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최근 ‘구글갑질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태도를 바꾸면서 인앱결제(in-app purchase) 강제를 막는데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주로 논쟁 중인 인앱결제는 구글과 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결제 시스템으로 유료 앱 등을 결제하도록 하는 걸 말한다. 

문제는 구글이 오는 2021년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유통하는 모든 콘텐츠 앱에 구글의 결제방식을 강제하기로 하면서 시작했다. 기존에는 게임 앱에만 수수료 30%를 강제했다. 구글이 지난 9월 ‘신규 앱은 내년 1월20일, 기존 앱은 내년 9월말부터 이를 따라야 한다’고 발표하자 ‘구글의 갑질이다’ ‘통행세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업체들이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해 유료 앱 등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는 앞다퉈 구글갑질방지법을 발의하고 인앱결제 강제를 막겠다고 했다. 게다가 애플이 지난 18일 중소 개발사에는 수수료를 30%(현재)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하자 구글도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였다. 구글은 지난 23일 신규출시 앱에 대해서도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30% 인상안을 기존 1월에서 9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에선 구글의 연기 방침에 대해 자화자찬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방위 간사)는 24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조치를 9개월 연기한 것을 두고 “저희가 강력히 요청해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민주당이) 어제 보도자료로 자기들이 노력해서 한 것으로 같이 나갔다”며 민주당이 이를 정쟁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당 법안이 업체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법안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당이 국민의힘의 이런 입장변화를 지적하자 정치적 공세로 몰아붙인 것이다. 

▲ 구글플레이 결제 화면.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구글플레이 결제 화면.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인앱결제를 강제(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9일 과방위 회의(공청회)에서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마는 공부하면 할수록 양측의 이해관계가 대립돼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며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사안에 대한 고민 없이 법안을 발의했거나, 몇 개월 사이 구글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이다. 

구글의 로비 결과 국민의힘이 입장을 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신문은 지난 13일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발의 야당 돌연 신중론 왜?”에서 ‘야당 의원이 구글 측과 접촉한 뒤 입장이 바뀌었다’는 한 민주당 의원의 지적을 전했다.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뉴스1코리아) 역시 지난 17일 “여야가 공청회 당일 추천한 진술인이 구글 규제에 각각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내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나왔던 ‘국민의힘이 구글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으며 법안 개정 논의가 사실상 무산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고 분석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방위 간사)은 24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을 위해 무려 7명의 여야 의원들이 법을 발의했지만 국민의힘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법안처리를 반대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에서도 민주당이 나선 결과라고 진단했다. 중앙일보는 23일 “결국 백기 든 구글...‘수수료 30%인상 연기’ 끌어낸 세가지”란 기사에서 “여당이 구글 정책을 저지할 법 개정에 나서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단체들이 성명서·토론회 등을 개최해 구글을 압박”한 사실을 이유로 꼽았다. 

조승래 의원은 “구글이 내년(1월에) 시행하기로 한 수수료 30% 인앱결제 강제조치를 연기하기로 한 건 다행이지만 9개월 미뤄진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구글의 조치가 임시방편임을 강조했다. 수수료 인상을 막는 등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컷뉴스도 구글의 이번 연기조치가 구글갑질방지법을 막으려는 꼼수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오는 26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매듭짓겠다고 말한 가운데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단독처리할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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