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근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총장의 연임 여부가 언론중재위원 90명의 위원총회 투표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비밀투표로 의사를 묻겠다는 입장이지만 ‘사무총장 단임제’를 요구하며 현 사무총장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은 비밀투표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사무총장 임기가 오는 12월26일 만료되는 가운데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은 노조에 ‘권오근 연임’ 의지를 명확히 밝혀 노사갈등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앞서 이석형 위원장 포함 9명의 언론중재위원회 운영위원들은 지난 23일 이 같은 투표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노동조합은 운영위 결정이 이뤄진 당일 20여분 간 의견진술 자리를 갖고 “단임제 정착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말 임시총회에서 ‘사무총장은 △내부승진 단임제를 원칙으로 하며 △임기 비전을 담은 조직운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지난 2일~3일 이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한 조합원 76%(전체 조합원의 67%)가 노조 의견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조합원인 언론중재위원회 각 팀장과 지역소장 등 보직자 15명과 감사관 1명도 지난 18일 권오근 사무총장 연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 사무총장은 취임 이전부터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단임제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임기가 마무리되어가는 지금 자신의 입장을 뒤집었다”고 비판하며 “현 사무총장 임기는 여기서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노조는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그룹웨어에는 단임제를 지지했던 과거 사무총장의 발언 내용을 비롯해 과거 불공정 업무지시 사례에 대한 자기 고백적 비판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위원장이 사무총장 연임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중재위원들의 투표가 비밀투표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고도 지적했다. 이번 투표와 관련해 노조는 선거관리위원회 전자투표 방식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권오근 사무총장은 “법률상 임의위탁 선거에 해당해 임원 등의 임기만료일 전 90일 전까지 서면으로 신청하게 되어 있는데 신청 기간이 지나버려 위탁 선거가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한정된 사람만 투표를 관리·취합하는 것으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중재부장 1인, 노조 추천인사 1인, 사측 추천인사 1인, 외부인사 1인으로 구성된 4인의 투표관리위원회가 90명의 입장을 취합하게 된다.

그런데 연임 여부를 묻는 투표가 팩스·이메일·우편과 같은 서면으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투표관리위원회 4인은 중재위원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권오근 사무총장은 “전용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특정 팩스를 정하는 식으로 수신 창구를 단일화해 투표관리위원회만 투표결과를 취합하고 관리해 비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4일 “사측으로부터 투표관리위원회에 들어갈 노조 측 인사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이 왔다. 사무총장 임기만료가 아직 한 달 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연임 관련 비판 의견이 연일 나오는 현재 시점을 고려할 때 투표가 촉박하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운영위원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의견수렴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권오근 사무총장은 연임 관련 투표가 촉박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에 “임기가 12월 26일까지다.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인사 부분이기 때문에 조직의 안정성 측면에서 빨리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도 통상 수준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에서 추천 인사를 알려주면 바로 2주간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언론중재위원회 내부에서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같은 충북 청주 출신의 권오근 사무총장이 비서실장 교체 전 서둘러 연임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돌고 있다. 이와 관련 권 사무총장은 “노영민 비서실장과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일 뿐 그밖의 개인적 친분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권 사무총장은 자신의 거취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입장을 내고 “위원회 살림이 넉넉해지고 꽉 막혔던 인사 적체의 숨통을 틔게 한 계기를 누가 가져왔나”라고 되물으며 “객관적인 평가를 근거로 비판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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