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의 A투수 거액 도박 수사 ‘오보’ 사태가 편집국 취재기자와 최종데스크 사이 내홍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자들은 편집국장이 전달한 정보에 무게를 싣고 보도했지만 수사당국이 부인, 부정확한 내용으로 드러나자 후속 대응을 놓고 갈등이 벌어졌다. 스포츠서울 데스크는 해당 정보원과 취재 내용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스포츠서울은 16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윤성환이 100억원대 도박 빚을 지고 잠적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포츠서울 1~2면 전면에 ‘본지 단독’ 문패를 단 보도였다. 신문은 “삼성의 30대 프랜차이즈 선수 A가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내사를 완료하고 공식 수사로 전환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경찰이 불법 사설 도박장을 수사하다 윤성환의 연루 사실과 100억원대 빚이 드러났고, 그가 빚을 독촉하던 폭력배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연락이 되는 구단 관계자도 그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당사자인 윤성환의 반론은 없었다.

보도는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전면 부인하면서 파장을 불러왔다. 경찰청은 16일 오후 브리핑에서 “윤 선수의 도박 관련 수사 중인 사안은 없다. 다만 3억원 정도의 채무를 갚지 않아 일반 사기 사건으로 지난 9월 고소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보도 뒤 본청에서 지방청에 내사 여부를 파악했지만 찾지 못했다. 내사 사안을 보고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입건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공개되면 오히려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어 내사 사실만으로 보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스포츠서울 1면.
▲지난 16일 스포츠서울 1면.
▲지난 16일 스포츠서울 2면.
▲지난 16일 스포츠서울 2면.

윤성환도 도박 문제와 100억원대 채무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다수 매체와 통화에서 “잠적한 적 없다. 도박 문제는 더더욱 사실이 아니다. 경찰 조사도 사실이 아니다. 경찰이 조사하겠다고 부른 적도 없다. 채무가 있는 건 맞지만, 도박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잠적설에는 구단 단장과 1군 운영팀장의 전화를 받지 않았을 뿐 다른 구단 관계자들과 연락을 유지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는 이날 오전 은퇴 일정을 협의 중이던 윤성환을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포츠서울은 18일 윤성환의 반론을 담은 인터뷰 기사를 냈다. 윤성환은 “해명 나선 윤성환 ‘도박 안했다…모든 의혹 해결할 것’”이란 제목의 이 기사에서 “나와 관련된 일이니 나에게 확인을 했어야 한다”며 “소문만 듣고 쓰는 기사 한 줄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꼭 인지해달라”고 말했다. 이아무개 스포츠서울 통합부장은 “윤 선수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이 과정에 도박 의혹은 거론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취재 과정의 실수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윤성환에게 사과했다. 

▲지난 18일 스포츠서울은 윤성환의 반론을 담은 인터뷰 기사를 냈다.
▲지난 18일 스포츠서울은 윤성환의 반론을 담은 인터뷰 기사를 냈다.

단독 보도가 사실상 대형 오보로 일단락되는 모양을 띠면서 스포츠서울 편집국 내에선 후속 대처를 두고 취재 기자와 고아무개 편집국장 사이 의견이 갈렸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들은 편집국장이 전달한 정보에 무게를 싣고 보도했는데, 정보원이 경찰이 아닌 구단 관계자로 나타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A 기자는 “편집국장은 ‘경찰 후배’에게 들었다며 취재해보라고 했다”며 “고 국장이 보도 이튿날인 17일 오전에 그 정보를 준 게 경찰이 아닌 구단 관계자의 지인이었다고 밝혔다”고 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3명은 이에 17일 오후 2시께 국장에게 정보원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고 한다. 저녁 6시30분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취재를 앞두고서다. 그러나 고 국장은 회의 일정이 끝난 5시20분께 이들이 현장에서 철수한 데 대해 질책했다. 기자들은 1차전 경기 취재에 불참했다. 

해당 기자는 “격한 발언을 들었던 직후라 취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나가지 못하겠다’고 전달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들 기자가 취재 거부를 한 것이라고 알려졌으나 기자 측과 데스크는 항의 성격이 아니라고 밝혔다.

고 국장은 이튿날인 18일, 기자들의 취재 불참을 놓고 기자들을 비공식으로 업무에서 배제했다. 해당 기자들은 당일 2차전 경기 취재차 현장에 도착했으나 회사 지시로 도로 철수한 뒤 복귀하지 않은 상태다. 고 국장은 이날 사직 의사를 밝힌 뒤 휴가를 냈다. 스포츠서울 구성원은 고 국장이 정식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고 국장은 오는 23일 월요일 복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고 국장은 미디어오늘에 “나는 지금도 기자들이 취재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인데, 기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기사를 오보라고 단정해 부인하는 것”이라며 “1차전 현장 취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한때 사표까지 쓴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국장은 “믿을만한 취재원으로부터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자극적 기사로 주의를 끌려는 저급한 차원이 아닌 프로야구와 도박, 승부조작을 지적하려는 취재”라고 했다. 핵심 정보원과 관련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중간 데스크인 이아무개 부장도 “아직 취재 중인 사안이고 오보가 아니라고 본다. 곧 진실이 드러나리라 본다”고 말했다. 편집국 내 일련의 사태에는 “개인적 감정과 예의 문제로 인한 해프닝인데, 바깥에 다른 방향으로 비칠까 염려된다”고 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했던 A 기자는 “모든 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스포츠서울이 결과적으로 경찰에게 직접 취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바로잡는 공지라도 했으면 좋겠다. 스포츠서울을 비롯한 스포츠지가 정정에 인색해 평소 불만이었던 데다, 직접 취재한 대목까지 오보로 포장되는 것이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 기자는 “내부에서 잘 해결됐다면 비화되지 않고 끝났을 일인데, 본질은 사라지고 우리가 파업했다는 듯한 인상으로 남을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윤성환은 19~20일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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