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2012~2016년 동안 추진한 ‘미디어 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부실 장비를 쓰거나 업체에 과도한 이윤을 남기는 계약을 하는 등의 방만한 관리로 정부지원금을 낭비한 사실이 확인됐다. 

2018년 7월 이 사업을 감사한 연합뉴스 감사팀은 미디어기술국이 2012~2016년 사업을 부실하게 추진해 사업비가 낭비됐다고 보고했다. 업무 포털, 기사·콘텐츠 저장 서버 등의 설비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한 사업이다. 사업비의 상당 부분이 정부지원금이었다. 예로 2016년 사업예산 총 65억원 중 45억원이 지원금이었다.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작성한 '미디어 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 심층 감사 보고서'.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작성한 '미디어 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 심층 감사 보고서'.

부실 장비를 구매한 문제는 4년 동안 여러 번 발견됐다. 감사팀이 그해 11월 작성한 심층감사 보고서를 보면 ‘가상화 시스템’을 1차로 구축한 2012년, 계약업체가 납품한 6대 서버 중 4대엔 가상화에 필수 기술이 지원되지 않는 저가형 CPU가 탑재됐다. 관련 소프트웨어는 필요치보다 2배 가량 더 구매했다. 이 구축사업엔 지원금 3억4000만원이 쓰였다. 감사팀은 “구매 심의에서 신용등급이나 사업수행실적 등 업체의 경영상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2013년엔 10개월 후 단종될 대형 저장장치를 구매해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 단종으로 추후 부품 추가나 증설이 불가능해지자 2017년엔 3억3000만원 가량을 들여 대체 저장장치를 사기도 했다. 이 사업엔 지원금 8억5000만원이 들었다. 감사팀은 “구매 과정에서 제조사 기술지원 확약서를 받았다면 단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사안”이라고 적었다. 

2014년에도 계약 업체로부터 정상 제품이 아닌 ‘미등록 제품’을 납품받아 감사팀에 적발됐다. 이 업체로부터 가상화 서버도 2대 구입했으나 구입 취지에 필요한 기술이 지원되지 않는 제품이었다. 연합뉴스는 제안요청서에 해당 기술 탑재를 조건으로 적었지만 구매 후 담당자가 제품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작성한 '미디어 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 심층 감사 보고서' 중 일부 내용 갈무리.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작성한 '미디어 융합 인프라 구축 사업 심층 감사 보고서' 중 일부 내용 갈무리.

관리자들은 업체 측의 요금 허위 계산도 발견하지 못했다. 감사팀은 2013년 ‘가상화 시스템’ 2차 구축(국고 3억원 소요) 과정에서 “2015년부터 발생한 ‘가상화 시스템’ 유지보수료에 실제 납품하지 않은 소프트웨어가 포함됐다”며 “또 (유지보수료에서) 제조사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업체가 가로챘다. 가로챈 지원비용은 1730만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2016년엔 납품업체의 과도한 마진 문제가 지적됐다. 출고가가 9200만원 수준이었던 ODA드라이버를 구매하는데 1억7000억원(전액 정부지원금)이 들었다. 감사팀은 “용역비를 감안해도 납품업체 마진율이 지나치게 높아 보인다”며 “업체는 공식 판매 제품이 아닌 일종의 시제품을 납품했고, 제안요청서와 다르게 계약서 납품목록에서 일부 장비를 고의로 뺀 후 납품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당 감사는 2017년 정기감사 때 일부 문제가 발견돼 2018년 7월 심층 감사가 이뤄진 것으로, 감사 결과가 나온 후 담당 국장, 부장 등 책임자에게 보직해임 등 인사 조치를 했다. 관련자들의 금전 비리는 발견되지 않았고 개선안을 시행해 현재는 사업이 차질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측은 또 “본 사업은 정부 지원과 연합뉴스 자체 부담이 합쳐진 매칭펀드 방식으로 진행됐고, 감사 이후 문제점을 개선해 사업 효율성을 높였으며 추가 예산 투입 없이 현재 당초 의도했던 사업 목표는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다”며 “‘국고 낭비’는 과도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감사보고서 사내 공유한 직원, 정직 ‘9개월’ 

한편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 내에선 부당 징계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사내게시판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해 이 문제를 알린 미디어기술국 직원 최아무개씨가 정직 9개월 징계를 받으면서다. 징계 사유는 ‘감사보고서 무단 유출 및 삭제 지시 불응(외부 유출 언급 발언 포함)’을 포함해 부서 내 불화 조성, 직장 질서 문란, 업무지시 거부, 승호 제한 관련 부적절 사내게시물 작성 등이다.

2017년경 부실관리 문제를 인지한 최씨는 2018년부터 사내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업무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정리해 상무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최씨는 감사 결과가 나온 후부터 올해 초까지 ‘감사보고서를 사내에 공개해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해왔다. 

최씨는 이와 관련 “끝까지 공개되지 않자 직접 사내 게시판에 올렸고 직후 인사위에 회부됐다”며 “이 감사로 징계를 받은 부실관리 책임자들은 없다. 모두 보직 임기를 채우고 인사이동됐다. 2017년 정기감사도 실·국별로 돌아가면서 하는 수준이었을 뿐이고 문제를 당시 발견했다면 왜 1년 후에야 심층감사를 했느냐”고 회사 주장을 반박했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씨 징계는 ‘내부 고발’ 때문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씨는 2011년, 2013년 승진누락 불만 글 사내 게시 및 직무 관련 사고로 경고 조치를 받았고 2016년, 2017년 정기인사평가 때 2년 연속 승호 제한을 받았다. 2019년에도 승호 정지를 받았다. 최씨는 그때마다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불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4월 정기인사에서도 무능력과 부서원과의 갈등 등 이유로 승호 제한 조치를 받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상사를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국가인권위와 서울지방노동청(4월27일)에 신고했다. 노동청은 8월12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다”며 “이 시도가 무산되자 미디어융합 인프라구축사업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이를 외부에 폭로하겠다고 회사를 상대로 협박하는 등 해사 행위를 일삼다가 더 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이에 “당시 승호 제한에 부당한 측면이 있어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가령 2011년엔 한 국장이 인사 전횡을 일삼고 미디어기술국 외주화를 자주 언급해 직언을 하다가 승진이 제한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식이었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또 “2016년, 2017년, 2020년은 미디어 융합인프라 구축사업 부실화 관련해 미디어기술국 특정 직원에게 책임 소재를 문제 제기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계속해 3회 인사 보복을 당했다”며 “무엇보다도 연합뉴스 사내 게시판은 공론과 소통의 공간이다. 여기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회사를 상대로 협박했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 자신이 사내 구성원과의 티타임 중 ‘내 억울함이 풀리지 않으면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 회사 임원에게 전해진 것 같다며 이를 협박이라고 간주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1월20일 오후 4시10분 연합뉴스 반론 추가 반영, 오후 7시04분 최씨 반론 추가 반영.)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