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정정보도에 나설 경우 원 보도와 같은 시간·분량·크기를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다. 앞서 지난 7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좀 더 구체적이다. 

현행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정정 보도는 언론사가 피해자 측과 정정 보도 내용, 위치, 크기 등을 협의해 보도가 이뤄진 채널, 지면 등에서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효과를 발생 시킬 수 있는 방법’이란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이와 관련한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어 왔다. 

김영호 의원은 “실제 정정 보도는 정정의 대상이 되는 언론 보도에 비해 분량이 매우 짧거나 그 크기와 글씨가 매우 작아 시청자나 독자가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잘못된 보도로 인해 피해자는 심각한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를 입게 되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정정 보도 청구는 시청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행법의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관련 동아일보의 정정보도문.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관련 2017년 3월6일자 동아일보의 정정보도문.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미디어·언론 상생TF’(단장 노웅래) 소속 위원인 김영호 의원은 “정정 보도를 하는 경우 피해자와 협의할 수 있는 사항 중 정정 보도의 크기는 제외하고, 정정 보도는 정정의 대상인 언론 보도 등과 같은 시간·분량 및 크기로 보도하도록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고 잘못된 보도로 여론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이 경우 원고지 8매 분량의 1면 톱기사 정정보도를 하게 될 경우, 1면에서 똑같은 분량의 지면 크기만큼 정정보도문을 실어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정의 대상인 언론보도 등과 같은 시간·분량 및 크기로 보도해 같은 효과를 발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한 ‘2019년 언론 관련 판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정정 보도 등의 길이는 글자 수 기준으로 301~400자가 29.8%로 가장 많았으며 300자 이하 19%, 401~500자 15.5%, 700자 초과 15.5%, 601~700자 13.1%, 501~600자 7.1% 순이었다. 

이 같은 통계에 비춰보면 원고지 2매 이하 분량의 정정 보도가 전체의 48.8%로 절반 수준이며, 원고지 3.5매를 넘어가는 분량은 전체의 15.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단신을 제외한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가 보통 원고지 6매를 넘기고 주요한 기사들은 8~10매 분량인 점을 감안하면 현 정정보도 길이가 피해구제로 이어지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언론사로서는 정정보도문을 최대한 축약해오던 기존 방식과 달리, 분량을 맞추기 위해 정정하기까지의 과정, 오보가 발생한 경위, 이에 대한 회사의 내부 조치 및 향후 재발 방지 방안 등 다양한 입장을 풀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독자·시청자 입장에선 맥락을 파악하기 힘든 정정·반론보도문을 지금보다 정확히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사들의 “편집권 침해” 반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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