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 여성이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에서 자신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당근마켓에는 사진과 함께 ‘먹고 살기 힘들어 저를 내놓습니다. 97년생·166㎝·57㎏’이라고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당근마켓에 부적절한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이 여러차례 불거진 상황에서 ‘선 넘은’ 게시글에 언론이 주목해 이슈를 확대 재생산했다.

▲ 당근마켓 로고.
▲ 당근마켓 로고.

“‘선금 200 월 50, 저를 내놓습니다’ 막장으로 가는 당근마켓”(뉴스1) “1997년생 166cm 57kg, 저 필요한 분 200/50.. 막나가는 당근마켓”(머니S) “‘살기 힘들어 월50에 저 내놔요’ 당근마켓에 올라온 판매글”(중앙일보) “‘월 50만원’..이번엔 당근마켓 ‘23세 女’ 판매글 파문”(한국경제) “‘97년생, 선금 200 월 50, 저 내놔요’..당근마켓 글 또 논란”(매일경제) “‘선금 200에 월50, 저를 내놓습니다’ 23살女 당근마켓 판매글 논란”(조선일보)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의 수만 많았던 건 아니다. 지난 19일 포털 다음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는 머니투데이가 쓴 “‘먹고 살기 힘들어 저를 내놓습니다, 선금 200에 월50’…당근마켓 또 논란글” 이었다. 언론 보도로 이슈의 주목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반박이 나왔다. 이 여성은 조선비즈에 자신의 사진이 도용됐다고 밝히며 “철없는 친구의 장난이었다”고 했다.  이 여성은 언론에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마치 제가 그런 것처럼 기사를 내보내는 건 멈춰 달라”며 “타인의 악감정으로 인해 사진을 도용해 올린건지 사실확인 하고 쓴 것이냐”고 했다. 기사 댓글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 포털 다음의 관련 기사 목록.
▲ 포털 다음의 관련 기사 목록.

문제가 드러났지만 공개적으로 정정보도문을 내거나 사과한 언론사는 없었다. 머니투데이, 조선일보 등 기사에선 기사 말미에 반박을 추가하는 식으로 수정했다. 

당사자의 반박 주장이 나오자 이번에는 ‘반박 주장’을 전하는 기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논란을 만들었던 매일경제와 조선일보는 각각 “‘저를 판매’ 당근마켓 주인공 ‘친구의 장난..정신적 피해 상당해’ 호소” “당근마켓 20대女 판매 논란에 사진 도용한 친구의 장난” 기사를 썼다. 이들 기사에는 “기사를 내보내는 건 멈춰달라”는 당사자의 하소연이 담겼다. 정작 그 기사를 삭제하지 않은 채 반론이 나오니 반론을 기사로 쓴 것이다. 

비슷한 일은 반복되고 있다. 2017년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비원 아버지가 컵라면과 사과를 추석 선물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포털 다음의 해당 기사 댓글이 4873개에 달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날 중앙일보는 “‘컵라면 추석 선물’ 논란 경비원 아들 ‘장난으로 보내신 걸 속상해서 올렸다’ 해명”이라며 ‘유체이탈’기사를 올렸다. 대표적인 ‘가짜뉴스’ 사례로 거론되는 240번 버스 논란 당시에도 언론은 일방의 주장을 확인 없이 받아써 논란을 키웠다.

▲ 한국신문협회 광고.
▲ 한국신문협회 광고.

‘가짜뉴스’(허위정보)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언론은 앞다퉈 ‘가짜뉴스’를 비판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신문협회는 “가짜뉴스에 숨 막히는 세상, 신문이 세상을 깨끗하게 합니다”라는 슬로건의 광고를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될 때마다 확인 없이 쓰는 언론 가운데는 한국신문협회 회원사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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