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해신공항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여당이 ‘가덕도신공항’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증위 결정 절차, 결과에 대한 해석은 아직 공방의 영역이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역구에 따라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언론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을 살펴봤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지역 의원들은 여당보다도 앞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명시하는 한편,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가덕도신공항 지원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내용이다. 박수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는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15명의 부산지역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 전면 ‘백지화’ 결론을 내지 않았는데 지역 유불리를 따지면서 여당 프레임에 자발적으로 말려들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한국일보(‘가덕도 특별법’ 발의에…둘로 쪼개진 국민의힘)는 “여권이 던진 신공항 화두에 TK와 PK 여론이 갈리면서 갈등 양상으로 번지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권영세(서울 용산) 의원은 한국일보에 “검증위의 결론은 ‘가덕도 신공항’을 하라는 게 아닌데, 정확한 의도를 논의조차 하지 않고 우리 당이 성급하게 대응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도부 역시 검증위 발표 직후 내용을 파악한 뒤 우리 당의 입장을 빨리 정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 11월21일자 한국일보 '메아리'.
▲ 11월21일자 한국일보 '메아리'.

조재우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얼빠진 야당이 약삭빠른 여당에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다”([메아리] 신공항은 없다)고 꼬집었다. 조 논설위원은 “가덕도신공항은 야당을 분열시킬 수 있는 꽃놀이 프레임”이라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추행 사건을 지역 발전 논쟁의 프레임으로 덮어 버릴 수도 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성추행 프레임은 자취를 감추고 신공항 프레임이 떠오를 것”이라 밝혔다. 그는 “여당의 교묘한 전략에 말린 야권에서는 영남권 분열이라는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안을 꺼냈을 때도 야당에서는 충청권과 수도권이 분열했다”면서 “정책의 타당성 여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조선일보(검증위도 김해 백지화 아니라는데 野 부산지역 의원들 가덕도법 발의)는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지도부의 리더십 실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중앙SUNDAY(국민의힘 ‘가덕도 특별법’ 자중지란…뒤돌아 웃는 민주당)도 “가덕도 신공항 이슈가 양당 간 논쟁이 아닌 당 내부 갈등으로 전개되자 국민의힘 내에선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11월21일자 경향신문 사설.
▲ 11월21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검증위의 무책임한 행태가 지금의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김해신공항 추진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발표해놓고, 익명의 검증위원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백지화’는 아니라고 부인하는 양상에 대해서다. 경향신문은 “정세균 총리는 검증위의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후속 조치에 앞서 검증 과정과 검증위의 최종 결론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치권을 향해 “과잉 해석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은 “설령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돼도 대안을 찾는 과정은 신중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예타 면제 등 속도전을 당장 멈춰야 한다. 부산과 경남권 시민들이 원한다고 수십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충분한 검증도 없이 무리하게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신공항검증위 “인터뷰 왜곡 유감” 밝혔지만…조선일보의 모른 체?

한편 검증위는 20일자 조선일보가 ‘김수삼 위원장 인터뷰’라며 게재한 기사에 “심히 유감을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기사(검증위원장까지 “김해 보완하라는 말이었다”)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김수삼 한양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가 19일 ‘김해 신공항을 못 쓴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우리 뉘앙스는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 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검증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검증위원장으로서 공식인터뷰가 아니고 언급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선의로 응한 통화에 대해 위원장 공식 취재 기사로 보도하고, 내용을 왜곡해 보도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이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등 보완을 해야 하는 부분이 상당 부분 있고 이에 더해 장애물제한표면 높이 이상의 산악 장애물을 원칙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더해져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면서 “보고서나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발표문 이외의 위원회 입장이 전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 11월20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왼쪽)와 이에 대한 김해신공항검증위 보도설명자료.
▲ 11월20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왼쪽)와 이에 대한 김해신공항검증위 보도설명자료.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과학적·기술적 측면에서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을 검토한 것을 가덕(도) 등 특정 공항과 연결하거나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검증위 결론에 ‘보완할 수 있으면 김해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었다고 보도한 언론에는 “내용을 왜곡해 심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같은 날 “검증위도 김해 백지화 아니라는데, 野 부산 의원들 가덕도법 발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공항 검증위원장조차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나서서 신공항 위치를 가덕도로 명시한 것”이라며 기존 인터뷰를 재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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