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5일부터 2주 연속 하나은행 비리 의혹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9일 내용증명서 한 통을 MBC에 발송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김연국 스트레이트 팀장과 홍신영 기자가 피소됐다. 하나은행은 법적 조치뿐 아니라 정정보도 청구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신청했다.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 15일 오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 떠난 극동건설 인수·매각 과정을 다루며 이 과정에 하나은행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론스타가 2003년 1700억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하고 4년 뒤 웅진그룹에 66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총 7100억원을 챙겼고 이 과정에 하나은행이 인수자금을 대주며 거액의 손실을 봤다는 것. 론스타 ‘먹튀’를 하나은행이 도왔다는 취지로 관계자들을 취재해 보도했다. 22일에는 하나은행 공개채용 및 인사 청탁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 MBC 20일자 뉴스데스크 보도. 사진=MBC 화면 갈무리.
▲ MBC 20일자 뉴스데스크 보도. 사진=MBC 화면 갈무리.

하나은행 측은 “MBC 방송 보도로 당사(하나은행)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지상파 TV 프로그램 특성상 파급력이 크고, MBC 웹사이트는 물론 유튜브 계정 등 온라인에서 현재까지 허위 사실이 지속 유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은행 측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당사에 대한 허위보도를 자제해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며 “유사 보도가 지속될 경우 부득이 추가적 민형사상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정중하게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보도의 어떤 대목이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 사실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MBC는 지난 20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어제(19일) 하나은행이 기자 개인을 상대로 형사 고소와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며 “후속 보도를 위축시켜 보려는 협박성 소송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MBC는 내용증명서에 관해 “어떤 부분이 허위사실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기자 개인을 상대로 5억원 소송을 내고, 이 사실을 곧바로 언론사에 알려온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이강혁 변호사는 MBC에 “더 이상 비판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보도하려 했던 기자에 대해 제기한다는 건 굉장히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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