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목사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최진주씨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의자에 앉아 딸인 최씨의 시선이 내려갈 때마다 마우스를 움직이며 화면을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쳐다보다 화면을 제때 내리지 못해 최씨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김언경 소장 자택을 찾았다. 방 한 칸을 스튜디오 겸용으로 쓰고 있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공동대표로 대중에게 알려진 김언경 소장은 최근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을 설립하고, 지난 8월27일 ‘노으른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딸인 최진주씨가 출연과 영상 편집을 맡는다. 민언련 활동가 출신인 이봉우 연구원도 함께 출연하고 있다.  

▲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의 '노으른자' 유튜브 콘텐츠 촬영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의 '노으른자' 유튜브 콘텐츠 촬영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미디어인권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는 뭘까. 김언경 소장은 “건강이 안 좋아지고, 일에 지쳤던 상황이라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소를 만들게 됐다”며 “언론은 정치적인 이슈도 중요하지만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 미디어와 인권의 교집합에 대한 운동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연구소 활동에 앞서 보다 자유롭게 소통을 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녀가 함께 유튜브를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최진주씨는 “엄마가 제안했다”고 했다. 최진주씨는 대학에서 사회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사회 문제와 언론에 관심이 많다. “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데 엄마가 학원비를 주면서 디자인을 배우라고 했다. 영상 편집은 일주일 정도 배우고, 그 다음엔 독학했다.”

50대인 김언경 소장이 20대인 딸과 30대인 이봉우 연구원과 함께 방송을 한다. 김언경 소장은 “제가 꼰대이기 때문에 젊은 두 사람과 하게 됐다”며 “세대 간의 생각의 차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고 했다. ‘유띵뉴스’ 코너는 각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뉴스를 소개하고, 각자가 생각하는 포인트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구성이다.

▲ '모냐모녀' 콘텐츠 갈무리.
▲ '모냐모녀' 콘텐츠 갈무리.

‘유띵뉴스’ 아이템 선정에 대해 최진주씨는 “제가 나름 20대 대표니 주변 친구들이 관심을 갖는 뉴스를 살펴보고, 그 중에서 많이 보도되지 않은 이슈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이봉우 연구원은 “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아서 노동 문제에 주목해서 본다”고 했다.

김언경 소장은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냐모녀 상담소’는 저와 딸이 하는 코너로 우리 둘이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은 문신에 대해 얘기했다. 딸과 견해가 다른 점을 드러내고 얘기하려 한다. 얼마 전 부모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녀는 그걸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는 경우가 주변에 적지 않았다. 콘텐츠를 통해 각자가 생각하는 맥락을 전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채널 이름도 노으른자라고 지었다.” 채널 이름 ‘노으른자’는 ‘NO’와 ‘으른’(어른)을 합친 말이다.

‘뭉클’ 콘텐츠는 각자가 생각하는 ‘차이’처럼 명확한 하나의 콘셉트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유튜브 채널 성공 전략과는 상반된 느낌이다.

“처음 채널을 열었는데 사람이 없으면 뭔가 불안하니 주목할만한 이슈를 걸고 싶은 유혹이 늘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왜 이 채널을 만들었는지 생각한다. 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어서 현안을 전혀 안 다룰 수도 없고, 방향성을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인권 문제를 핵심으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김언경 소장의 말이다. 

▲ '유띵뉴스' 화면 갈무리.
▲ '유띵뉴스' 화면 갈무리.

“그래도 우리는 너무 집중공략이 없다.” 최진주씨가 한마디 했다. 김언경 소장은 “그게 우리 콘셉트인 거 같다. ‘이거 누구 보라고 하는 거야?’ 라는 말 많이 듣는다. 저는 누구나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진주씨는 언론을 향해 “20대가 언론에 관심 없고 사회문제 관심 없는 현실을 개선하고 싶어서 유튜브를 하게 됐다”며 “20대가 왜 언론에 관심이 없는지 생각해보면 정치뉴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정치뉴스가 중요하긴 하지만 ‘내 인생이 힘든데 무슨 정치뉴스야’라는 생각에 잘 안 본다. 내 주변 일에 대한 기획보도가 많아지면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인지 물었다. 최씨는 “뉴스비평은 많으니 엄마와 같이 예능, 드라마를 보고 비평하는 콘텐츠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김언경 소장은 “뭉클 차원에서 시민이 기자를 만났을 때, 언론을 대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싶다”며 “금태섭 전 의원이 검사 시절 수사 받을 때 주의할 점을 글로 써서 화제였는데, 언론에 당하지 않는 방법을 쓰고 싶다. 기사가 출고 되기 전에 미리 보여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들과 함께 제작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령의 해직 언론인들을 한명 한명 인터뷰하며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