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간작업 하다 숨진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가 다가왔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산안법을 고쳤지만, 정작 김용균이 일했던 곳엔 적용되지 않는다.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가 오는 12월 6~12일까지 추모주간을 마련해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하며 릴레이기고를 시작한다. - 편집자주

 

고 김태규. 

작년 봄 건설현장 5층 엘리베이터에서 25살의 청년이 추락사했다. 동생이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사고현장을 뒤지고 파헤치면서 그의 누나는 스프링노트에 당일 증거물들과 정황들을 빼곡히 적어갔다. 사고가 있던 날 동생이 썼던 피 묻은 작업모를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것도 그녀였다. 

일용직인 동생은 작업화나 작업모를 지급받지 못했고, 현장에서 굴러다니는 작업모를 주어다 썼다. 그런 그녀가 재판당일 판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이 사건은 건설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추락사입니다.” 그녀는 이 판결에 항소했고 아직도 재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항상 그렇다.

우리나라 산업재해는 늘 같은 모습으로 반복된다. 

사고가 난 곳에서 또 사고가 난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보다, 사고 처리 비용이 더 싸기 때문이다. 산재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일을 시킬 권리는 있지만 이들의 목숨을 지켜줄 의무는 회피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반복되어 지켜봐야 하는 것은 산재사고 이후에 가장 가슴 아파할 유족들이, 죽은 자를 끌어안고 눈물 흘릴 틈도 없이 이 부당한 구조 맨 앞에서 싸워야 하는 모습이다.

또 하나있다.

산업재해가 문제가 될 때마다, 정치는 한마디씩 거든다. 공약을 내건다. 법률을 제출한다. 그리고는 끝이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김용균의 어머니가 환노위 법안소위 회의장 앞에서 가져다 드린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피를 토하듯 눈물로 호소하고 나서야 의결되었다. 그조차 ‘김용균을 살릴 수 없는 김용균법’, 못마땅하기 그지없는 법률이 되어 있었다.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 충남 태안화력에서 정비 점검 도중 숨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지난해 2월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이정미 전 의원 제공
▲ 충남 태안화력에서 정비 점검 도중 숨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지난해 2월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이정미 전 의원 제공

1907년 캐나다 퀘백교가 붕괴되어 89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하자, 붕괴된 다리를 녹여 아이언 링(Iron Ring)을 만들어 안전을 무엇보다 최우선하자는 소명의식을 엔지니어들에게 심어줬다. 

지금 대한민국의 아이언링은 "중대재해기업특별법"이다. 이 아이런링은 해마다 2000여명의 목숨을 갈아 넣어 일하는 사람의 목숨을 지키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제 노동자들의 목숨은 바칠 만큼 바쳐진 것 아닌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도 못한, “이게 나라냐”라는 촛불의 외침 위에 탄생한 이 정권은 아직도 사람들의 죽음을 방치할 것인가. 정의당은 두 달째 국회안 1인시위로 180석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018년 12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근무 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이정미 전 의원 제공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018년 12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근무 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이정미 전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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