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확장에 주력하는 대다수 주요 언론사가 안팎 비판에도 콘텐츠 제작 인원을 프리랜서와 파견직,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 이들 언론사는 고용 형태에 여러 변화를 꾀하지만 법적 제동을 피하려는 ‘꼼수’에 그쳐, 뉴미디어 업계의 불안정 고용 구조를 심화시켰다는 우려가 크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요 언론사들의 제작 인력 고용 형태와 처우를 들여다보면, 관리자급을 제외한 다수 핵심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메우거나, 업무내용에 구별이나 원칙을 두지 않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랩·비디오머그 등 프리랜서 사용 여전

KBS 뉴미디어 브랜드 ‘크랩’은 현재 3명 이상의 관리자급과 10명이 넘는 크리에이터·디자이너 등 제작 인원으로 이뤄져 있다. 팀장과 기자가 관리자급으로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3개월 단위 프리랜서와 인턴, 1년 단위 파견 비정규직으로 채워진다. 크리에이터들은 프리랜서와 파견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기획과 취재, 제작, 편집에 이르는 일을 한다. 고용 형태에 따른 업무 구별은 없는데 급여는 각각 330만원과 200만원대로 차이가 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근무 장소도 달라 정규직은 KBS 본사 4층 보도국에서, 비정규직 실무 인력은 지하에 위치한 간이 사무실에서 일한다.

CBS의 버티컬 영상미디어를 도맡는 씨리얼도 다수가 비정규직이다. 보도국 기자 출신 팀장을 빼면 4명의 크리에이터 가운데 정규직 PD는 1명과 연봉제 계약직은 3명이다. 한겨레 자회사인 허프포스트 비디오팀은 올해 6월 기준 총 5명으로, 정규직 2명과 1년 단위의 계약직 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각각 촬영과 영상편집, 기사작성, 디자인 등 을 맡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일관된 업무 구별은 없다. 현재는 3명이 퇴사해 팀장 외 1명이 근무중이다.

중앙일보 유튜브 등 뉴스플랫폼을 담당하는 ‘헤이뉴스’팀은 30여명의 정규직·계약직 사원과 인턴 10명으로 나뉜다. 헤이뉴스 팀은 지난해 말 JTBC에서 중앙일보로 소속을 옮긴 뒤 올해부터 공개채용 등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시작했다.

▲왼쪽 위부터 KBS·SBS·CBS·중앙일보 뉴미디어 브랜드 크랩, 디지털뉴스랩, 씨리얼, 헤이뉴스 로고.
▲왼쪽 위부터 KBS·SBS·CBS·중앙일보 뉴미디어 브랜드 크랩, 디지털뉴스랩, 씨리얼, 헤이뉴스 로고.

SBS 디지털뉴스랩 스브스뉴스의 경우 2018년 SBS 자회사로 출범한 뒤 PD 등 크리에이터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같은 디지털뉴스랩에서 저널리즘 영상콘텐츠를 맡는 ‘비디오머그’에선 SBS 본사 기자와 프리랜서, 자회사 직속 직원이 일한다. 자회사 직원과 프리랜서가 모두 편집 작업을 해오는 등 일관된 직무 구별은 없다. 급여는 본사 기자와 프리랜서·자회사 직원 사이 격차가 뚜렷하다. 비디오머그 측은 “프리랜서에게는 숙련도 높은 편집을 맡기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안팎 비판·법적 문제 회피하며 진화, 되레 고착

언론사들이 뉴미디어 제작을 수개월~2년 단위 불안정 고용으로 채워온 ‘티슈 인력’ 관행이 비판을 받은 지 오래다. 언론사들도 저마다 지적을 피하기 위해 업무 내용을 바꿔왔지만,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실정이다. 핵심 업무에 걸맞은 처우 개선이 아닌 법적 싸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크랩은 과거 크리에이터를 프리랜서로 고용하면서도 전일제 출퇴근을 지시했다. 출퇴근 시간과 대체 유무 관련 지시는 기록이 남지 않는 전화통화로 이뤄지곤 했다. 그러나 안팎에서 불법성 문제 제기가 나오자 근무체제를 유연근무제로 바꿨고, 급여도 건수를 기준으로 지급했다. 업무를 위한 장비를 지급하면서도 ‘예외적인 배려 차원의 제공’이라고 확인하기도 한다.

SBS의 디지털뉴스랩 출범이 크리에이터들의 고용 승계와 맞물려 일각에서 모범례로 화제가 됐지만, ‘자회사 소속 정규직’이 되면서 본사 정규직과 근본 처우·급여 격차가 생겼다. 이들의 초임은 200만원대다. 디지털뉴스랩은 전환 과정에서 이들이 프리랜서로 일했던 2년을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2년을 넘기고도 직고용 전환하지 않는 사례도 나왔다. 씨리얼은 앞서 크리에이터들을 이른바 ‘상근 프리랜서’로 전원 채용했다. 이후 2017년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 TF를 가동했고 2019년께부터 채용형태를 연봉계약 비정규직으로 바꿨는데, 이 과정에서 2018년 한 프리랜서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퇴직금 청구를 진정해 인용되기도 했다.

▲ SBS 디지털뉴스랩 스브스뉴스 사무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SBS 디지털뉴스랩 스브스뉴스 사무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전·현직자들은 뉴미디어 영향력이 커지는 국면에서 언론사들이 자사 뉴미디어를 안착시키고 확장을 꾀하면서도 이를 견인할 노동력이나 고용 형태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지적한다. 언론사 차원에서 뉴미디어 제작 노동을 주변 업무로 과소평가하는 인식도 여전하다.

지상파 뉴미디어 부서에서 일하던 A씨는 “정규직인 관리자급 간부 소수가 뉴미디어 부서 운영에 키를 쥐지만 영상 기획과 제작 실무에 대해선 단 하나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B씨도 “크리에이터들이 기자 취재를 뒷받침하고 촬영과 편집만 수행하는 ‘손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뉴미디어 불안정 노동구조는 매체 확장에도 근본적으로 한계다.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A씨는 “팀장만 정규직이고 나머지가 비정규직인 형태를 주로 띠는데 이때 업무에 대한 시너지는 ‘0’에 가깝다. 관리자가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황에서 일을 독려하는 것이 협업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다.

기자 손발 아닌 고유·상시노동 인정하고 정규 고용해야

크리에이터들은 제작 크리에이터를 비롯한 뉴미디어 노동자들을 언론사 상시 업무로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디지털뉴스랩이 정규직화를 해냈다고 환영 받지만 자회사 전환 과정을 거쳤기에 그것도 답은 아니다. 스브스뉴스를 비롯해 뉴미디어들이 언론사 브랜드를 각인하고 주요 역할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영상 기획과 제작, 취재, 편집, 디자이너들을 언론사의 주요 노동자로 인정하고 걸맞은 처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는 “뉴미디어 부서가 생기면서 프리랜서 PD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방송작가를 프리랜서로 쓰는 게 당연하듯이 뉴미디어에 프리랜서라는 업종이 새로 생긴 것 같다”며 “SBS의 자회사 고용이나 중앙일보의 정규직 공채처럼 최소한의 고용안정이라도 필요하다”고 했다.

성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기획팀장은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은 단지 기존의 신문과 방송 기사를 뉴미디어 플랫폼에 옮기는 것이 아닌 전문성과 창의성을 요하는 저널리즘 노동이다. 안 하는 언론사가 없을 정도로 뉴미디어 콘텐츠가 레드오션이지만 다수 언론의 접근은 ‘기존에 하던 것을 더 싸게 하려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이는 뉴미디어 전략이 아닌 비용절감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저널리즘 관점에서도 뉴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노동자들을 독려하고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 지속가능한 뉴미디어 콘텐츠 노동과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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