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방지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독소조항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 가운데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해당 법안을 옹호했던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박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얼마 전 발의된 기술 유출 방지법안에 대해 찬성한다고 SNS에 올린 적이 있는데 관련해 이 법안이 공익적 목적의 정보 공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 아차 싶었다”며 “그리고 제가 잘못된 사례를 들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고 의원은 지난달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술유출 누명을 썼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삼성전자 이아무개 전무 사건을 왜곡해 언급했다. 법원이 이 전무가 이직을 위해 기술유출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판결했고, 이미 2018년 뉴스타파가 이 전무 억울한 사연을 보도했는데도 고 의원은 오히려 이 전무가 기술유출을 하려 했다면서 기술유출 방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음날인 지난달 8일 “기술유출 범죄는 구조적으로 고의성과 부정한 목적의 입증이 어려워 정황이 있더라고 유죄가 나오기 어렵다”며 이 전무의 무죄판결을 비판하며 고 의원의 왜곡된 발언 취지를 옹호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지난 2018년 10월 국감에서 이미 같은 사건에 대해 이 전무의 억울함에 공감하며 무리하게 수사한 검찰을 비판한 바 있다. 2년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고민정 의원 페이스북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고민정 의원 페이스북

 

지난달 13일 고 의원 등 여당 의원 18명은 산업기술보호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적법한 방법으로 산업기술을 취득하더라고 해당 기관의 동의없이 사용·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그러자 반올림을 비롯해 참여연대, 오픈넷, 민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민주노총 등이 지난달 19일 해당 법안을 ‘삼성보호법’으로 규정하고 여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 조항은 산업기술 관련 모든 공익 문제제기를 탄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공장 노동자나 지역주민의 생명,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라면 당연히 외부에 공개해야 하지만 이 조항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7년부터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집단 직업병 문제가 불거졌고 삼성 반도체 공장 화학물질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사실을 여당 의원들이 모를 리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올림 등에서 삼성과 싸울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삼성에서 정보를 내놓지 않아 산재인정을 받기 어려웠던 점인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고 의원이 판결 취지에 맞지 않게 삼성에게 유리한 법안을 발의했고, 박 의원은 자신의 2년 전 발언을 뒤집어가며 이를 옹호한 셈이다. 

뉴스타파는 이 사실을 지적하며 고 의원 측에 ‘이 전무 방지법’이 아니라 ‘반올림 방지법’이라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의했고 고 의원실은 이 전무에게 사과했다며 법 악용을 막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1일 주간경향 보도에서도 고 의원실은 “기업이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 기술이나 작업환경 등을 숨기는 데에 악용하는 것은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다”며 “법 악용을 막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이에 박 의원도 최근 “이 법안이 공익적 목적의 정보공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아차 싶었다”며 사과한 것이다. 그는 19일 해당 법안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산업재해 피해자, 관계자 분들에게 사과했다며 “기술 유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진상규명을 막는 데 법이 이용된다면 이는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고 의원과 박 의원의 사과나 해명이 석연찮은 이유는 지난해 8월 개정한 산업기술보호법이 이미 ‘삼성보호법’으로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자운 변호사는 지난달 19일 지난해 개정된 법안에 대해 “삼성은 이법을 이용해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문제를 은폐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법을 바꿨고 개정법 내용이나 과정 곳곳에 삼성의 흔적들이 너무 선명하다”며 “그법에 찬성표를 던졌던 국회의원 15명이 뒤늦게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가 숨어있었다’는 입장을 발표할 정도로 문제는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반올림에게 부끄럽다”고 사과하며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8개월만에 같은 당에서 다시 삼성을 위한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임 변호사는 “고 의원의 개정안은 지난해 추가된 독소조항을 모두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했다”며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쌍수 들어 환영할 법”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