잘못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훨씬 어렵고 힘든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 식구가 더 봉사해야 한다’고 했다”며 “맞다. 편법·불법을 통하지 않고도 이런 격차가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이 격차를 보장한다”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청년진보당은 부의 대물림에서 기인하는 자산격차를 해소하려면 ‘기본자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사회복지정책에 필요한 현금성 지원을 줄이기에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자산 재분배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기본 자산’ 개념에 대해선 “한 개인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바로 서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산”으로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기본자산(기초자산)을 주거나 누진 자산세(부유세)까지 도입해 청년 또는 국민들에게 자산을 제공하는 형태 등으로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본자산’은 최근 일부 정당·정치인을 통해 화두에 오른 바 있다.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20세 청년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를 공약했고,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신생아 1인당 2000만원 지급’에 이어 ‘국민자산주택제도’를 제안했다.

▲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진보당 당사에서 '집 사용권' 정책 제안과 관련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진보당
▲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진보당 당사에서 '집 사용권' 정책 제안과 관련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진보당

청년진보당은 특히 우리나라 자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부터 ‘기본자산’ 실험이 시작돼야 한다고 봤다. 청년층을 시작으로 전 국민에게 공공주택에서 살 수 있는 ‘집 사용권’을 보장하자는 것. 청년층에 우선 적용하는 이유로는 2030세대의 부동산 자산불평등도가 다른 연령보다 높고, ‘베이비 붐’ 세대들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을 물려주기 시작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2030세대가 건물을 증여받은 건수는 2014년 6440건 9576억에서 매해 늘어 2018년 1억4602건 3조1596억 규모(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로 나타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만 19세~39세 청년에게 최대 20년간 주거사용권을 보장(만39세가 되면 종료)하는 방안이다. 무주택자 모두에게 주거사용권이 제공되지만 충분한 공급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저소득·저자산 청년에게 우선 공급한다. 주거면적은 주거사용권을 가진 가구원 수에 따라 1인 9평, 2인 10~17평, 3인 18~21평, 4인 22~26평 등(2020서울주택종합계획 적정주거기준)으로 설정했다. 주거사용권은 양도·증여·매매할 수 없고 이를 어길 시 최소 10년간 사용권이 정지되며, 주택을 매입하거나 매입한 곳으로 이주할 경우 사용권이 즉시 정지된다.

재원의 경우 30%는 상속·증여 상한제(약 7조3000억), 나머지 70%는 사회투자채권 발행(약 17조)으로 총 24조3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속·증여 상한 30억원 △토지초과이득세 △재벌 부동산 불로소득, 비업무용 토지 환수 및 국공유지 매각 금지 등의 ‘불로소득 환수법’ 3가지가 하나다. ‘사회투자채권’의 경우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확충 재원을 위한 사회투자채권을 발행하면 국민연금기금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청년진보당은 현재 신규 주택공급이 예정된 지역부터 공공주택 확보 및 ‘집 사용권’ 보장을 촉구할 계획이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 노량진 구 수산시장 부지, 정부과천청사 부지 등이 거론된다. 송명숙 대표는 “청년신혼희망타운을 짓는 군관사 부지부터 ‘집 사용권’을 보장하자는 요구를 구체적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진보당 당사에 '집 사용권' 보장을 촉구하는 문구가 붙은 텐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진보당
▲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진보당 당사에 '집 사용권' 보장 촉구 피켓이 부착된 텐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진보당

이어 송 대표는 정부·여당의 주거 문제 해결의지에 의구심을 표했다. 최근 서울 중랑구의회가 청년주택 건립 반대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일을 예로 들었다. 그는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도 스스럼없이 반대를 펼쳤다”며 “(청년주거복지를) 해결하겠다면서 뒤에서 반대결의안을 채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부·여당이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이 아니라 집 있는 사람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진보당은 내달 6일 청년주택 건립 반대를 결의한 서울 중랑구의회를 규탄하는 한편 관악구·서대문구 등 서울의 청년 밀집 거주지역 15곳, 경기·부산·광주·제주 등에서 동시다발 퍼포먼스를 진행해 ‘집 사용권’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집회 인원이 10명 이하로 제한되면서 온라인 집회·퍼포먼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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