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은 국민이 뽑아야 한다.” 유언이 되어버린 故 이용마 MBC 기자의 바람이 이뤄질까.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PD연합회가 성명을 내고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내놓은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안에 환영하며 적극적인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12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등 총 4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 100명으로 구성된 ‘이사 후보 추천 국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뽑은 후보 중 다득표순으로 KBS·MBC·EBS 이사를 각각 13명씩 선출하게 된다. 공영방송 사장은 국민위원회가 투표로 추천한 복수의 후보 중 이사회가 특별다수제로 의결한다. 

방송기자연합회(회장 성재호 KBS 기자)는 23일 성명에서 “이용마 기자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100명 규모의 이른바 ‘국민대리인단’을 선출해 사장을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촛불혁명 이후 집권한 현 정부와 여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산적한 언론 현안과 개혁에 대해 그동안 별다른 의지와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21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처음 이용마 기자가 그리던 ‘국민에 의한 공영방송 사장 선출’을 담은 법 개정안이 나왔다”며 정필모 의원안에 대해 환영 입장을 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해당 법안을 가리켜 “그동안 숱하게 제안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중 이용마 기자가 꿈꿨던 생각과 가장 가깝다”며 “이용마 기자의 꿈은 지금까지 계속돼 온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고 공영방송의 통제권을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실질적인 공영방송의 독립을 이루자는 것이다. 개정안은 이런 뜻을 상당 부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영방송 3사. 디자인=안혜나 기자.
▲공영방송 3사. 디자인=안혜나 기자.

방송기자연합회는 그러나 “방통위가 100명의 공영방송 ‘이사 후보 추천 국민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있어 방송분야에 관한 전문성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 점이 우려된다”며 “개정안은 국민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과 운영에 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논란이 커질 수 있는 부분이어서 오히려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에 포함해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방송 분야의 범위와 전문성의 정의가 모호하고, ‘의견의 반영 절차와 방식’에서 정부나 정치권 개입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기자연합회는 “무엇보다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것은 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도 여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당사자인 언론계조차 발전적인 논의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른바 ‘정필모 안’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하기를 여·야 정치권에 강력히 촉구한다. 이제는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이 정치권의 후광과 개입 아래 좌지우지되는 후진적인 시스템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PD연합회(회장 고찬수 KBS PD)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필모 의원 법안 발의를 환영한다. 여야 추천으로 임명된 방통위원들이 공영방송 사장·이사를 구성하는 현행 방식은 정치 권력의 입김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밝히며 “정치권이 외면해 온 중요한 의제에 다시 불을 붙인 소중한 시도”라고 정필모 안을 평가했다. PD연합회는 “얼마나 많은 국회의원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정필모 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요술 방망이는 아닐 것”이라면서 “이번 법안 발의가 더 활발한 논의로 이어지고, 최상의 법안을 도출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보태겠다”고 밝혔다.

PD연합회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고 이용마 기자가 제안한 ‘국민대리인단’ 제도(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단과 유사)의 취지를 살리면서 독일 공영방송 ZDF의 최고 경영자를 방송평의회(60명가량의 직능대표로 구성)가 선출하는 독일 사례를 참고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방송기자연합회와 마찬가지로 “균형 있는 100명의 국민위원단 선정 과정에서 정치 권력의 입김을 배제할 강력한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독립성에 대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며 보완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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