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원인을 피해자에서 찾는 내용의 기고로 논란이 된 김민식 MBC PD가 한겨레 기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18일 지면발행된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의 ‘말거는 한겨레’ 칼럼에 따르면 김 PD는 한겨레에 정기 기고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겨레 측은 통화에서 기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실장은 “독자에게 못 미치는 감수성”이라는 제목의 이날 칼럼에서 김 PD의 기고가 데스크를 통과해 발행된 경위와 함께 한겨레가 세운 재발방지 계획을 밝혔다.

이 실장은 “칼럼을 받아 게재하기까지 편집국 게이트키핑 과정에 구멍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저널리즘책무실장도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사전·사후에 점검해 해당 부서에 알릴 책임이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이 실장은 “칼럼이 9일 오후부터 인터넷 한겨레에 올라 있었고, 다음날 신문이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이 읽었는데도 내부에서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음은 한겨레가 아프게 자성해야 한다”고 했다.

▲18일 한겨레 ‘말 거는 한겨레’ 칼럼.
▲18일 한겨레 ‘말 거는 한겨레’ 칼럼.

이 실장은 “이는 가정폭력이나 성평등 이슈에 대해 독자가 느끼는 만큼의 심각성에 한겨레가 따라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사나 칼럼의 어떤 구체적인 대목과 내용이 차별받는 이의 마음을 할퀴게 되는지 감지하고 공감하는 ‘촉수’가 예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썼다.

이 실장은 “사실이 아닌 내용, 혐오나 차별적인 표현이 담겼다면 언론사가 (외부 필자의 글을) 책임지고 걸러내야 한다”며 “특히 공간이 구분된 지면과 달리, 디지털에서는 뉴스와 외부 기고의 경계가 독자에게 또렷하지 않아 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뉴욕타임스의 제임스 베넷 오피니언편집장이 조지플로이드 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 투입을 주문한 톰 코튼 상원의원의 기고를 걸러내지 못한 데 책임지고 사임한 사건 등을 예로 들었다.

이 실장은 한겨레가 이 일을 계기로 외부 기고를 관리하고 민감한 이슈에 대한 구성원 인식을 높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데스킹 과정에 참고하던 성평등 관련 기존 지침을 보강하고, 전문강사를 초빙해 구성원을 대상 강의와 토론 자리를 열 계획이다. 이 실장은 “일부 선진적인 구성원의 인식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 조직 전체의 감수성을 함께 키워가자는 취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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