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 명령을 내렸다.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건 사상 처음이다. 윤 총장은 “위법·부당 처분에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아침신문들은 모두 1면 머리기사에 이 소식을 다뤘다. 극으로 치닫던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이번 조치로 ‘파국’ 또는 ‘벼랑’에 이르렀다고 총평했다. 다수 신문이 추 장관의 명령에 명분이나 절차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본 가운데 새로 제시된 징계 사유인 ‘재판부 사찰의혹’에 주목했다.

추 장관은 총장 직무정지 사유로 5가지를 들었다. △사건 관계자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만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사건 재판부 사찰 △검언 유착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 방해 △법무부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 의무 위반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이다. 추 장관은 “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했다.

‘재판부 불법사찰’ 새 의혹, 경향 “맥락상 이해 가” 한겨레 “진상규명”

중앙일보는 자사 사주와 관련된 대목을 먼저 언급하며 대검의 반박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추 장관은 중앙일보 사주와의 만남을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적절한 교류’라고 표현하면서 검사윤리강령 위반이라고 적시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당시 자리에 많은 사람이 있었고 짧은 대화만이 있었을 뿐 사건 관련 대화는 전혀 없었다. 만난 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했기 때문에 검사윤리강령 위반이 아니다’고 반박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대검 입장을 인용해 “언론사주는 (삼성) 대주주일 뿐 특수관계인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JTBC 태블릿 관련 명예훼손) 사건은 만났을 때 이미 기소가 이뤄진 이후였다”고도 했다. 대검 관계자를 인용해 “법무부가 중앙일보 사주와의 만남 사실을 확인한 뒤 관련 사건들을 갖다 붙인 것” 등 비판 입장의 견해도 전했다.

▲ 25일 중앙일보 1면
▲ 25일 중앙일보 1면

한국일보는 “이날 공개된 윤 총장의 혐의 가운데, 새로운 사실은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이 유일하다”고 했다. 법무부 감찰실에 따르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지난 2월 조국 전 전 장관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주요 사건을 맡은 법원 재판부의 성향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엔 주요 정치 사건 판결내용과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됐고 윤 총장에게 보고됐는데, 이는 대검이 수집해선 안 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배제 근거로 든 5가지 혐의를 별도 기사로 다뤘다. 특히 대검의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에 집중했다. 한겨레는 “(윤 총장이 재판부 사찰 문건을)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법무부 설명을 전했다. 한겨레는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판사를 탄압한 대표적 물증”이라며 “검찰이 특정 사건을 맡고 있는 판사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했다는 건 매우 충격적”이란 현직 판사의 말도 전했다.

▲ 25일 한겨레 3면
▲ 25일 한겨레 3면

2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성윤)이 윤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를 불법 의료재단 설립과 부정수급 혐의(의료법 위반 및 사기)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2012년 11월 2억원을 투자해 ㅅ의료재단 공동이사장을 맡아 경기 파주에 요양병원을 개설한 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22억 9000여만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법조계 관계자를 인용해 “친정부 검찰과 법무부가 군사작전 벌이듯 기소와 직무정지 발표 타이밍을 맞춘 것 같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총장) 자신을 향한 압박이 전방위로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씨의 기소 소식을 전하는 관련 기사에선 “윤 총장은 이날 장모 기소 사실이 알려지기 전, 대검찰청에서 중대재해 사건 수사 검사들을 불러 점심을 함께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위해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기사와 사설에서 추 장관의 명령을 거세게 비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책임자로 겨냥했다. 조선일보는 2면 “문 대통령, 추 발표 직전 보고받고도 침묵…야 ‘사실상 승인’” 기사에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초 장관 발표 직전 관련 보고를 받고도 별도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임면권을 가진 문 대통령은 침묵하고 추 장관이 윤 총장을 해임한 모양새”라고 했다. 사설에선 “더 이상 추 뒤에 숨지 말고 문은 직접 윤 경질하고 책임지라”는 제목을 달았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발표 직전 보고만 받았다는 문 대통령의 침묵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 25일 조선일보 2면
▲ 25일 조선일보 2면

다수 신문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명령을 비판하거나 그 필요성에 의문을 표했다. 한국일보는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대면 조사 거부조차 직무배제 등의 이유로 거론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총장 감찰은 평검사 감찰 절차를 준용해야 하는데도 감찰 대상 행위 고지부터 소명 접수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적법 절차를 지킨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은 “문 대통령은 더 침묵하거나 머뭇거리지 말고 두 사람을 모두 사퇴시켜 이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추 장관이 확인했다는 비위는 모두 정상적 총장의 직무수행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자의 말만 듣고 혐의를 단정해 (한동훈 검사장) 표적수사를 지시한 추 장관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명분도 약하고 절차도 아쉬운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언론사 사주와 따로 만난 것, 총장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한 것, 특정 재판부에 대한 정보 수집을 묵인하고 활용한 것 등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면서도 “직무를 배제할 정도의 사유인지는 따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 25일 경향신문 사설
▲ 25일 경향신문 사설
▲ 25일 한국일보 사설
▲ 25일 한국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정보를 외부에 알렸다고 했지만 누구에게 유출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더구나 추 장관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을 비판하며 감찰과 관련된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시로 올렸음에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불법사찰 의혹은 “전후 맥락을 보면 재판에 대비한 기초적인 정보수집 정도로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철저한 진상 규명을”란 제목의 사설에서 “검찰이 중점을 두고 수사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한 법관들을 ‘불법 사찰’ 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내용일 뿐 아니라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며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의 막중함을 고려할 때 제기된 혐의들의 진상 확인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추 장관의 조처가 합당한지 여부도 판가름날 것”이라고 했다.

외교·안보 인사 ‘백 투 오바마’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3일(현지시간) 연방총무청(GSA)으로부터 공식적인 당선을 인정받아 정권 인수작업에 들어갔다. 신문들은 바이든 당선자의 내각 특히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외교·안보 인선 면면이나, 재무장관, 국가정보국 국장 등에 여성을 중용했다는 데 주목했다.

미국 연방총무청은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분명한 승자”라고 인정하고 정권 이양절차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직후 자신이 연방총무청에 정권 이양 협력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자는 국무부 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토안보부 장관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을 지명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정했다. 대통령 기후특사로는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지명하고, 재무장관으로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국가정보국(DNI) 국장엔 애브릴 헤인스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내정했다. 

▲ 25일 중앙일보 1면
▲ 25일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미국의 다자외교 복귀를 이끌 주유엔대사에는 흑인 여성인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명했다”며 “경력 35년의 직업 외교관 출신을 유엔에 배치해 북핵과 인권 등에서 일관된 원칙 외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바이든호 외교안보 ‘투톱’에 동맹·다자주의 복원 있다” 기사에서 “주요 인사 면면을 볼 때 동맹 및 다자주의 복원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대화·제재 병행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 방식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25일 경향신문 6면
▲ 25일 경향신문 6면

경향신문은 “특히 동맹강화 및 다자무대 복귀에 대한 바이든 당선자 의지가 드러났다”며 “외교안보 투톱을 맡을 블링컨 후보자와 설리번 내정자 ‘미국 우선주의 폐기 및 동맹 복원, 국제무대에서 미국 주도권 회복’ 등을 골자로 하는 바이든 당선자 외교안보 정책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했다.

대북 정책도 ‘톱다운’ 방식을 선호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대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향신문은 “블링컨 후보자와 설리번 내정자는 인터뷰와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친서외교 등을 비판하고,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무대로 끌어내는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해왔다”고 했다. 블링컨 후보자는 지난해 1월 CBS 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군비통제, 장기적으로 군축 과정의 이행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을 쥐어짜야 한다”고도 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 25일 한겨레 8면
▲ 25일 한겨레 8면

한겨레는 “오바마 정부에서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블링컨은 바이든 행정부의 첫 외교수장(국무장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를 탈피하고 다자협력과 동맹 복원을 총괄 지휘하게 됐다”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제이크 설리번을 두고는 “오바마 정부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참모로 일하고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던 ‘오바마-바이든 팀’”이라고 했다.


[반론보도] 각 <윤석열 직무배제 사유 “홍석현 만남”에 중앙일보 보도는?>, <홍석현 회동에 윤석열 징계, 변희재가 왜 거기서 나와> 관련

본보는 2020년 11월25일과 26일 각 위와 같은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만남 후에 본인에게 이례적으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이 구형된 것에 비추어 위 만남이 문제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태블릿 조작 여부에 관한 재판은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므로, ‘태블릿 조작 주장은 이미 허위로 판명 났다’거나 ‘국과수도 태블릿 조작이 없다고 밝혔다’는 JTBC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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