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대구 달서구의회의 한 의원이 여성 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계에서도 해당 의원을 규탄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MBC는 지난 10일 “‘가슴 보여달라?… 수시로 성희롱 시달려’”라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대구 달서구의원의 성희롱 사건을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로에 나선 여성 기자는 구의회에 출입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A 구의원의 성희롱에 시달려왔다. 이 기자는 A 구의원이 “가슴 색깔과 모양, 배꼽 모양을 정확하게 알고 몸을 한번 섞어보면 그 사람 관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대구MBC에 폭로했다. 

대구MBC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여성 기자뿐 아니라 동료 여성 의원에게도 성적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공천을 받기 위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는 식의 모욕적 발언을 하고 다녔다는 것. 이에 A 구의원은 “비유한 것일 뿐 직접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은 없다”면서 “농담이든 어떻게 됐든 (불쾌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한 적 있다”고 해명했지만 성희롱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 대구MBC는 지난 10일 “‘가슴 보여달라?… 수시로 성희롱 시달려’”라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대구 달서구의원의 성희롱 발언을 폭로했다. 사진=대구MBC 뉴스 갈무리.
▲ 대구MBC는 지난 10일 “‘가슴 보여달라?… 수시로 성희롱 시달려’”라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대구 달서구의원의 성희롱 발언을 폭로했다. 사진=대구MBC 뉴스 갈무리.

전국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성희롱·성폭력 정치인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달서구의원도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회를 대표해서 전화하는데, 제 얼굴을 봐서 없던 일로 해달라”고 말했다며 가해자를 감쌌다고 비판했다. 달서구의회는 18일 윤리특별위원회를 열어 두 구의원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여성 기자와 동료 의원에게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성희롱 망언을 서슴지 않는 자와 이를 무마하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행한 자가 달서구 지역민을 대표한다는 현실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차례에 걸친 구의원의 성희롱은 일상적 농담이 아닌 성범죄”라는 것.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기자와 취재원 관계에서 주로 기자가 우월적 지위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여성 기자들이 취재원과의 관계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지적한 뒤 “업무로 인해 벌어진 일인데도 직장 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는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고 가해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이번 달서구의회 의원의 성희롱 사태가 바로 여성 기자들이 처한 현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라고 했다. 

이어 “여성 언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취재할 수 있도록 언론사 역시 직장 내 성폭력뿐 아니라 회사 외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장소 및 상황을 불문하고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을 대처하기 위해 언론사는 사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규정에 취재원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대책을 추가해 반영하고,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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