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노회찬 전 대표도 조선일보 창간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 

조선일보 창간 100년 행사에 진보정당 출신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철 정의당 대표와 같은당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이름을 올려 논란이다. 특히 지난 5일 조선일보 타임캡슐 봉인식 행사에 직접 참석한 박 의원과 류 의원의 경우 ‘꼭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했어야 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0년 3월5일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행사에 고 노회찬 전 대표의 당시 발언이 주목을 받는다. 당시 90주년 행사에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김영삼 전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백선엽 예비역대장 등 1500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진보정당 정치인으로는 당시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노회찬 전 대표가 유일한 참석자였다.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대표는 행사에 참석한 뒤 지지층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신당까지 당시 진보정당은 조선일보 인터뷰와 기고를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있었고 사회적으로 2000년대엔 안티조선운동이 벌어졌다.

▲ 진보신당 시절 고 노회찬 전 의원.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진보신당 시절 고 노회찬 전 의원.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또한 노 전 대표는 6년전인 2004년 5월 민주노총 사무총장 시절 조선일보 노조 초청 강연에서 “나는 중학교 때부터 조선일보를 봐 온 ‘30년 독자’”라며 “조선일보 논조에 동의하지 않지만 품질은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조선노보 등을 통해 알려졌다.

이 두 사건을 두고 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노 전 대표는 2010년 3월7일 블로그에 ‘감사와 함께 사과드린다’는 글에서 “이 중요한 시국에 불필요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자신이 왜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했는지 밝혔다. 

노 전 대표는 “아버님 장례를 치른 다음날 조선일보사에서 (창간 90돌 행사에 참석 요청) 연락이 왔다”며 “아버님 장례를 치른 직후라서 바깥행사 나들이를 자제하고 있다고 정중히 사양했지만 다른 간부들이 몇 차례 더 연락이 왔고, 이번 행사만큼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분들도 가급적 모시고 싶다는 내용을 듣자 마은혁 판사 사건이 떠올랐다”고 했다. 

마은혁 판사는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의 국회농성 기소사건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법조인으로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마 판사를 공격했다. 노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연구소의 출판기념회에 마 판사가 참석한 사실을 들어 ‘이념 공세’를 펼친 것이다. 

노 전 대표는 “(오재영)비서실장이 오해의 소지가 있고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조선일보 창간기념식 행사에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마은혁판사 사건을 거론하며 그럼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사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논조가 옳은 것이냐며 되물었고, 마 판사 사건의 보도태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라도 참석하겠다고 결정했다”고 했다. 

또한 “정당과 언론의 관계는 특수한 측면이 있는지라 서로 싸우고, 규탄하고, 비판하면서도 끊임없이 만나서 설득하고 토론하고 항의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정당의 대표나 역대 정권에서처럼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이 언론사의 창간기념일에 참석하는 것은 언론의 논조나 정치적 입장을 넘어서서 이뤄지는 의례적인 일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 2010년 3월6일,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행사 소식을 전하는 조선일보 기사
▲ 2010년 3월6일,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행사 소식을 전하는 조선일보 기사
▲ 2010년 3월6일,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행사 소식을 전하는 조선일보 기사
▲ 2010년 3월6일,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행사 소식을 전하는 조선일보 기사

 

현재 정의당 대표를 맡은 김종철 당시 진보신당 대변인은 “싸울 때 싸우더라도 생일잔치에 초청하는데 안 가겠다고 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느냐”고 했다. 

노 전 대표는 2004년 자신의 강연 내용에 대해서도 “강연의 주요 내용은 온 데 간데없고 덕담 중 몇 마디로 저의 철학과 소신과 강연내용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표는 “제 강연의 주된 기조는 조선일보도 이제 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물론 말머리에 30년전 집에서 조선일보를 보게된 내력을 말하고 덕담도 한마디 했고 그날의 덕담 중 본 뜻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는 부적절한 표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일부에서 저의 그날 강연을 놓고 ‘조선일보의 30년 애독자로서 조선일보를 최고의 신문으로 고무찬양한 강연’으로 규정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하니 ‘아니면 말고’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그 때 저는 우리 안에도 ‘조선일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싸우면서 닮는다는 옛말 있다”며 “여전히 안타까운 것은 조선일보와 싸우면서, 싸우는 동기가 됐던 ‘조선일보식 글쓰기’를 닮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비판한 일부 진보진영내 언론과 여론에 대한 반박이다. 

[관련기사 : 노회찬, 조선 창간 90주년 행사 참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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