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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 유튜브엔 언론이 하지 않는 IT 이야기가 있다
‘따오기’ 유튜브엔 언론이 하지 않는 IT 이야기가 있다
[유튜브 저널리즘 ⑧-6] 진보넷 기술팀 “4차산업혁명 문제 주목하는 언론 찾기 힘들어”

둘리와 또치가 등장한다. 고길동의 감시를 피해 둘리와 또치는 각자의 스마트폰에 서로만 열수 있는 열쇠를 주고 받는다. 정보인권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넷) 기술팀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따오기’는 ‘종단 간 암호화’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승전 유튜브’시대 정보인권단체 진보넷 기술팀은 유튜브 채널 ‘따오기’를 만들고 소통하고 있다. 따오기는 ‘따져보는 오늘의 기술 이야기’의 줄임말이다. ‘따오기’를 운영하는 황규만, 덩야핑, 이현담 활동가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 '종단 간 암호화'를 설명하는 '따오기' 콘텐츠 갈무리.
▲ '종단 간 암호화'를 설명하는 '따오기' 콘텐츠 갈무리.

“기존에도 인터넷으로 소통했는데, 우리가 아무리 운동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도 사람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동영상 시대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덩야핑 활동가의 말이다.

‘따오기’는 IT분야의 콘텐츠를 올리지만 IT 유튜버나 언론과는 결이 다르다. 황규만 활동가는 “우리 사회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술 사회의 어두운 면이 있는데 주류 매체는 이런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IT는 생활이 됐다. 하지만 우리가 늘 쓰는 기술의 배경과 법과 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며 “IT기술은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의 희생을 전제하는데 너무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따오기’는 이슈를 해설하는 영상을 주로 올린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비대면 모임 서비스로 주목 받은 서비스 줌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의 행사를 막고, 중국 정부의 요청에 수용하는 등 ‘플랫폼 검열’ 문제를 조명했다. ‘따오기의 꿀팁전수’ 코너를 통해 구글에서 개인정보를 지킬 수 있는 팁을 안내하고,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영구삭제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덩야핑 활동가는 “아직 파급력은 미미하지만 우리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들어와 댓글을 쓴다”며 “우리 관점에 동의는 못하지만 들어볼만한 의견이라는 말씀을 주신 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잘 나가던 인공지능 개발자가 연구중단을 선언한 이유’ 영상은 언론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인공지능 개발자 조셉 레드몬(Joseph Redmon)이 자신의 인공지능 기술이 군사 및 감시 기술로 활용되는 걸 보고 문제의식을 느껴 연구 중단을 선언했다는 내용이다.

▲ '따오기' 콘텐츠 갈무리.
▲ '따오기' 콘텐츠 갈무리.

“우연히 SNS를 보다가 조셉 레드몬이 올린 글을 보고 알게 된 이슈였다. 조회수가 잘 나와서 사람들이 인공지능 이슈에 관심이 있다는 걸 느꼈다.” 황규만 활동가의 말이다. 그는 한국 언론 보도로는 이슈를 파악하기 힘들기에 해외 자료를 보는 데 익숙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IT 기사들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쓰거나 기사를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선 기술 관련 연구소와 시민단체가 활성화돼 있기도 하다. 한국에선 이제 국가정보원 해킹사건을 다루지 않지만 해외에선 여전히 관심을 놓지 않았다. 한국이 IT기술은 발전했는데 비판하고 문제제기하는 문화는 거의 없다.”

영상은 일주일에 한 편씩 제작해 올린다. 세 명의 활동가가 회의를 거쳐 주제를 정한다. 주로 황규만 활동가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다른 활동가들이 쉽게 풀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이현담 활동가는 “황규만 활동가가 강의를 30분 정도 하면, 그걸 보고선 이해가 안 가는 걸 묻거나 ‘이건 빼자’ 는 식으로 정리한다. 영상은 웬만하면 6분이 넘지 않게 만들려고 한다.”

▲ 황규만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가 서버를 분해하는 모습을 찍는 촬영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 황규만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가 서버를 분해하는 모습을 찍는 촬영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쉬운 설명’이 쉽지 않아 고민이다. 황규만 활동가는 “우리는 전문성은 있지만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자칫하면 ‘설명충’이 된다”고 했다. 이어 덩야핑 활동가는 “기술 자체를 쉽게 설명해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게 왜 문제인지 비판까지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오기’는 앞으로 어떤 영상을 제작할까. 황규만 활동가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서 기본권이 침해되는 면이 있다. 방역을 우선하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 기본권을 얘기하는 사람이 비난을 받는 가치의 전도가 일어났는데 그런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덩야핑 활동가는 “노동 감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내년에 기술화된 노동 감시에 대한 문제를 조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목 받기 쉽지 않지만 ‘따오기’엔 ‘콘텐츠 차별성’이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이현담 활동가는 “따오기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N번방 사건 당시 텔레그램 보안 수준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지적을 진보넷에서 했다. N번방 사건을 기술적인 관점에서 알려주는 건 따오기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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